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2.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

 윤예나 글, 2016.



“아버지 어제 돌아왔는데, 오늘 장보러 가게요? 힘들잖아요?” “몸이야 이튿날 더 쉬면 되고, 이제 어제부터 ‘어린이날 맞이 쉼날잔치’라서, 딱 오늘 읍내로 가야 나래터를 들르고 저잣마실을 할 수 있어.” 시골에서도 날짜에 따라서 움직여야 할 줄은 몰랐다. 달종이에 빨갛게 그리는 쉼날이면 시골버스가 모두 쉰다. 서울에서 쉼날에 버스·전철이 다 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요새는 시골에서 쉼날에 택시조차 거의 쉰다. 군청에서 이바지돈(보조금)까지 받는 시골버스가 쉼날에 쉬어도 될까? ‘시골 다리빛(교통권)’에 목소리를 함께 내는 이웃을 아직 못 만난다. 큰아이가 같이 저잣마실을 가겠노라 한다. 함께 걷고 쉬고 얘기한다. 어린놀이터에 앉아 함께 읽고 쓰고 바람을 쐰다. 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가는 느티나무를 쓰다듬고서 집으로 간다.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는 2020년에 새로 나온다. 그런데 그림책에 영어 ‘레시피’를 그냥 써도 될까? 어린이는 안 봐도 된다는 마음으로 이런 말씨를 그대로 둔다면 하나도 안 어른스럽다. 그러나 이 책은 ‘어린이 아닌 어른’이 볼 그림책이겠지. 어른도 그림책을 읽을 만하다고 여기는 마음일 텐데, ‘어른도’가 아니라, ‘아이곁에서 함께’라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다 레시피》(윤예나 글·서평화 그림, 노란상상, 2020.7.15.)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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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황화섭 글, 몰개, 2023.7.28.



아침 일찍 움직인다. 일빛날(노동절)인 탓인지 인천에서 서울 가는 길이 퍽 느슨하다. 복판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한 시간쯤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구름이 놀랍도록 우람하다. 자리에 앉아서 자다가 읽다가 자다가 쓰는데, 뒤쪽에서 아줌마 서넛이 끝없이 떠든다. 다섯 시간 즈음 떠드는 목청이 대단하다. 고흥에 닿으니 빗줄기가 굵다. 비내음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나흘 만에 집밥을 누리고 이야기를 잇고서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빗소리가 포근히 재운다. 《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를 읽었다. 노래(시)를 이만 하게 쓰는 분이 첫 꾸러미를 내었다니 놀랍다. 그러나 꾸러미를 자주 많이 내어야 노래지기이지 않다. 느즈막이 첫 꾸러미를 내었어도, 노래지기 삶을 차곡차곡 풀어내어 이야기를 여밀 줄 알면 된다. 글멋이나 글치레가 아닌, 삶길과 살림길을 한 올씩 들려주면 된다. 별을 보면서 별을 느끼는 대로 이 마음을 옮기면 글이요 노래이다. 밤을 보내면서 밤빛을 느끼는 대로 이 하루를 적으면 글이자 노래이다. 자라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아이로 뛰놀며 자라던 길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갈 아이들이 물려받을 들숲메바다를 그리면서, 이대로 마음씨앗을 얹으면 늘 글씨앗이면서 노래씨앗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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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32 : -의 식물의 여왕의 -ㅁ 아래 행복


그리부이의 나라 사람들은 식물의 여왕의 보살핌 아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그리부이 나라 사람들은 풀꽃님이 보살피면서 즐겁게 살았습니다

→ 그리부이 나라 사람들은 풀꽃지기가 보살피며 기쁘게 살았습니다

《멍텅구리, 세상을 바꾸다》(조르주 상드/이인숙 옮김, 계수나무, 2005) 126쪽


‘-의’를 아무 데나 붙이는 버릇은 일본말씨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건, 풀꽃님이나 풀꽃지기이건, ‘-의’ 없이 적으면 됩니다. “식물의 여왕의 보살핌 아래”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ㅁ’ 꼴인 ‘보살핌’을 손질하고 ‘아래’를 덜어내고서 “보살피면서”나 “보살피며”로 적을 노릇이에요. 풀꽃님이 보살펴서 즐겁게 살아가는 나라요, 풀꽃지기가 보살피는 손길로 누구나 기쁘게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ㅍㄹㄴ


