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배성호 글, 철수와영희, 2024.5.5.



돌담 너머로 가지를 뻗은 뽕나무하고 무화과나무를 조금 쳐내서 마당에 놓았다. 천천히 말라가다가, 비가 오니 빗물을 머금고서 잎이 새삼스레 푸르다. 바람이 잔잔하고 날은 시원하다. 조그마한 후박꽃을 한 송이 따서 혀에 얹는데 온몸으로 달콤한 맛이 훅 번진다. 꽃을 더 훑고 싶지만 무럭무럭 익은 뒤에 열매를 누리자고 생각한다. 밤에 이르자 구름이 모두 걷히고서 별이 나온다. 멀거니 고개를 들고서 빙그르르 살핀다. 반짝이는 별을 늘 바라보는 하루라면, 별빛을 마음에 담고서 살림을 짓겠지. 별이 반짝이지 않는 밤을 맞이하는 터전이라면, 모든 사람이 밤하늘 별처럼 다 다른 숨빛인 줄 잊으리라 본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를 읽었다. ‘어린이날’을 세운 뜻이 훌륭하다고 여기는데, 좀 다르게 볼 수 있다. “낙엽을 태우며”를 쓴 이효석 못지않달까. 서슬퍼런 지난날 숱한 사람들은 징용·징병·위안부로 끌려갔고, 배를 곪다가 죽었다. 이런 때에 기름진 고기밥과 얼음(빙수)과 달달이(설탕)를 그토록 먹을 수 있던 집안이라면, “어떤 어린이한테 어떤 빛과 이야기”를 들려줄 만했을까? ‘어린이’란 이름을 높인 마음은 훌륭하되, ‘어린이·젊은이·늙은이’는 나이로 가른다. ‘아이·어른’이란 이름은, 나이가 어린 사람이 ‘철’이 들면서 스스로 피어나는 길을 짚는다. ‘어린이·아이’는 비슷하되 다른 낱말이다. 옆나라 글을 너무 많이 뒤바꾼(번안) 채 퍼뜨렸고, 《어린이》란 책을 곰곰이 보면 거의 ‘일본것(일본문화)’을 고스란히 따왔다. 우리 아버지가 《어린이》 글뜸(영인본)을 갖추셨기에 1982∼87년에 이 글뜸을 틈틈이 읽었다. 어릴 적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어린이》에 담긴 글과 그림이 여러모로 창피한 우리 민낯을 드러낸다고 느꼈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가 이 모두를 담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너무 치켜세우기보다는 ‘우리 옛자취에서 배울 대목’을 헤아리면서, 좀더 넓고 깊게 다루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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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30.


《나쓰메 소세키, 추억》

 나쓰메 쿄코·마쓰오카 유즈루 글/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6.11.30.



비는 멎는다. 구름바다를 이룬다. 이따금 해가 비추고, 뭇새가 날아다니면서 들려주는 노래가 아침과 낮을 덮는다. 바람이 잔잔히 흐르는 하루가 저물 즈음에는 풀벌레노래하고 개구리노래가 온통 감싼다. 어제 쏟은 함박비로 하늘을 얼마나 씻었는지 궁금하다. 오늘 바람내랑 풀내가 매우 싱그럽다. 《나쓰메 소세키, 추억》을 읽고서 몇 해쯤 잊었다. ‘떠난이’는 ‘남은이’가 이런 글을 쓸 줄 알았을까? ‘남은이’로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떠난이’ 곁에 남기고 싶을까? 먼저 떠난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은 ‘그리움’이나 ‘기림’일 수 있지만, ‘지긋지긋’이나 ‘지겨움’일 수 있다. ‘추억(追憶)’이란 ‘돌이키다·돌아보다·되새기다·떠올리다’를 가리킨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나타내기보다는 중국말과 일본말로 삶자취를 옮기려고 애쓰곤 한다. “나라에서 뽑은 길잡이(교사)”가 “나라에서 엮은 글(교과서)”로 가르치는 곳을 오래오래 다닐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더 잊는다. ‘대졸·고졸·중졸’한테서 사투리를 모으지 않는다. ‘국졸·무학’인 분한테서 사투리를 찾고 모은다. 글을 배울수록 말을 잊고 잃는 줄 알아챈다면,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글결이 빛나는지 깨달을 수 있을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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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9.


《내 옆에 은하 5》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3.4.13.



