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책을 뒤집어 읽기도 하고 거꾸로 읽기도 한다. 옆으로 돌려서 읽기도 하고, 서로 마주보면서 읽기도 한다. 꼭 똑바로 들고 읽지는 않는다.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며 읽다 보면, 바라보는 자리에서 다 달라지는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글만 있는 책이라면 어디에서 바라보든 똑같다 할 만하지만, 같은 글이라도 다른 자리에서 바라보면 글 모양이 다 다르구나, 글 모양이 이렇게 보이기도 하네, 하고 새삼스럽기도 하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면 훨씬 다를 테지. 아이들은 온몸으로 책 하나를 읽고, 아이들은 온몸으로 삶을 부딪히며 날마다 새롭게 뛰논다. 4346.12.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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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이 책을 읽는 친구!- 베개 도사 이야기
가가쿠이 히로시 글.그림, 한영 옮김 / 미세기 / 2011년 12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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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3.12.6. 큰아이―공책을 펼쳐서

 


  글놀이를 한다. 〈개구쟁이 산복이〉 동시를 옮겨쓴다. 노래를 떠올리며 옮겨쓰니 한결 수월하게 옮겨쓸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글을 하나씩 떼어놓고 짚으면 못 알아본다. 아직 낱낱이 알아보기까지는 퍽 멀는지 모른다. 그러나 다 알아보는 날까지 그리 멀지는 않으리라 느낀다. 스스로 다부지게 하루 여러 시간 들여 며칠 바짝 달라붙을 날이 곧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아이는 노래를 부르며 글 옮겨쓰는 놀이를 한참 한다. 다 쓴 뒤 “다 했어요!” 하면서 공책을 쫙 펼쳐서 보여준다. 턱에 공책을 끼고는 콩콩 춤을 추기도 한다. 언제나 무엇이든 놀이가 되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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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82] 아기 사진

 


  올 2013년 12월에 첫 호를 내놓은 사진잡지 《포토닷》이 있습니다. 사진잡지라서 꼭 ‘사진’이라는 이름을 써야 하지는 않지만, 굳이 영어로 ‘포토’를 써야 하지도 않아요. 그림을 이야기하는 잡지라면 반드시 ‘그림’이라는 이름을 써야 하지는 않지만, 애써 영어로 ‘일러스트’를 써야 하지도 않아요. 생각하는 힘을 기를 때에 새로운 말뿐 아니라 새로운 넋과 사랑과 꿈이 자라요.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새로운 말도 자라지 못하는데다가 새로운 넋이나 사랑이나 꿈 또한 자라지 못해요. 새 사진잡지 《포토닷》을 찬찬히 읽는데, ‘베이비 포토’를 찍는다는 사람 이야기가 흐릅니다. ‘베이비 포토’가 무얼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깨닫습니다. ‘아기 사진’을 그저 영어로 적었을 뿐이로구나 하고. 아기를 찍으면 ‘아기 사진’인데, 왜 영어로 이름을 붙이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요새는 ‘아기 신’도 ‘베이비 슈’라 한다니, ‘베이비 포토’라 쓸 만하기도 할 테지만, 이 나라는 영국도 미국도 필리핀도 아닌 한국인걸요. 한국말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국말은 누가 쓸 말일까요. 4346.12.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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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다람쥐 - 온누리 동화 28
한스 페터슨 지음, 김정회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온누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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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40

 


아이들아, 우리 즐겁게 놀자
― 마티아스와 다람쥐
 한스 페터슨 글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정희 옮김
 온누리 펴냄, 2007.2.7.

 


  아이들은 무엇을 갖고 놀까요. 우리 집 아이들을 바라보면 손바닥에 아무것 없어도 저희끼리 놀이를 지어냅니다. 내 어릴 적 돌아보면 손바닥에 햇볕 한 줌 드리우면 햇볕을 갖고 놀이를 지어요. 바람이 불면 바람을 갖고 놀이를 즐깁니다. 풀잎 하나로 놀이가 태어나고, 꽃송이 하나로 놀이가 샘솟아요. 장난감이 있을 적에는 장난감을 갖고 놀지만, 장난감 없이도 온갖 놀이를 새롭게 지어서 하루를 길고 재미나게 누립니다.


  아이들이 만화책 한 권을 천 번 이천 번 되읽습니다. 아마 만 번 다시 읽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나 어릴 적에도 같은 만화책 하나로 새록새록 이야기를 누립니다.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느끼고, 다시 넘길 적마다 예전에 느끼지 못한 빛을 만나요.


