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にしまき かやこ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글로는 니시마키 카야코라 적는 이름입니다. 일본에서 1939년에 태어나 숱한 그림책을 그렸다고 하는데, 한국말로 나온 이분 그림책은 몇 가지 안 됩니다. 일본에서는 무척 널리 사랑받는다고 하니,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이분 그림책 몇 권쯤 으레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그림책을 살피면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일본 그림책. 둘째, 서양 그림책. 셋째, 한국 그림책. 한국말로 나오는 그림책 가운데 ‘일본 그림책’은 따로 갈래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본 그림책이 한국말로 나오지는 않아요. 아마, 일본 그림책을 모두 한국말로 옮기려면, 이 그림책으로만 하더라도 책방이 가득 차리라 느낍니다.


  한국말로 나오는 일본 그림책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막상 일본 사회나 정치나 경제를 들여다보면 안 사랑스럽거나 안 아름다운 모습이 곧잘 보여요. 왜 그럴까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책과 동화책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는 일본인데, 이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책을 보고 자랐을 일본 어린이는 왜 어른이 되면서 안 사랑스럽거나 안 아름다운 길로 접어들까요?


  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제도권 학교교육이기 때문일까요? 일본도 대학시험은 지옥이라 할 만하기 때문일까요? 일본도 한국과 똑같이 도시로 몰리는 사회이고 도시문명이 막다른 곳으로 치닫는 흐름이기 때문일까요?


  일본은 그야말로 책나라입니다. 일본은 어린이책도 어른책도 엄청나게 많이 만들고 많이 읽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도 책은 꽤 많이 나오지만, 일본만큼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책하고 아예 등을 진 채 살아가는 한국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그러면, 책을 덜 읽는 한국은 일본과 맞대어 놓고 살피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다 할 만할까요? 일본에서도 극우 정치에다가 군국주의로 치달으려는 바보가 많지만, 한국에서도 극우 정치에다가 전쟁무기를 더 갖추자고 닦달하는 바보가 많아요.


  성노예 할머니란 어떤 사람일까요. 전쟁 피해자입니다. 전쟁은 여성을 사람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여성을 노리개로 다룹니다. 군부대 둘레에는 으레 성매매업소가 있어요. 일본은 군부대 둘레가 아니어도 성매매업소가 많습니다. 한쪽에서는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아이들한테 심으려고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름답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은 시설과 문화가 퍼집니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쓰는 어른이 많고 사랑스러운 동화책을 쓰는 어른이 많은 일본이지만, 사회와 정치와 교육과 문화와 경제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가꾸려는 뜻이 없는 어른도 많은 일본입니다. 아마 한국도 이런 틀거리는 엇비슷하리라 느낍니다.


  그러니까, 아름다운 책만 읽힌대서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지 않아요. 사랑스러운 책만 아이한테 베푼대서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살아갈 길을 열지 않아요. 우리가 지내는 마을부터 아름답게 가꿀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사랑스럽게 돌볼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을과 보금자리를 맑고 밝게 다스리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책을 아이와 함께 나누려는 넋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문학은, 책은 책대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도록 하면서, 이 책을 바탕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 우리 마을과 보금자리를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게 일구는 빛을 스스로 찾아서 나아가도록 돕는 몫을 할 때에 제자리를 찾으리라 느낍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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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8
니시마키 가야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3



기운을 차리도록 이끄는 빛

― 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

 니시마키 가야코 글·그림

 이선아 옮김

 비룡소 펴냄, 2007.6.1.



  밥이 맛있는 까닭은 갖은 솜씨를 부려서 멋지게 차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한테 따스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따스하게 차렸기 때문입니다. 라면 한 그릇이든 가락국수 한 접시이든 모두 맛있습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해님과 같은 사랑을 담아서 내미는 밥 한 그릇이 새롭게 기운을 차리도록 이끕니다.


  날마다 기쁜 날입니다. 태어난 날이라거나 어떤 기림날이기에 기쁜 날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기쁜 날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니 어느 하루인들 안 기쁜 날이 될 수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든 눈이 내리는 날이든, 몹시 더운 날이든 매우 추운 날이든, 우리한테는 하루하루 한결같이 아름답게 기쁜 날입니다.


  한 해 가운데 하루만 골라서 케익을 굽거나 떡을 빚을 까닭이 없습니다. 날마다 케익을 구워도 되고, 날마다 떡을 빚어도 됩니다. 우리 삶에서 오늘 하루는 가장 새로우면서 빛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차려서 날마다 먹는 밥은 날마다 새로우면서 맛난 숨결이 됩니다.



.. 사짱은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었어요. 엄마는 늘 “천천히 먹어야지.” 하고 말하지만 오늘은 그럴 짬이 없어요. 왜냐하면, 쉿, 엄마한텐 비밀이거든요 ..  (2쪽)




  꼭 자가용을 달려서 먼 데로 바람 쐬러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꼭 기차를 타고 한참 달리는 곳까지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꼭 배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를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즐겁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마을 한 바퀴를 돌아도 재미있습니다.


