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5 : -의 결혼 감정 갖고 계셔


삐뽀 씨의 결혼에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

→ 삐뽀 씨가 짝을 맺어서 안 좋아하셔

→ 삐뽀 씨네 꽃살림을 못마땅해 하셔

《보노보노 23》(이가라시 미키오/서미경 옮김, 서울문화사, 2004) 110쪽


가까이 있는 사람이 맺은 짝을 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꽃살림을 차릴 적에 못마땅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우리말 ‘마음’이나 ‘느끼다’를 한자로 옮겨 ‘감정’으로 적으려다 보니, “안 좋아하셔”를 “안 좋은 감정을 갖고 계셔”처럼 잔뜩 늘립니다. “-고 있다”로 군더더기를 붙이는데, 올림말까지 잘못 붙이는군요. “-고 있다”를 ‘계시다’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올림말이지 않아요. ‘-시-’는 “안 좋아하셔”나 “못마땅해 하셔”처럼 넣어야 알맞습니다. ㅅㄴㄹ


결혼(結婚) :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

감정(感情)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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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6 : 그 큰 콤플렉스를 -고 있


나는 그 일에 가장 큰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창피했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부끄러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아팠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찔렸다

→ 나는 이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의 장난감 2》(오바나 미호/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4) 257쪽


어느 일이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일이야말로 아프거나 찔릴 수 있어요. 남보다 모자라거나 못한다고 여기니 힘들거나 고단해요. 그렇지만 위나 아래를 따지지 않는다면, 내가 낮거나 네가 높지 않은 줄 알아볼 수 있다면, 이 삶을 사랑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이라면, 말을 더듬든 글씨가 삐뚤거리든, 늘 우리 마음을 고이 펴고 고스란히 나누면서 환하게 웃음을 짓습니다. ㅅㄴㄹ


콤플렉스(complex) : [심리]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 융은 언어 연상 시험을 통하여 특정 단어에 대한 피검자의 반응 시간 지연, 연상 불능, 부자연스러운 연상 내용 따위가 이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였다. ‘강박 관념’, ‘열등감’, ‘욕구 불만’으로 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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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47 : 많은 책 가진 독서광


이렇게 많은 책을 가진 사람은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지 않았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책벌레이지 않을까

→ 이렇게 책이 많으면 어릴 때부터 글사랑이지 않을까

《책이 좀 많습니다》(윤성근, 이매진, 2015) 13쪽


책이 많을 적에는 “책이 많다”라 합니다. “책이 많이 있다”라 하기도 합니다. “많은 책을 가지다”는 잘못 퍼진 옮김말씨입니다. 돈이 많으면 “돈이 많다”라 합니다. “많은 돈을 가지다”도 잘못 쓰는 옮김말씨예요. 오늘날에는 집에 책을 많이 두지만, 어릴 적에는 책을 거의 안 읽거나 모르던 분이 있어요. 어린이 책벌레가 어른 책사랑으로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노래하며 놀던 아이가 글사랑에 책사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ㅅㄴㄹ


독서광(讀書狂) : 책에 미친 듯이 책을 많이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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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 2일에 쓴 글을

문득 돌아본다.

새벽에 신문배달을 마치고서 쓴 글일 테지.

아스라한 지난날이로구나.


..


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1999.1.2. 길그림에 없는 책집



  고등학교를 다니던 1992년에 헌책집을 찾으러 서울로도 가 볼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인천에서 늘 드나들던 배다리 헌책집에서 여러 어른한테 여쭈니, 서울에는 인사동이나 청계천이나 서울역 둘레에 헌책집이 참 많다고 알려준다. 큰책집에 가서 두툼한 길그림책을 들추었다. 그런데 아무리 커다란 길그림책이어도 인사동이건 청계천이건 서울역 언저리에 있다는 책집을 찾을 길이 없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처럼 커다랗다는 책집도 찾을 길이 없다.