식물(植物) : [식물] 생물계의 두 갈래 가운데 하나. 대체로 이동력이 없고 체제가 비교적 간단하여 신경과 감각이 없고 셀룰로스를 포함한 세포벽과 세포막이 있다

여왕(女王) : 1. 여자 임금 ≒ 여주 2. 어떤 영역에서 중심되는 위치에 있는 여자나 사물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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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33 : 본능 설령 소형견


개가 본능대로 덤벼들면, 설령 소형견이어도

→ 개가 문득 덤벼들면, 아무리 작은개여도

→ 개가 바로 덤벼들면, 제아무리 작아도

《학교 선생님 4》(스야마 신야/허강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2) 72쪽


이 보기글은 ‘개’하고 ‘소형견’을 나란히 적는데, 앞에 ‘개’라 적었으니 뒤에서는 ‘작은개’나 ‘작아도’로 손볼 만합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문득 덤벼들면 무섭게 마련이에요. 바로 덤벼들면 제아무리 작더라도 다칠 수 있어요. ㅍㄹㄴ


본능(本能) : 1. [생명] 어떤 생물 조직체가 선천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동작이나 운동. 아기가 젖을 빤다든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행동 따위이다 2. [심리]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나 충동

설령(設令) : 가정해서 말하여. 주로 부정적인 뜻을 가진 문장에 쓴다 ≒ 설사(設使)·설약(設若)·설혹(設或)·억혹(抑或)·유혹(猶或)

소형(小型) : 같은 종류의 사물 가운데 작은 규격이나 규모

-견(犬)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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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34 : 목적 군 인형 GET 거


내 목적은 긴타 군 인형을 GET하는 거예요

→ 나는 긴타 꼬마를 얻으려 해요

→ 나는 긴타 귀염이를 낚으려 해요

《학교 선생님 4》(스야마 신야/허강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2) 6쪽


처음에는 장난스레 영어를 곁들이는 말씨일 테지만, 어느새 우리 마음을 넓거나 깊거나 새롭거나 즐겁게 나누는 길하고 등집니다. 처음에는 장난이나 멋일 테지만, 우리말로 놀이를 하거나 멋을 부리기 어렵다고 여기는 셈이거든요. 얻거나 낚거나 잡거나 쥐거나 받으려고 할 적에는 ‘겟(get)’이 아닌 ‘얻다·낚다·잡다·쥐다·받다’를 가려서 쓰면 됩니다. “긴타 군”처럼 붙이는 ‘군(君)’은 일본말씨예요. “내 목적은 (무엇)하는 거예요”는 옮김말씨입니다. “나는 (무엇)을 하려 해요”처럼 손질합니다. ㅍㄹㄴ


목적(目的) : 1.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 2. [심리]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의 관념. 또는 목표로 향하는 긴장

군(君) : 1. (성이나 이름 뒤에 쓰여) 친구나 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르거나 이르는 말 2. 듣는 이가 친구나 손아래 남자일 때 그 사람을 조금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하게할 자리에 쓴다

인형(人形) : 1. 사람이나 동물 모양으로 만든 장난감 2. 사람의 형상 3.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4. [역사] 뼈, 돌, 진흙 따위로 사람의 얼굴이나 몸체를 본떠 만든 고대의 우상(偶像)

get : 1. 받다 2. 얻다, 구하다, 마련하다 3. (무엇을 팔고 돈을) 받다[보다] 4. (어디에 가서) 가져[데려/불러] 오다 5. (처벌을) 받다 6. (방송을) 수신하다 7. (신문·잡지 등을 정기적으로) 받다[보다] 8. (성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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