간밤부터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이 어느덧 열흘째를 맞이한다. 고흥교육청으로 가서 폐교임대 계약서를 새로 쓴다. 빌림삯은 언니한테서 빌려서 냈다. 빗길을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을 걷는 시골사람은 없다. 다들 쇳덩이로 부릉부릉 내달릴 뿐이다. 아마 뚜벅이는 바보로 여길 만하다.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읽고 쓰고 말할 줄 알 텐데,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힘을 부린다고 느낀다. 누구나 걸어다닐 적에는 자랑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읽을거리가 태어나면서 서로 북돋았다고 느낀다. 누구나 쇳덩이에 몸을 실은 뒤부터 자랑책이 부쩍 늘고, 온살림을 사랑으로 담는 책이 밀리거나 잊힌다고 느낀다. 《내 옆에 은하》는 모두 여섯걸음으로 매듭짓는다. 아끼면서 천천히 읽었다. 한 자락은 남겼다. 다섯 자락 느낌글을 모두 쓰고 나서 마저 읽고 싶다. 얼른 읽고서 되읽을 수 있으나, 때로는 두고두고 남긴다. 모든 책을 그때그때 읽어도 즐겁고, 나중을 헤아려 곁에 두어도 즐겁다. 미리 사놓고서 문득 손길이 닿을 적에 펴도 즐겁고, 몇 해나 열 해 남짓 묵히고서 쥐어도 즐겁다. 빨리 가야 하지 않으니 틈을 둔다. 살림도 숲도 사랑도 빨리 가지 않는다. 모두 느긋이 넉넉히 나아간다.


#おとなりに銀河 #雨?ギド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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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2세 5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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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6.6.

책으로 삶읽기 929


《바벨 2세 5》

 요코야마 미쓰테루

 이동섭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07.1.30.



《바벨 2세 5》(요코야마 미쓰테루/이동섭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07)을 오랜만에 되읽는다. 작은아이가 즐길 만할까 싶어서 곰곰이 되읽다가 “안 되겠구나” 하고 느낀다. 한참 어릴 적에 몰래책으로 읽던 무렵하고 스무 살 남짓에 새로 읽던 무렵하고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오늘 읽을 즈음은 사뭇 다르다. 열 살 언저리 어린이로서는 예전에는 읽을거리가 턱없이 모자랐으니 눈을 밝히면서 들여다보았다면, 스무 살이 넘고 나서는 “너무 외곬로 쌈박질뿐이네” 싶었고, 2024년에 이르러 돌아보아도 “쌈박질 빼고는 없구나” 싶다. 다만, 첫걸음에 살짝 나오는 ‘이웃별 사람이 남긴 빛(과학문명)’ 줄거리 하나는 돌아볼 만한데, 그 뒤로는 딱히 이웃별 이야기를 찬찬히 짚을 뜻이 없어 보인다.


ㅅㄴㄹ


“그렇게 강해지셨는데도 아직 바벨2세가 두렵다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도 그 꼬마에게 두 번이나 패했다. 그 과거의 기억이 내 발등에 걸림돌이 되어 단숨에 승부를 짓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어.” (51쪽)


“망가지지 않았구나. 이렇게 너를 튼튼히 만들어준 사람에게 정말 감사하다.” (259쪽)


+


저를 견제하려는 겁니다

→ 저를 막으려고 합니다

→ 저를 누르려고 합니다

11쪽


고산기후는 변화가 심하니까 조심해

→ 높날씨는 자꾸 바뀌니까 살피자

→ 높메날씨는 널뛰니까 살펴보자

22쪽


역시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에 녀석과 싸우지 않으면 안 돼

→ 우리는 모두 챙기고서 녀석과 싸우지 않으면 안 돼

→ 우리는 빈틈없이 추스르고서 녀석과 싸워야 해

53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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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6.6.

사진책시렁 144


《Black Genesis : African Roots》

 Jurgen Vollmer 사진

 John Devere 글

 St Martins Pr

 1980.



  모든 글과 그림과 빛꽃은 ‘누’가 담거나 나누거나 펴려고 하느냐에 따라서 ‘감’이 다릅니다. ‘보러(취재)’ 가서 담는 글·그림·빛꽃은 ‘구경’이라는 울타리를 못 넘기 일쑤입니다. ‘삶(일상·생활)’으로 누리는 하루를 스스로 담을 적에는 ‘살림’이라는 길을 바라보면서 ‘사랑’으로 그려내는 발걸음으로 잇게 마련입니다. 섣불리 붓부터 쥐지 말라는 뜻을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글부터 담으려 하지 말고, 그림이나 빛꽃부터 옮기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만나고, 사귀면서 맞아들인 다음에 글·그림·빛꽃으로 나타내려고 해야, 조금쯤 ‘맛보기’처럼 녹아들어서 속빛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Black Genesis : African Roots》를 읽으면서 “누구 눈”인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프리카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익힌 눈길로 아프리카롤 담아내려고 한다면, 이 꾸러미에 나오는 모습을 굳이 안 찍었으리라 봅니다. ‘사회·역사·문화’라는 이름을 섣불리 앞세우려 하기에 그만 틀에 박힌 그림만 흘러요. 오늘날로 치자면 “아파트를 처음 본 사람이 아파트를 찍듯”이 아프리카 이웃을 찍으려 했달까요? 속으로 깊고 넓게 다가서면서 스미기 어렵거나 못 하겠다면, 붓도 찰칵이도 안 쥐어야 맞습니다.


- A Voyage from Juffure, the Gambia, Through Mandingo Country to the Slave Port of Dakar, Senegal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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