  그러고 보면, 인천 길그림에는 〈대한서림〉조차 없다. 백화점이나 큰가게나 병원이나 은행은 길그림에 잘 나온다만, 책집을 길그림에 담은 적은 없지 싶다. (1992년과 1999년뿐 아니라 2024년에도 매한가지이다. 따로 ‘책집 길그림’을 낼 적에는 담되, 여느 길그림에는 책집을 안 적어 놓는 우리나라이다)


  서울이나 부산은 땅밑을 다니는 전철길이 거미줄 같다. 전철을 타고내리는 곳에는 으레 커다랗게 길그림을 걸어 놓는데, 전철나루 길그림에 책집을 그려 놓은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굳이 책집을 길그림에 넣느냐 안 넣느냐 하고 따질 마음은 아니다. “책집을 길그림에 넣을 줄 아는 나라와 고장과 마을”이라면, 이 나라와 고장과 마을은 아름답고 알차다고 느낀다. 먹고 마시고 노는 밥집과 술집과 옷집만 길그림에 빼곡하게 담는 나라와 고장과 마을은, 안 아름답고 앞날이 새카맣다고 느낀다.


  나라에서는 으레 ‘문화사업’이나 ‘예술사업’을 한다고 떠들썩하다.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 돈을 더 많이 들여야 ‘문화·예술’인가? 사람들이 더 많이 구경해야 ‘문화·예술’인가? 마을에서 마을사람이 스스로 조촐히 삶을 새기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마을책집 이야기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에서 ‘문화·예술’이라는 새싹이 돋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리하여 나는 스스로 ‘책집그림(책집지도)’을 그린다. 나라에서 안 그린다고 나라를 탓하지 말자. 인천이나 부산이나 서울 같은 큰고장이 책집그림에 아무 뜻이 없다고 나무라지 말자. 벼슬꾼(국회의원·공무원)이 책집그림에 팔짱을 끼든 말든 그들을 쳐다보지 말자. 내가 오늘 다니는 책집을 스스로 눈여겨보면서, 두 다리로 뚜벅뚜벅 길이를 재서 흰종이에 차근차근 길을 담아 보자. 책집을 둘러싼 마을은 골목이 어떠한지 모두 두 다리로 누벼 보고서 천천히 길그림을 여미자.


  내가 하면 된다. 내가 읽으면 되고, 내가 새기면 되고, 내가 느끼면 되고, 내가 하면 된다. 내가 그리면 된다. 책마을 언저리를 스스로 그리고, 책숲마실을 그리고, 책집마실을 함께할 동무하고 이웃을 그리면 된다.


  전화번호부에조차 책집이름이 안 오르기 일쑤이니, 책집을 찾아다닐 적마다 책집 전화번호하고 주소도 챙기자. 책집 둘레로 지나가는 버스를 살피고, 어디에서 어떤 버스나 전철을 내려서 몇 걸음(미터)을 가면 책집을 만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짚으면서 책집그림을 선보이자. 내가 꾸리는 책집그림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누리집(피시통신)에 모두 올려놓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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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6.4. 한 바퀴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을 마칩니다. 다만, 마쳤다뿐, 아직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넉벌손질을 하려고 통째로 몇 벌씩 되읽으면서 살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름은 넉벌손질이되 거의 열넉벌손질과 같은 한 달을 보냈습니다. 종이꾸러미에 적바림한 대목을 셈틀로 하나하나 옮기노라면 더 손볼 데를 찾을 수 있겠지요. 이대로 새로 앉히면 닷벌손질도 만만하지 않게 마주해야 할 테고요.


  일손을 쉬면서 앵두를 훑습니다. 손과 옷과 몸에는 앵두물이 들고, 앵두남새가 뱁니다. 제비가 지나가면서 노래합니다. 구름이 흘러가면서 그늘을 내줍니다. 다시 해가 나면서 따뜻하게 어루만집니다. 맨발로 풀밭에 서고, 맨손으로 나뭇가지를 움직이면서 앵두빛으로 물듭니다.


  저녁 여섯 시 즈음이면 슬슬 해가 넘어가면서 개구리노래가 스멀스멀 번집니다. 해가 까무룩 넘어가서 까만밤에 이르면 온통 개구리잔치에 새노래에 풀벌레노래가 살짝 섞입니다. 노래가 흐르는 이 숨빛을 맞아들이면서 말빛을 가다듬는 하루입니다. 날마다 한 바퀴씩 천천히 찾아들다가 지나갑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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