  선물은 언제나 마음으로 합니다. 나들이도 언제나 마음으로 합니다. 선물로 꽃을 한 송이 꺾어도 되고, 선물로 삼으려고 꽃을 한 다발 꺾어도 됩니다. 들에 나가 꽃을 종이에 곱게 그린 뒤, 그림을 선물할 수 있어요. 들에서 만난 꽃밭을 가슴으로 듬뿍 안아 노래를 하나 지은 뒤, 노래를 불러서 선물할 수 있습니다. 들꽃 이야기를 글로 써서 편지를 선물해도 돼요. 들꽃을 사진으로 담아 넌지시 보여주듯이 선물할 수 있어요.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하루이기에,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마음이 됩니다.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마음으로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어 보셔요.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겁습니다. 아이 손에 내 손을 얹어 보셔요. 손을 맞대기만 하더라도 따사롭습니다.



.. 사짱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문 앞에 서 있었어요. “엄마, 왜 그래?” 사짱이 묻자, 엄마가 문을 빠끔 열고는 물었어요. “저 애들, 네 친구니?” ..  (22쪽)




  아이들은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가슴에 안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에 업히고 싶습니다. 품에 안기면서 포근하고, 품에 안으면서 웃음이 피어납니다. 등에 업히면서 신나고, 등에 업으면서 노래가 흐릅니다.


  예부터 어느 나라 어느 겨레에서든, 아이와 함께 날마다 새로운 삶을 지으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밥을 지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빨래를 하면서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아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하며, 비질을 하는 동안 노래가 샘솟습니다. 밭일을 하거나 들일을 할 적에도 모두 노래를 했어요. 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했고, 불을 지피거나 나무를 하면서 모두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노래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대중노래를 듣는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만, 스스로 내 삶에서 내 노래를 길어올리는 사람을 만나기 아주 어렵습니다.


  왜 노래를 짓지 않을까요. 왜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요. 왜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짓지 않을까요. 왜 언제나 새로운 삶으로 사랑을 짓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지 않거나 왜 아이들한테 사랑을 가르치지 않을까요.  



.. 혼자 남은 꼬마 늑대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사짱이 깜짝 놀라며 꼬마 늑대한테 다가가 물었어요. “왜 그러니, 꼬마 늑대야? 수프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 났어?” 꼬마 늑대가 잘래잘래 고개를 흔들었어요. 그러더니 이제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어요 ..  (32쪽)




  니시마키 가야코 님이 빚은 그림책 《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비룡소,2007)를 읽습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혼자서 그림책을 읽습니다. 나는 아이 곁에서 아이가 그림책 읽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가 한 번 다 읽은 뒤, 책에 적힌 글월을 몇 가지 다듬습니다. “닭고기 수프가 얼룩덜룩(4쪽)”은 “닭고기 국물이 얼룩덜룩”으로, “사짱은 지금 들판으로 가고 있답니다(6쪽)”는 “사짱은 이제 들판으로 간답니다”로, “달걀 프라이가 나한테 달려오고 있어(8쪽)”는 “달걀 부침이 나한테 달려와”로, “덕분에 사짱은 꽃을 많이 많이 땄답니다(20쪽)”는 “그래서 사짱은 꽃을 많이 많이 땄답니다”로, “늑대는 식탁 위에 올라앉아(24쪽)”는 “늑대는 밥상에 올라앉아”로,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32쪽)”는 “훌쩍훌쩍 울어요”로, “엄마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42쪽)”는 “엄마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긴 듯해”로 다듬습니다.



.. 사짱은 꼬마 늑대를 식탁에서 내려 주며 말했어요. “우리 엄마를 잠깐 빌려 줄 테니까 안아 달라고 해 봐.” … 한동안 엄마 품에 안겨 있자 꼬마 늑대는 다시 힘이 났어요. 그래서 엄마 무릎에서 폴짝 뛰어내렸지요. “나 이제 그만 갈래.” 꼬마 늑대는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서서 말했어요. “엄마, 다음에 또 안아 주세요.” ..  (36, 40쪽)



  아이는 어머니한테 선물을 하고 싶어 들판으로 갑니다. 예쁜 들꽃을 꺾고 싶거든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지내는 집 둘레에도 들꽃은 많구나 싶어요. 그러나 아이는 굳이 먼 들판까지 갑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남달리 기리면서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집 둘레 들꽃은 언제나 집에서 즐겁게 바라봅니다. 먼 들판에 피는 들꽃은 집으로 가져와서 새로운 꽃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머니 생일을 기리고 싶은 마음인데, 곰곰이 따지면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생일입니다. 날마다 생일잔치입니다. 왜냐하면, 날마다 동이 트면서 새롭게 깨어나거든요. 늘 새롭게 태어나는 하루이니 날마다 생일이고 잔치예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날마다 꽃을 꺾지 싶어요. 어머니가 태어난 날 하루만 꽃을 꺾지 않고 날마다 꽃놀이를 할 테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도 어느 하루만 아이를 안지 않고 날마다 아이를 안을 테지요.


