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5.


《잊혀진 미래》

 팔리 모왓 글·그림/장석봉 옮김, 달팽이, 2009.11.12.



간밤부터 비가 퍼붓는다. 아침에 빗물을 뜨기로 한다. 비날에는 빗물이 가장 맑고 싱그러우면서 맛나다. 서울이라면 빗물을 어떻게 마시느냐고 할는지 모르나, 비가 한참 내렸다면, 서울에서도 빗물을 받아서 마실 만하다. 더구나 서울에서도 풀꽃나무는 빗물로 자란다, 서울에서 텃밭을 하는 분도 “빗물 머금은 푸성귀”를 누린다. 이 빗물이야말로 푸른별을 살찌우고 파란바다를 북돋운다. 《잊혀진 미래》는 1952년에 처음 나온 “People of the Deer(사슴겨레)”를 옮겼다. 그즈음에 벌써 사라지려고 하는 살림터 한 곳에 오래 깃들면서 이야기를 갈무리한 꾸러미이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나라에도 잊히면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나라가 등졌기에 잊히지 않는다. 나·너·우리가 함께 등지기에 잊힌다. 배움터에서 안 다루기에 잊히지 않는다. 우리·나·너가 스스로 안 쳐다보기에 잊힌다. 풀꽃을 안 보면 풀꽃에 붙인 이름을 잊고, 풀꽃살림을 잃는다. 새를 안 보면 새가 왜 새인지 잊다가, 새한테서 배우던 살림과 보금자리를 잃는다. 바다를 잊으니 바닥난 마음이다. 바람을 잊으니 바람을 피운다. 오늘 바라보는 대로 마음이 자란다. 오늘 생각하는 길대로 저마다 삶을 이룬다.


#People of the Deer #사슴겨레

#FarleyMowat (1952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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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4.


《チリとチリリよるのおはなし》

 どい かや 글·그림, アリス館, 2021.9.16.



이튿날은 어린이날인데, 해날에 걸린대서 이다음 달날도 쉼날이라고 한다. 쉼날에는 시골버스가 제대로 안 다닌다. 오늘 저잣마실을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노래를 쓰면서 다녀오는데, 읍내에 유난히 사람이 많고, 어린이와 젊은 엄마도 많다. 그래, 어린이날 앞뒤로 쉼날이 기니까 나들이하는 사람이 많구나. 서울에서 고흥으로 오는 시외버스가 일곱 시간 넘게 걸렸다는 말을 문득 듣는다. 대단하구나. 저녁에는 곁님하고 큰아이가 김치를 담그느라 부산하다. 숲노래 씨는 짐꾼으로 저잣마실을 다녀와서 일찍 누웠다. 부산소리를 듣다가 꿈밭으로 가고, 밤에는 빗소리를 듣는다. 《チリとチリリよるのおはなし》를 꽤 오래 곁에 둔다. 한글판이 나올는지 알 길이 없기에 일본판으로 장만했다. 두바퀴를 천천히 달리면서 하루를 부드러이 즐기는 두 아이가 나오는 줄거리이다. 하늘도 날고, 바다도 가르고, 눈밭도 누비고, 숲도 지나는 두 아이는 이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거닐면 둘레를 본다. 천천히 두바퀴를 구르면 이웃을 만난다. 햇볕을 머금으면 누구나 튼튼하다. 바람을 마시면 언제나 싱그럽다. 빗물을 반기면 새롭게 깨어난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조촐한 보금자리를 노래하는 분이 늘어나기를 빈다.


#도이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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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3.


《機械仕掛けの愛 6》

 業田良家 글·그림, 小學館, 2019.10.5.



볕날을 누린다. 한낮에 볕을 쬐면서 풀을 베거나 빨래를 널면서 “살짝 덥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나 어스름이 끼는 저녁이면 어느새 서늘하고, 밤에는 “살짝 춥네” 하고 느낄 만하다. 마을논 한 배미가 사라지고 잿더미(시멘트)로 뒤덮였다. 살림을 잊어가는 시골이다. 두고두고 짓던 논밭에 잿더미를 부으면, 그 땅은 죽음자리로 뒤바뀐다. 서울을 줄여서 숲으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 새로 뭘 더 때려박거나 올리지 말고, 이제는 잿더미를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한테 어떤 삶터를 물려줄 셈인지 생각해야 한다. 《機械仕掛けの愛 6》을 읽었다. 한글판은 2014년에 두걸음까지 나오고 더 안 나온다. 한글판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본판을 사읽는 쪽이 빠르겠지. 아니, 한글판은 더 안 나올 수 있다. 《토리빵》이나 《문조님과 나》나 《버섯 강아지》나 《내 마음속의 자전거》나 《천상의 현》을 보아도 어렵잖이 알 만하다. ‘마스다 미리’는 제발 그만 옮기고, 《기계장치의 사랑》이야말로 뒷자락과 새이야기를 옮기면서 이 나라에 ‘생각씨앗’을 심을 일이라고 본다. 사람은 자꾸 사람빛을 잃어가고, 사람꽃(로봇·AI)이 차츰 사람빛을 담고 나누는 길로 간다고 느낀다. 살림손을 잊고서 살림꾼하고 등지니, 사람다운 빛이 스러진다.