  어느 날은 밥을 먹다가 밥알을 낱낱이 센 적 있어요. 젓가락으로 밥알을 하나씩 집으면서 숫자를 세요. 밥알을 하나씩 집으며 숫자를 세다가 노란 씨눈이 있는 쌀알과 씨눈이 없는 쌀알을 헤아립니다. 씨눈이 있는 쌀알을 씨눈맛을 가만히 생각하며 천천히 씹고, 씨눈이 없는 쌀알은 온통 하얀 쌀알갱이는 어떤 맛인가 하고 찬찬히 생각하며 씹습니다.


.. 마티아스는 잔디가 나 있는 건너편 구석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 풀밭은 코딱지만 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티아스는 그 풀밭에다 ‘마티아스의 정원’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정원이라고 해 봤자 돌틈 사이로 막 솟아나기 시작한 풀 세 포기가 전부였습니다 … 마티아스는 엄마에게 주려고 꽃을 꺾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관리인 아저씨를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아저씨가 마티아스의 정원에 난 풀을 잡초라며 마구 뽑아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14, 15쪽)


  고무줄을 넘거나 줄넘기를 넘어도 놀이예요. 잔돌로 공기놀이를 해도 놀이이지만, 주머니에 조약돌 몇 넣고 조물딱거려도 놀이입니다. 조약돌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손바닥으로 퇘 뱉고, 내 침을 내 옷으로 슥슥 문지른 뒤 침내음 맡아도 놀이예요. 볕 좋은 구석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돌을 가만히 들여다보아도 놀이가 돼요. 내 손에 있는 이 작은 돌이지만, 이 작은 돌을 지구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 작은 돌인 지구별 어디쯤 내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 내가 발을 디딘 이 지구별을 이 작은 돌멩이처럼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이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미끄럼을 위에서 주룩 미끄러져 타고 내려와도 놀이이지만, 거꾸로 밟고 올라가도 놀이예요. 어른들은 미끄럼틀 무너지랴 걱정하지만, 아이들은 뒤에서 달려 미끄럼틀 미끄러운 발판을 쿵쾅거리면서 거꾸로 달려 올라가는 놀이를 합니다. 거의 다 올라갔다가 미처 마지막 한 발 못 올려 주루룩 미끄러지기도 하고,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엉금엉금 올라가며 놀기도 해요.


  그네에 앉아 설렁설렁 놀기도 하지만, 그네를 굴러 휙 날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네 발판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빙글빙글 돌아요. 등을 대고 드러누워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그네줄을 잡고 줄타기를 하듯 올라가기도 해요.


  그네줄 잡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평균대 밟듯 밟으며 건너편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어느 집 어머님이 보셨다면 아마 깜짝 놀랄는지 몰라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서 놀이터 모래밭에 쿵 하고 떨어지거나 말거나, 참말 이렇게 터무니없다면 터무니없는 놀이를 하면서 자랐습니다.


.. 마티아스는 새가 자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동물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마티아스는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습니다 … 이제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까지 떠올랐기 때문에 오후가 되면 잠깐이지만 풀포기도 햇볕을 쪼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마티아스도 햇볕을 쪼이며 정원을 살폈습니다 … 하루는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왔습니다. 마치 마술을 보는 듯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날아왔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  (17, 25, 26쪽)


  한참 놀다가 까마중을 따먹습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는 까마중이 언제 열리는 지 잘 몰랐어요. 그리고, 어느 풀이 까마중풀인 줄 몰랐고, 까마중꽃은 아예 생각조차 않습니다. 누군가 “야, 여기 까마중 있다!”고 하면 비로소 거기에 그게 까마중이네 하고 생각하며 질세라 이길세라 까만 알 훑어 입에 털어넣기에 바쁩니다.


  바알간 꿀꽃을 톡톡 따서 먹을 적에도 그래요. 나 한 송이 너 한 송이 먹을 때도 더러 있지만, 으레 서로서로 달라붙어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아옹다옹 합니다.


  봄에 단풍꽃 지고 단풍씨 맺을 적에는 단풍나무 밑에 바글바글 모여요. 저마다 키가 닿는 데까지 껑충껑충 뛰어 단풍나무 가지를 붙잡습니다. 단풍씨앗 모으려고 용을 써요. 단풍씨앗은 하늘로 휘 던지면 빙글빙글 돌며 천천히 내려옵니다. 10분 쉬는 말미 끝나는 종 치는 줄 모르는 채 단풍씨앗 던지며 놀아요. 나중에는 단풍씨앗 모양을 흉내낸 종이 장난감을 만들어 던지기도 합니다. 높은 데에서 단풍씨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교실 4층 창문에서 살며시 내려놓기도 해요.


