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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0.6.
다듬읽기 14
《신령님이 보고 계셔》
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8.28.
우리말에 ‘무당’이 있습니다. 한자로 ‘무(巫)’가 있고, 일본은 ‘무속(巫俗)’처럼 ‘속(俗)’을 붙여서 우리 무당을 얕보았습니다. 하늬녘에는 ‘witch’가 있고, 일본은 ‘위치(witch)’를 ‘마녀(魔女)’로 옮겼습니다. 삶터마다 다르게 붙이는 이름인 ‘무당·witch·魔女’일 텐데, 이름은 달라도 살림길은 나란합니다. 숲을 알고 품을 줄 알면서, 넋과 마음과 빛을 풀 수 있는 가시내를 나타냅니다. 숲빛을 잊은 사람한테 숲빛을 푸르게 베푸는 길이라고 할 만합니다. 《신령님이 보고 계셔》는 어느 날 내림빛을 받았구나 하고 느껴서 무당길을 가는 하루를 들려줍니다. 홍칼리 님은 ‘늘일(연중무휴)’을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온누리 누구나 ‘늘일’을 합니다. ‘돈벌기’를 하는 숱한 사람은 날마다 어느 만큼 토막을 쳐서 이레 가운데 몇 날만 일터를 오가는 얼거리일 테지만, 온누리 들숲바다는 늘 움직이고 피어나고 시들고 숨쉽니다. 우리 몸과 마음도 늘일입니다. 우리 몸이나 마음이 살짝(1초)이라도 일을 안 하면, 우리는 누구나 곧바로 죽습니다. 다만, 몸마음을 ‘숨돌릴 틈’이 없도록 몰아댄다면 몸마음은 지치게 마련입니다. ‘숨쉴 짬’을 내어야 ‘일을 알맞게 하면서 포근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하루를 살아요. 그래서 우리는 ‘몸이 들려주는 소리’와 ‘마음이 보는 나’를 늘 귀담아듣고 눈여겨볼 노릇입니다. 내림빛을 받는다고 할 적에는, 바로 내가 나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고 귀기울이라는 뜻입니다. 바깥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안팎을 스스로 고르게 가다듬고 추스르면서 ‘사랑’을 찾아나서라고 넋이 귀띔하는 일이 내림빛입니다. 빛(영·영혼·신령)은 밖에 없습니다. 밖에는 떠돌이인 톳제비가 있습니다. 스스로(속·안) 품은 빛을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풀어내려고 할 적에는 앙금이나 응어리가 아닌 오롯이 ‘삶’인 줄 알 수 있습니다.
ㅍㄹㄴ
《신령님이 보고 계셔》(홍칼리, 위즈덤하우스, 2021)
모태 신앙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로 기도를 마무리하곤 했다
→ 배냇믿음인 나는 어릴 때부터 이 말로 비손을 마무리하곤 했다
23쪽
아침에 일어나면 일기예보 대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알림 말고
→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새뜸 아닌
23쪽
계속 신의를 가지고 기도하라는 뜻으로 준 것이었다
→ 늘 곧이듣고 빌라는 뜻으로 주었다
→ 언제나 믿고 바라라며 주었다
40쪽
내 몸은 내 신당이다
→ 내 몸은 내 넋집이다
→ 내 몸은 거룩하다
41쪽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동행했다
→ 가까운 곳에 있어 언니와 갔다
51쪽
삐까번쩍한 신당에서 점사를 본다
→ 번쩍거리는 절집에서 앞길을 본다
→ 번쩍번쩍한 절칸에서 길눈을 본다
51쪽
신병을 앓고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 님앓이를 한다고 느끼긴 했지만
→ 하늘내림이라고 느끼긴 했지만
53쪽
각종 무속신앙에 관심이 있던 터라 거부감만 있진 않았다
→ 여러 비나리를 눈여겨보던 터라 싫지만은 않았다
→ 여러 텃믿음을 지켜보던 터라 꺼리지만은 않았다
54쪽
그 온도차가 낯설게 느껴졌다
→ 이 숨이 낯설었다
→ 이 터울이 낯설었다
56쪽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산마을
→ 티베트 기슭나라가 있는 인도 멧마을
→ 티베트 바깥살림이 있는 인도 멧마을
59쪽
모두와 합일이 되는 엑스터시, 황홀경이었다
→ 모두와 하나되는 기쁨길, 꽃길이었다
→ 모두와 한꽃으로 즐겁다. 눈부셨다
→ 모두와 어울리며 아름답다. 푹 빠졌다
→ 모두 아우르며 넋나갔다. 곱다
→ 모두 품으며 빛나는, 빛길이다
65쪽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볕이 따사로운 날이었다
→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65쪽
명상을 깊이 한 나머지 유체이탈을 했던 것일까
→ 마음을 깊이 닦은 나머지 몸을 벗었을까
→ 고요빛이 깊은 나머지 몸에서 나갔을까
77쪽
빙의를 체험한 후
→ 씌여 본 다음
→ 깃들어 본 뒤
81쪽
한과 흥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 멍과 신을 그리는 일이라서 그렇다
→ 눈물과 기쁨을 담는 일이기에 그렇다
90쪽
억압받는 존재들의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억눌린 멍울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짓눌린 고름을 풀어주는 사람이 무당이다
→ 날개꺾인 응어리를 푸는 사람이 무당이다
91쪽
많은 노동자가 그렇듯 나도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노동을 한다
→ 숱한 일꾼이 그렇듯 나도 낮밥과 쉴참을 빼면 내내 일을 한다
→ 다른 사람처럼 나도 낮참과 쉬는참을 빼면 늘 일을 한다
137쪽
나는 상담 중에 웃음이 나왔다
→ 나는 얘기하다 웃음이 나왔다
→ 나는 말을 섞다가 웃었다
179쪽
친구, 사업 파트너들과의 궁합도 볼 수 있다
→ 벗, 일동무와 맞는지도 볼 수 있다
→ 동무, 띠앗과 한마음인지도 볼 수 있다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