ㅅㄴㄹ


#고다요시이에 #기계장치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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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


《꼬마 정원》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김석희 옮김, 미래사, 1994.12.10.



볕날을 잇는다. 어제 해놓고서 집안으로 들인 빨래를 내놓아 햇볕을 먹인다. 아침해가 유난히 반짝이면서 따뜻하다. 이 봄볕을 머금으면서 나무가 무럭무럭 줄기를 올리고, 새로 가지를 뻗고, 잎망울을 터뜨린다. 낮에 읍내 나래터를 가려 했으나 15시 시골버스가 안 들어온다. 또 이렇구나 하고 여기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노래꽃 한 자락을 마저 쓴다.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로 간다. 들바람은 벌써 여름바람이다. 오늘치 일을 마치고서 일찍 등허리를 편다. 저녁에 느즈막이 일어나서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별을 헤아린다. 《꼬마 정원》은 2000년에 처음 만났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한글판으로 옮기는 곳이 있어서 놀랐고, ‘레나 안데르손’이라는 이름을 머리에 또렷이 새겼다. 이 나라를 떠나야 한 숱한 아기는 머나먼 나라에서 ‘새아이’로 살아야 했다. 삶자리를 고이 찾기도 했지만, 헤매고 떠돌면서 벅차게 살아야 한 사람이 참으로 많다. 이 나라는 ‘새아이’를 품지 못 할 만큼 비좁은지 돌아볼 노릇이다. ‘한겨레’란 ‘하나인’ 겨레이기도 하지만 ‘하늘빛’으로 ‘커다란’ 겨레이기도 하다. 우리가 참다이 한겨레라면, ‘하나’만이 아닌 ‘하늘빛·커다란’으로 아우를 줄 알아야지 싶다.


#LinneasArsbok #LenaAnders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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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배성호 글, 철수와영희, 2024.5.5.



돌담 너머로 가지를 뻗은 뽕나무하고 무화과나무를 조금 쳐내서 마당에 놓았다. 천천히 말라가다가, 비가 오니 빗물을 머금고서 잎이 새삼스레 푸르다. 바람이 잔잔하고 날은 시원하다. 조그마한 후박꽃을 한 송이 따서 혀에 얹는데 온몸으로 달콤한 맛이 훅 번진다. 꽃을 더 훑고 싶지만 무럭무럭 익은 뒤에 열매를 누리자고 생각한다. 밤에 이르자 구름이 모두 걷히고서 별이 나온다. 멀거니 고개를 들고서 빙그르르 살핀다. 반짝이는 별을 늘 바라보는 하루라면, 별빛을 마음에 담고서 살림을 짓겠지. 별이 반짝이지 않는 밤을 맞이하는 터전이라면, 모든 사람이 밤하늘 별처럼 다 다른 숨빛인 줄 잊으리라 본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를 읽었다. ‘어린이날’을 세운 뜻이 훌륭하다고 여기는데, 좀 다르게 볼 수 있다. “낙엽을 태우며”를 쓴 이효석 못지않달까. 서슬퍼런 지난날 숱한 사람들은 징용·징병·위안부로 끌려갔고, 배를 곪다가 죽었다. 이런 때에 기름진 고기밥과 얼음(빙수)과 달달이(설탕)를 그토록 먹을 수 있던 집안이라면, “어떤 어린이한테 어떤 빛과 이야기”를 들려줄 만했을까? ‘어린이’란 이름을 높인 마음은 훌륭하되, ‘어린이·젊은이·늙은이’는 나이로 가른다. ‘아이·어른’이란 이름은, 나이가 어린 사람이 ‘철’이 들면서 스스로 피어나는 길을 짚는다. ‘어린이·아이’는 비슷하되 다른 낱말이다. 옆나라 글을 너무 많이 뒤바꾼(번안) 채 퍼뜨렸고, 《어린이》란 책을 곰곰이 보면 거의 ‘일본것(일본문화)’을 고스란히 따왔다. 우리 아버지가 《어린이》 글뜸(영인본)을 갖추셨기에 1982∼87년에 이 글뜸을 틈틈이 읽었다. 어릴 적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어린이》에 담긴 글과 그림이 여러모로 창피한 우리 민낯을 드러낸다고 느꼈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가 이 모두를 담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너무 치켜세우기보다는 ‘우리 옛자취에서 배울 대목’을 헤아리면서, 좀더 넓고 깊게 다루기를 바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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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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