  내가 어릴 적 놀던 모습이든, 우리 집 아이들 요즈막에 시골집에서 노는 모습이든, 참말 스스로 놀이를 짓습니다. 동무들이 서로 새로운 놀이를 지어 함께 즐기기도 하고, 혼자서 해바라기하면서, 또는 혼자서 집을 보면서, 또는 심부름을 하느라 가게나 이웃집 다녀오는 길에 갖가지 생각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놀이나라에 흠뻑 젖어듭니다.


.. 마티아스는 동전을 바라보았습니다. 마티아스는 여느 때 같으면 그 동전을 집으로 가져가 저금통에 넣었을 것입니다. 자전거를 사려고 저금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시장을 헤매며, 어쩌면 한 주일 내내 헤매야 한다면 마티아스는 곧 굶어죽을 것이고, 그러면 자전거 따위는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돈으로 먹을 것을, 그러니까 작은 빵이라도 사 먹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 … 마티아스는 아주 천천히 찻길을 건넜습니ㅏㄷ. 마티아스는 한참 동안 전차의 선로 사이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경찰처럼 차에 치이지 않고 길 한복판에서 서 있을 때는 손바닥에 땀이 났습니다. 평소 같으면 마티아스는 전후좌우를 여러 번 살폈을 것입니다. 마티아스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그리고 다른 끔찍한 것에 치이지 않으려고 쏜살같이 차도를 건넜습니다 ..  (63, 108∼109쪽)


  한스 페터슨 님이 쓰고 일론 비클란트 님이 그림을 붙인 《마티아스와 다람쥐》(온누리,2007)를 읽습니다. 스웨덴 도시 한복판에서 동무나 형제 없이 조용하면서 쓸쓸히 지내는 아이 ‘마티아스’는 날마다 심심합니다. 그러나, 심심한 하루를 그저 심심하게만 보내지 않습니다. 스스로 놀이를 지어요. 풀 세 포기 난 연립주택 손바닥만 한 마당을 ‘뜰’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풀놀이를 합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이를 생각합니다. 이러던 어느 날 마음 착한 이웃 형을 만나 다람쥐하고 사이좋게 하루를 누리기도 합니다.


.. “그래, 잠깐 동안이야. 어쨌든 슐로스파르크 공원에 가서 짐짐이가 풀과 공원에 있는 모든 것에 익숙해지도록 연습시켜 주자. 이제부터 너는 네 자신보다는 짐짐이를 더 생각해야 해.” … “내가 50까지 두 번 셀 동안이면 짐짐이는 몇 킬로미터나 가 버릴걸.” 마티아스가 말했습니다. “그렇게 멀리 달아난다면 짐짐이는 틀림없이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거야.” 마르틴이 말했습니다 ..  (91, 153쪽)


  집 둘레에 함께 놀 동무가 없거나 집에 같이 어울릴 형제가 없이 지내야 한다면, 게다가 도시 한복판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무시무시한 물결에 시달려야 한다면, 무얼 하며 놀 만할까요. 오늘날 이 나라 도시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놀 만한가요.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지어낼 수 있을까요. 느긋하게 해바라기를 하다가 손가락 꼼지락거리며 놀 겨를이 있을까요. 하루 10분이나 1분조차 빈둥거릴 틈이 있나요. 빈둥거리면서 달력에 그림을 그릴 새가, 빈둥거리다가 바둑알 만지작거릴 새가, 참말 얼마나 있으려나요.


  놀이방에 가야 놀이가 되지 않아요. 놀이공원에 가야 놀이가 즐겁지 않아요. 놀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있어야 하지 않고, 놀이도감을 펼쳐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스스로 놀아야지요. 스스로 놀 때에 놀이요, 스스로 노는 아이가 아이입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은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에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스스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밝히면서, 스스로 가장 신나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에 참다운 어른이 되어요.


