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할머니란 이름 (2025.9.21.)
― 부산 〈책과 아이들〉
예부터 아무한테나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라 이르지 않았습니다. 어질지 않거나 철들지 않은 채 꼬장거리거나 윽박지르는 이라면 ‘늙은이’라 했어요. 아이가 있든 없든 어질고 철들면서 나무처럼 푸근하고 푸르게 품는 사람일 적에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아이곁’에 나란히 앉아서 노래(시)를 읊고 읽고서 함께 쓰고 생각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적에는, 아이어른이 언제나 나란히 반짝이는 오늘을 누린다고 느낍니다. 마을이며 길이며 들숲메에서며, 문득 만나는 풀꽃나무가 있으면 줄기를 쓰다듬고 입을 맞추다가, 보드라운 잎사귀 하나를 가볍게 따서 천천히 맛을 보면, 풀꽃나무랑 한결 깊고 넓게 한마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책과 아이들〉에서 ‘이오덕 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할머니’라는 이름부터 풀이했습니다. ‘할’은 ‘한(큰·하나·해·하얗·함)’을 아우르는 낱말입니다. ‘할머니 = 해와 같고 큰빛이며 한길을 하얗게 밝히고 함께 나아가는 살림길을 어질게 들려주는 어른순이’라는 뜻이에요. ‘할아버지’도 나란합니다.
어떤 이름이 붙느냐에 따라서 어떤 삶인지 다르게 마련입니다. ‘나이’란 ‘낳이’를 뜻하고, “낳을(새로 지을) 줄 아는 철빛과 슬기와 사랑”을 해마다 차근차근 머금기에 ‘나이들다’예요. 제대로 나이들기에, 아이가 있건 없건 ‘할머니·할아버지’라는 이름을 받아요. 《미스 럼피우스》처럼 말이지요.
나라 곳곳에 엉뚱하구나 싶은 큰집이 자꾸 서는구나 싶으면서도, 이따금 뜻깊은 큰집도 선다고 느껴요. 더 많이 드나들 만한 터전도 있을 노릇일 텐데, 숱한 다 다른 작은마을이라는 삶터를 갈아엎기(재개발)를 하기보다는 고스란히 살리면서, 작은마을 작은살림터(작은문화예술공간)로 가꾸는 마음도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요. 도지사·군수·시장 같은 분들은 ‘작은살림터’는 ‘삽값(공사비)’이 조금밖에 안 들어서 “고물(페이백)이 안 떨어져서 안 한다”고 여기는데, 고물이 없더라도 온나라와 온마을과 온사람을 헤아리는 새길을 여는 일꾼이 나오기를 빌 뿐입니다.
낮나절에 ‘우리말이 태어난 뿌리 : ㅋ’을 풀면서 ‘콩·코’이 ‘공·고’로 맞물리듯, 우리말에서 ‘ㅋ’하고 ‘ㄱ’이 늘 나란한 결을 짚습니다. 콩과 공은 푸른별을 나타내고, 코와 고는 이으면서 여는 길입니다. 낱말마다 숨듯 숨쉬듯 수수하게 빛나는 밑씨앗을 가만히 읽으면, 누구나 즐겁게 오늘 이곳을 읽고 잇는 마음을 북돋웁니다. 아이어른이 함께 누리며 푸르게 돌보는 오늘은 여기 있어요. 사람이 사랑으로 짓는 숨빛은 가장 작고 수수한 낱말 하나부터 싹틉니다.
ㅍㄹㄴ
《그대 고운 손》(정영자, 하마터면, 2022.12.20.)
《백만 마리 고양이》(완다 가그/강무환 옮김, 시공주니어, 1994.6.20.)
#WandaGag #MillionsofCats (1928)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홍한별 옮김, 민음사, 2021.3.29.첫/2021.11.24.8벌)
#KLARAandtheSUN #KazuoIshiguro #石黑一雄
《이명현의 과학책방》(이명현, 사월의책, 2018.9.10.)
《행복의 건축》(알랭 드 보통/정영목 옮김, 청미래, 2011.8.10.첫/2019.9.25.9벌)
#TheArchitectureofHappiness #AlaindeBotton (2006년)
《쿨보이》(사소 요코/이경옥 옮김, 생각과느낌, 2004.11.1.첫/2006.9.10.3벌)
#笹生陽子 #樂園のつくりかた (2002년)
《달콤쌉싸름한 꿀벌》(클레르 카스티용/김주경 옮김, 씨드북, 2018.2.28.)
#ClaireCastillon #Les piqures d'abeille (2017년)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문선희, 난다, 2016.5.18.)
- 담벼락에 묻힌 5월 광주
《1979 부마민주항쟁》(차성환, 현북스, 2023.1.5.)
《교실밖 수학여행》(김선화·여태경, 사계절, 1994.5.25.첫/2009.7.10.2판4벌)
《너를 위한 증언》(김중미, 낮은산, 2022.4.5.)
《달복이는 힘이 세다》(김자미 글·안예리 그림, 섬아이, 2016.6.24.)
《떡갈나무 바라보기》(주디스 콜·허버트 콜/후박나무 옮김, 사계절, 2002.6.28.첫/2004.4.15.4벌)
#TheViewfromtheOak #ThePivateWorldofOtherCreature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이안 무어/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6.5.9.)
#A La Mod #MySocalledTranquilFamilyLifeinRuralFrance
《태교는 이렇게 시작한다》(久德重盛/김정범 옮김, 참솔, 1990.1.10.)
- 규토쿠 시게모리
- 문예도서. 마음의 양식을 당신의 포켙에! 부산 남포동 육교옆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