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겨울새 2023.12.7.나무.



몸에 안 맞는다고 여기기에 ‘덥다’거나 ‘춥다’고 해. 그리고 몸을 새롭게 맞추는 길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을 적에도 ‘덥다’거나 ‘춥다’고 여기지. 먼저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지켜보아야겠지. 모든 사람도 새도 짐승도 풀꽃나무도 몸이 달라. 다 다른 몸이기에 더위나 추위를 다 다르게 느끼지. 어느 몸은 덥다고 여기고, 어느 몸은 따뜻하다고 여기고, 어느 몸은 춥다고 여겨. 여러 몸 가운데 어느 쪽이 옳지 않아. 그저 다르니까 달리 느끼지. 두 그릇이나 열 그릇을 먹는들 대수롭지 않은걸. 굶어도 대수롭지 않고. 겨울에 너희 터전으로 날아드는 새가 있어. 너희가 느끼는 겨울이 반갑고 즐거우니까 겨울철에 맞추어 기쁘게 날지. 여름새는 여름이라는 철을 누리면서 이 삶을 노래하고 싶어서 여름에 맞추어 날아와. 너희 사람은 딱히 철을 안 가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다 다르게 누린단다. 겨울새는 그곳이 어떤 철이기에 찾아올까? 겨울이 겨울스럽지 않으면 겨울새는 안 오겠지? 겨울새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철빛을 스스로 읽으면서 날아왔어. 봄이면 “이제 떠날 때로구나. 봄여름 지나고 가을이 깊으면 다시 와야지.” 하고 여기면서 기운차게 하늘을 갈라. 너희는 철빛을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는지 하나하나 짚어 봐. 이 겨울이 춥니? 겨울이지만 포근하니? 겨울인 줄 어떻게 아니? 달종이(달력)로 따지니? 스스로 살갗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헤아리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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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매 2023.10.13.쇠.



하늘을 맴도는 매는 깃털로 바람을 느껴. 바람을 가벼이 타노라면, 부드러이 맴돌면서 날갯짓소리가 하나도 없이 멀리까지 살필 수 있는 줄 알아. 마치 하늘에서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저 구름처럼 바람을 안고서 스르르 있는데, 드디어 낚아챌 하나를 찾으면, 바로 곤두박을 소리없이 치면서 확 덮치지. 아주 짧은 사이에 바람을 이끌고서 사냥을 하는 맵시가 날쌔고 맵단다. 매한테 낚인 작은 짐승은 매발톱에 잡히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매는 그저 바람하고 하나일 뿐 아니라, 하늘빛으로 녹아들었기에, 또 이러면서 햇살을 반짝 튕겨서 작은 짐승 눈이 부시게끔 깃을 부리지. 작은 짐승으로서는 매가 무섭겠지. ‘매섭다’는 말이 태어난 뿌리를 알겠니? 매발톱은 꼭 회초리(매) 같아. 바람을 가볍게 훅 가르며 찰싹 내리치듯 사로잡거든. 매가 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면, 하던 일이나 놀이를 멈추고 바라보렴. 매가 얼마나 매끄럽게 바람을 타는지 봐. 너희는 매를 바라보고 느끼면서 바람길을 읽을 수 있어. 무엇을 매만지려 할 적에는 매가 날개로 바람을 안듯 가볍고 힘있고 소리없이 느긋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일 수 있을까? 매가 사냥을 훅 해내듯, 너희는 스스로 맡거나 그리는 길을 가벼우면서 신바람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을까? 매는 ‘바람스승’이거나 ‘바람잡이·바람길잡이’로 여길 만해. 하늘을 잘 봐. 너도 네 나름대로 바람길을 갈라서 볼 수 있어. 바람이 오가고 흐르고 춤추고 너울거리는 길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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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햇볕받이 2023.10.14.흙.



해를 받기에 모든 풀꽃나무가 살고 자라. 그늘진 곳에서 살고 자라는 버섯이라지만, 햇빛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 다른 풀꽃나무가 받거나 튕기는 볕살을 그늘진 데에서 부드럽게 맞이한단다. 버섯은 볕바라기가 아닌 듯하면서도 볕바라기야. 볕이나 빛이 바로 드는 곳에서는 삶죽음이 고요히 흐르지 않아. 버섯은 숲이 가만히 잠들고서 씩씩하게 깨어나도록 잇는 길목을 맡아. ‘이음잡이·이음길잡이’라고 하겠지. 바다밑에서 살아가는 뭇숨결도 매한가지야. 부드럽고 잔잔하게 퍼지는 기운으로 바다가 새롭게 ‘나고지는’ 길을 잇는 몫이란다. 모든 ‘바닥’은 ‘맨끝’이면서 ‘맨처음’이거든. 바닥을 쳐야 솟아. 바닥으로 고꾸라지기에 바닥부터 일어서. 바닥을 이루는 바다란 바탕이면서 밭이지. 사람이라는 숨결은 스스로 어느 바닥에 설까? 스스로 어떤 바탕을 품고 어떤 밭을 지을까? 바다라는 마음과 눈과 넋을 품는다면, 이 땅에서 바람소리를 바람말로 알아들으면서 바람춤을 펴겠지. 해를 꺼리거나 등지면 살가죽이 죽어. 해를 잊다가 잃으면 뼈가 삭아. 해를 모르거나 안 배우면 마음이 메말라. 햇볕받이를 하는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라. 아침에 낮에 저녁에 다 다르게 드리우는 해를 머금기를 바라. 너는 네가 바라보는 곳에서 스스로 북돋아. ‘허깨비’를 쳐다보느라 헛심을 쓰거나 헛바람에 사로잡히기도 하겠고, ‘허울’을 뒤집어쓰느라 속알이 텅 비기도 하겠지. 아프거나 앓을 적마다 해를 그리고 떠올리렴. 해바라기로, 비바라기로, 별바라기로, 숲바라기로, 새바라기로, 사랑바라기를 스스로 펴면서 반짝반짝 따뜻따뜻 바꾸어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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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수준 2023.11.20.달.