.. 소녀는 천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곳에는 장 속에 갇힌 원숭이 두 마리가 불쌍한 모습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원숭이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천을 다시 내려뜨리고 다른 커다란 장의 뚜껑을 젖혔습니다. 그 안에는 작은 곰이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원숭이와 곰을 보니 마티아스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갇혀 있는 게 끔찍해 보였습니다. 마티아스는 결코 짐짐이를 이곳에 남겨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  (144쪽)


  함께 놀아요. 어른과 아이가 손을 맞잡고 놀아요. 어른과 어른 모두 어깨동무를 하면서 놀아요. 서로한테 굴레를 씌우지 말고, 스스로 짐을 짊어지지 말고, 이런 규칙이나 저런 조건은 걸지 말고, 스스럼없이 놀아요.


  놀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놀면서 지구를 헤아리며, 놀면서 사랑을 보살펴요. 놀면서 꿈을 꾸고, 놀면서 노래를 부르다가는, 놀면서 삶을 지어요. 4346.1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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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와 아름답다, 예쁘다와 아리땁다,

이런 낱말을 어떻게 달리 가려서 쓰는가를

제대로 짚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합니다.

 

한국어사전 가운데 이를 제대로 가리는 책은

아직 없습니다. 한두 가지 살짝 건드리기는 해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해요.

 

제대로 된 한국어사전이 되자면, 바로 이런 대목을

슬기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느껴요.

백과사전이 아닌 '한국말'사전이 되어야 할 테니까요.

 

..

 

 

곱다·예쁘다·아름답다·아리땁다·어여쁘다
→ ‘아름답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을 뿐 아니라,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마음이 함께 일어나는 느낌을 밝힙니다. ‘곱다’고 말할 적에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기에 좋다는 뜻일 뿐, 보거나 듣거나 느끼면서 즐겁다는 느낌을 담지 않아요. 그리고, ‘아름답다’는 서로 잘 어울리거나 둘레와 어우러지는 느낌이 짙고, ‘곱다’는 부드럽거나 따스한 느낌이 짙습니다. ‘예쁘다’는 좋다는 느낌이 아닌, 하는 짓이나 모양이 마음에 드는 느낌입니다. ‘맵시’는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가리키는데, 마음이나 몸가짐이나 옷차림이나 모습이 보기 좋을 때에 ‘아리땁다’라 말합니다. 목소리가 보드라울 적에 ‘곱다’ 말하고, 목소리가 악기나 다른 소리와 잘 어울릴 적에 ‘아름답다’ 말하며,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고 할 적에 ‘아리땁다’나 ‘예쁘다’고 말합니다. ‘예쁘다’는 나어린 사람한테 흔히 쓰고, ‘어여쁘다’는 조금 나이든 사람한테 흔히 쓰는구나 싶어요. 또는, 말느낌에서 살짝 다릅니다. 사람들이 “예쁜 할머니”라는 말을 요즈음 곧잘 쓰는데, 이때에는 할머니 나이가 되어도 아이들처럼 귀엽게 말을 하거나 몸짓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여쁜 할머니”라고 할 적에는 귀여움보다는 ‘사랑스러움’이 감도는 느낌이라고 봅니다.


곱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다
 - 얼굴이 곱구나
 - 봄꽃이 곱게 핀 밭둑에 앉는다
2. 빛깔이 밝고 맑다
 - 햇볕이 고운 하루
 - 구름과 들판이 매우 고운 시골
3. 소리가 부드럽고 맑다
 - 풀벌레와 새와 개구리가 곱게 노래하는 여름날 저녁
4. 사랑스럽고 반갑다
 - 우리 언니는 고운 님을 기다린다
5. 상냥하고 부드럽다
 - 마음씨가 곱고 몸가짐이 바르다
6. 거칠지 않고 보드랍다
 - 바닷가 모래알이 고우니 모래놀이 하기에 좋다


예쁘다
1. 생긴 모습이나 하는 짓이 마음에 들다
 - 웃는 얼굴이 참 예쁘구나
2.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몸짓이 반듯해서 마음에 들다
 - 심부름도 잘 하고 아주 예쁘네


아름답다
1.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느낌으로 오는 모습이 참 좋으면서 즐겁다
 -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
 - 눈이 확 트이며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진다
2. 훌륭하거나 착해서 마음에 들며 즐겁다
 -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처음 들었어요
 - 우리 할머니는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에요


아리땁다
: 마음이나 몸가짐이 맵시 있어 마음에 들다
 - 아리따운 몸짓으로 춤을 춘다

어여쁘다
: ‘예쁘다’와 같은 말. 조금 예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쓴다.
 - 복숭아꽃은 보면 볼수록 어여쁘단 말이야

 

(최종규 . 2013 - 새로 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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