  기운을 차리도록 이끄는 빛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담은 손길로 밥을 짓습니다. 사랑을 실은 눈빛으로 마주봅니다. 사랑을 엮은 이야기가 깃든 책을 읽습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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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7] 우리가 있는 곳

― 천등산 꼭대기를 오르면서



  어른들은 멧길을 타고 오르면서 가슴을 활짝 틔운다고 합니다. 나무가 우거진 멧길을 천천히 오르내리면서 푸른 바람을 마시고 푸른 마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도 멧길을 타고 오르내릴 적에 가슴을 활짝 틔우면서 푸른 마음이 될 수 있을 테지요. 독일에서는 이러한 대목을 잘 헤아려 ‘숲 유치원’을 만듭니다. 한국도 일본을 거쳐 ‘숲 유치원’을 받아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겨레는 예부터 언제나 ‘숲마을’이었고 ‘시골마을’입니다. 굳이 ‘숲 유치원’이나 ‘숲 학교’를 만들지 않아도, 늘 숲을 타고 멧길을 오르내렸어요. 나무를 하러 숲에 깃들지요. 지게를 짊어지고 멧길을 타고내렸습니다. 참말 예전에는 어른도 아이도 언제나 숲에서 살거나 놀았어요. 지난날에는 어느 시골에서든 숲을 누리고 멧자락을 품에 안으며 살거나 놀았습니다.


  오늘날에는 등산장비를 갖춘 어른들만 멧길을 오릅니다. 오늘날에는 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숲이나 멧자락을 품에 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가 숲과 멧자락을 가로지르거나 구멍을 내면서 지나갑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가용을 몰아 숲이든 멧자락이든 쳐다볼 겨를이 없이 바삐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움직이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멧길을 오릅니다. 고흥에 뿌리를 내린 지 네 해째 되는 올해에 드디어 아이들과 천등산 꼭대기까지 가 보자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가 더 어릴 적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이제 이 아이들과 멧길을 오르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작은아이가 많이 어리니까 자전거를 끌고 오르고 나서, 내려올 적에는 씽 하고 달립니다.


  멧꼭대기에 이르러 자전거를 눕히고 아이들이 뛰놀도록 한 다음, 나는 지친 몸을 추스르려고 길게 뻗었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지게에 두 아이를 앉히고 멧길을 걸어서 올라올 때가 한결 수월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멧길을 천천히 자전거를 끌면서 올라오는 동안, 아이들은 숲노래를 듣습니다. 멧빛을 바라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터가 어떠한 무늬이고 소리인가 하고 온몸으로 느낍니다. 풀벌레가 울고 새가 날며 골짝물이 흐릅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숲을 생각합니다. 멧골에서 지내는 사람은 늘 멧자락에 마음을 둡니다. 그러니까, 숲사람은 사랑과 꿈을 생각할 뿐, 전쟁이나 경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멧사람은 이야기와 노래를 헤아릴 뿐, 따돌림이나 푸대접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도시와 문명을 이루는 사회에는 끔찍하도록 피가 튀기는 다툼(경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공공기관에서도 공장에서도 ‘어깨동무’ 아닌 ‘경쟁’이 도사립니다. 도시와 문명을 이루더라도 숲과 멧자락이 함께 있을 노릇입니다. 시골에서 살자면 마을과 집이 제대로 숲이랑 멧자락하고 어울려야 합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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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82. 2014.7.24. 손님 밥상



  곁님이 미국으로 람타학교 공부를 하러 떠난 뒤, 세 식구가 단출히 먹는 밥상이었는데, 손님이 한 분 오시면서 밥상이 꽉 찬다. 세 사람이 앉을 적하고 네 사람이 앉을 적은 이렇게 달라지네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한 사람이 있어 뿜는 기운과 나누는 빛이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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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알 책읽기



  우리 집 모과알을 처음으로 둘 딴다. 2011년에 고흥으로 들어온 뒤 처음 얻는 모과알이다. 잘 자란 모과나무 가지를 괜히 이웃 할배가 가지치기를 하는 바람에 지난 세 해 동안 열매를 못 얻었다. 올해에는 모과꽃이 아주 흐드러졌기에 이 가운데 몇은 열매로 자라겠지 하고 느꼈다. 촘촘한 모과잎을 살몃살몃 들추니 예닐곱 알이 굵직하게 맺는다. 이 가운데 둘을 딴다. 부천에서 고흥으로 찾아온 반가운 손님한테 드린다. 따순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과 고운 흙을 먹으면서 아이들 노랫소리를 맞아들인 모과알이 멀리멀리 맑은 내음을 퍼뜨려 주기를 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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