눈(수준)에 안 맞는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러나 눈에 안 맞더라도 생각을 밝히거나 키운단다. 비슷한 무리에 있을 적에는 비슷비슷 섞이다가 물들게 마련이야. 조금 낮은 무리하고 있으면, 저절로 낮게 가면서 물들어. 조금 높은 무리하고 있는 동안, 이제까지 스스로 어떤 눈이었는지 알아보면서 차츰 가다듬고 바꾸어 갈 눈길을 내다보곤 해. 세 살 어린이한테는 서른 살 어버이가 까마득하겠지. 다섯 살 어린이나 일곱 살 어린이나 아홉 살 어린이도 매한가지야. 그러나 모든 어린이는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조금씩 소꿉을 논단다. 쉽다면 다 쉽고, 어렵다면 다 어렵거든. 그래서 이쪽이건 저쪽이건 그냥 다 품으면서 해보게 마련이고, 이러면서 스스로 눈매를 기르지. ‘눈금(수준)’을 안 보면서 밀어붙이다가는 다 떨려나갈 텐데, 눈금을 보되 마음속으로 포근하게 사랑을 펴면 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때까지 자꾸 얘기하지 않아도 된단다. 넌 ‘참’을 말하고 ‘사랑’을 속삭이면 되거든. ‘참’과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어. 참은 모두 참이고, 사랑도 언제나 사랑이야. 거짓은 죄다 거짓이지. 미움도 모조리 미움이야. ‘큰 참’이나 ‘낮은 참’은 없어. ‘큰 거짓’이나 ‘작은 거짓’은 없지. ‘큰 이야기’나 ‘작은 이야기’도 없단다. 참빛을 사랑으로 이야기노라면 어느 날 눈을 뜨겠지. 거짓을 사랑없이 늘어놓으면 언제까지나 눈감을 테고. 네가 눈을 떠서 네 눈길을 틔우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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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가장자리 2023.11.12.해.



너희가 살아가는 별에 가장자리가 있을까? 푸른별(지구)이 동그란 공을 닮았든, 접시꼴처럼 생겼든, 가장자리란 없어. 얼핏 보면 어느 곳이 ‘끝’이나 ‘가장자리’로 보이겠지만, 푸른별을 통틀어 보면 모든 곳이 ‘가장 복판’인 ‘가운데’란다. 온누리(우주)로 보아도 가장자리란 따로 없이 모든 곳이 그저 ‘가장 복판’인 가운데야. 사람 사이에 줄을 세울 수 없어. 높은이도 낮은이도 없어. 왼사람도 오른사람도 없지. 모든 숨붙이를 보아도 똑같아. 숨길을 이으면서 스스로 즐겁게 삶을 이루고 이야기를 펴지. 그래서 마음을 열고서 눈코귀입을 트는 사람이라면, 나무한테서 나무살림 이야기를 듣고, 나무한테는 사람살림 이야기를 들려줘. 나비한테서 나비살림 이야기를 듣고서, 나비한테 사람살림 이야기를 알려주지. 마음을 열고서 마주하기에 바람·바다·구름·비·해·별·풀·바위·모래·벌레·새 누구하고나 동무로 어울리고 이웃으로 지낸단다. 마음을 열기에 늘 스스로 사랑을 지을 줄 알아. 마음을 안 열기에, 배우는 일도 깨닫는 일도 없이, 그만 늙고 낡고 찌들어 간단다. 네가 선 자리를 느끼렴. 살림자리인지 쳇바퀴인지 돌아봐. 꿈자리나 보금자리인지, 아니면 고삐나 굴레인지 살펴봐. 모든 네 자리는 네가 마음으로 싹틔우고 생각으로 가꾼단다. 네 마음이 가는 곳에 네 몸이 깃들어. 네가 씨앗을 말로 심고 눈길이며 손짓이며 발걸음으로 심으니, 네 하루가 흐를 수 있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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