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수준 2023.11.20.달.
눈(수준)에 안 맞는다고 여길 수 있어. 그러나 눈에 안 맞더라도 생각을 밝히거나 키운단다. 비슷한 무리에 있을 적에는 비슷비슷 섞이다가 물들게 마련이야. 조금 낮은 무리하고 있으면, 저절로 낮게 가면서 물들어. 조금 높은 무리하고 있는 동안, 이제까지 스스로 어떤 눈이었는지 알아보면서 차츰 가다듬고 바꾸어 갈 눈길을 내다보곤 해. 세 살 어린이한테는 서른 살 어버이가 까마득하겠지. 다섯 살 어린이나 일곱 살 어린이나 아홉 살 어린이도 매한가지야. 그러나 모든 어린이는 어른 곁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조금씩 소꿉을 논단다. 쉽다면 다 쉽고, 어렵다면 다 어렵거든. 그래서 이쪽이건 저쪽이건 그냥 다 품으면서 해보게 마련이고, 이러면서 스스로 눈매를 기르지. ‘눈금(수준)’을 안 보면서 밀어붙이다가는 다 떨려나갈 텐데, 눈금을 보되 마음속으로 포근하게 사랑을 펴면 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때까지 자꾸 얘기하지 않아도 된단다. 넌 ‘참’을 말하고 ‘사랑’을 속삭이면 되거든. ‘참’과 ‘사랑’에는 높낮이가 없어. 참은 모두 참이고, 사랑도 언제나 사랑이야. 거짓은 죄다 거짓이지. 미움도 모조리 미움이야. ‘큰 참’이나 ‘낮은 참’은 없어. ‘큰 거짓’이나 ‘작은 거짓’은 없지. ‘큰 이야기’나 ‘작은 이야기’도 없단다. 참빛을 사랑으로 이야기노라면 어느 날 눈을 뜨겠지. 거짓을 사랑없이 늘어놓으면 언제까지나 눈감을 테고. 네가 눈을 떠서 네 눈길을 틔우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