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8
니시마키 가야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3



기운을 차리도록 이끄는 빛

― 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

 니시마키 가야코 글·그림

 이선아 옮김

 비룡소 펴냄, 2007.6.1.



  밥이 맛있는 까닭은 갖은 솜씨를 부려서 멋지게 차렸기 때문이 아닙니다. 배고픈 사람한테 따스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따스하게 차렸기 때문입니다. 라면 한 그릇이든 가락국수 한 접시이든 모두 맛있습니다. 즐겁게 웃으면서 해님과 같은 사랑을 담아서 내미는 밥 한 그릇이 새롭게 기운을 차리도록 이끕니다.


  날마다 기쁜 날입니다. 태어난 날이라거나 어떤 기림날이기에 기쁜 날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기쁜 날입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니 어느 하루인들 안 기쁜 날이 될 수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든 눈이 내리는 날이든, 몹시 더운 날이든 매우 추운 날이든, 우리한테는 하루하루 한결같이 아름답게 기쁜 날입니다.


  한 해 가운데 하루만 골라서 케익을 굽거나 떡을 빚을 까닭이 없습니다. 날마다 케익을 구워도 되고, 날마다 떡을 빚어도 됩니다. 우리 삶에서 오늘 하루는 가장 새로우면서 빛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날마다 차려서 날마다 먹는 밥은 날마다 새로우면서 맛난 숨결이 됩니다.



.. 사짱은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었어요. 엄마는 늘 “천천히 먹어야지.” 하고 말하지만 오늘은 그럴 짬이 없어요. 왜냐하면, 쉿, 엄마한텐 비밀이거든요 ..  (2쪽)




  꼭 자가용을 달려서 먼 데로 바람 쐬러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꼭 기차를 타고 한참 달리는 곳까지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꼭 배나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를 다녀와야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아이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즐겁습니다. 아버지가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마을 한 바퀴를 돌아도 재미있습니다.


  선물은 언제나 마음으로 합니다. 나들이도 언제나 마음으로 합니다. 선물로 꽃을 한 송이 꺾어도 되고, 선물로 삼으려고 꽃을 한 다발 꺾어도 됩니다. 들에 나가 꽃을 종이에 곱게 그린 뒤, 그림을 선물할 수 있어요. 들에서 만난 꽃밭을 가슴으로 듬뿍 안아 노래를 하나 지은 뒤, 노래를 불러서 선물할 수 있습니다. 들꽃 이야기를 글로 써서 편지를 선물해도 돼요. 들꽃을 사진으로 담아 넌지시 보여주듯이 선물할 수 있어요.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하루이기에,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마음이 됩니다.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마음으로 날마다 새로우면서 기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어 보셔요.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겁습니다. 아이 손에 내 손을 얹어 보셔요. 손을 맞대기만 하더라도 따사롭습니다.



.. 사짱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엄마가 문 앞에 서 있었어요. “엄마, 왜 그래?” 사짱이 묻자, 엄마가 문을 빠끔 열고는 물었어요. “저 애들, 네 친구니?” ..  (22쪽)




  아이들은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가슴에 안기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에 업히고 싶습니다. 품에 안기면서 포근하고, 품에 안으면서 웃음이 피어납니다. 등에 업히면서 신나고, 등에 업으면서 노래가 흐릅니다.


  예부터 어느 나라 어느 겨레에서든, 아이와 함께 날마다 새로운 삶을 지으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밥을 지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빨래를 하면서 노래가 터져나옵니다. 아이를 재우고, 설거지를 하며, 비질을 하는 동안 노래가 샘솟습니다. 밭일을 하거나 들일을 할 적에도 모두 노래를 했어요. 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했고, 불을 지피거나 나무를 하면서 모두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노래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대중노래를 듣는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 노래를 지어서 부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노래를 듣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만, 스스로 내 삶에서 내 노래를 길어올리는 사람을 만나기 아주 어렵습니다.


  왜 노래를 짓지 않을까요. 왜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요. 왜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짓지 않을까요. 왜 언제나 새로운 삶으로 사랑을 짓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한테 사랑을 물려주지 않거나 왜 아이들한테 사랑을 가르치지 않을까요.  



.. 혼자 남은 꼬마 늑대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 사짱이 깜짝 놀라며 꼬마 늑대한테 다가가 물었어요. “왜 그러니, 꼬마 늑대야? 수프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 났어?” 꼬마 늑대가 잘래잘래 고개를 흔들었어요. 그러더니 이제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어요 ..  (32쪽)




  니시마키 가야코 님이 빚은 그림책 《킁킁 맛있는 냄새가 나》(비룡소,2007)를 읽습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혼자서 그림책을 읽습니다. 나는 아이 곁에서 아이가 그림책 읽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가 한 번 다 읽은 뒤, 책에 적힌 글월을 몇 가지 다듬습니다. “닭고기 수프가 얼룩덜룩(4쪽)”은 “닭고기 국물이 얼룩덜룩”으로, “사짱은 지금 들판으로 가고 있답니다(6쪽)”는 “사짱은 이제 들판으로 간답니다”로, “달걀 프라이가 나한테 달려오고 있어(8쪽)”는 “달걀 부침이 나한테 달려와”로, “덕분에 사짱은 꽃을 많이 많이 땄답니다(20쪽)”는 “그래서 사짱은 꽃을 많이 많이 땄답니다”로, “늑대는 식탁 위에 올라앉아(24쪽)”는 “늑대는 밥상에 올라앉아”로,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어요(32쪽)”는 “훌쩍훌쩍 울어요”로, “엄마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아(42쪽)”는 “엄마는 아이가 하나 더 생긴 듯해”로 다듬습니다.



.. 사짱은 꼬마 늑대를 식탁에서 내려 주며 말했어요. “우리 엄마를 잠깐 빌려 줄 테니까 안아 달라고 해 봐.” … 한동안 엄마 품에 안겨 있자 꼬마 늑대는 다시 힘이 났어요. 그래서 엄마 무릎에서 폴짝 뛰어내렸지요. “나 이제 그만 갈래.” 꼬마 늑대는 문 앞까지 갔다가 돌아서서 말했어요. “엄마, 다음에 또 안아 주세요.” ..  (36, 40쪽)



  아이는 어머니한테 선물을 하고 싶어 들판으로 갑니다. 예쁜 들꽃을 꺾고 싶거든요. 그림책을 보면, 아이가 지내는 집 둘레에도 들꽃은 많구나 싶어요. 그러나 아이는 굳이 먼 들판까지 갑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남달리 기리면서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집 둘레 들꽃은 언제나 집에서 즐겁게 바라봅니다. 먼 들판에 피는 들꽃은 집으로 가져와서 새로운 꽃바람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머니 생일을 기리고 싶은 마음인데, 곰곰이 따지면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생일입니다. 날마다 생일잔치입니다. 왜냐하면, 날마다 동이 트면서 새롭게 깨어나거든요. 늘 새롭게 태어나는 하루이니 날마다 생일이고 잔치예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날마다 꽃을 꺾지 싶어요. 어머니가 태어난 날 하루만 꽃을 꺾지 않고 날마다 꽃놀이를 할 테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도 어느 하루만 아이를 안지 않고 날마다 아이를 안을 테지요.


  기운을 차리도록 이끄는 빛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담은 손길로 밥을 짓습니다. 사랑을 실은 눈빛으로 마주봅니다. 사랑을 엮은 이야기가 깃든 책을 읽습니다.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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