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매 2023.10.13.쇠.
하늘을 맴도는 매는 깃털로 바람을 느껴. 바람을 가벼이 타노라면, 부드러이 맴돌면서 날갯짓소리가 하나도 없이 멀리까지 살필 수 있는 줄 알아. 마치 하늘에서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저 구름처럼 바람을 안고서 스르르 있는데, 드디어 낚아챌 하나를 찾으면, 바로 곤두박을 소리없이 치면서 확 덮치지. 아주 짧은 사이에 바람을 이끌고서 사냥을 하는 맵시가 날쌔고 맵단다. 매한테 낚인 작은 짐승은 매발톱에 잡히기까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매는 그저 바람하고 하나일 뿐 아니라, 하늘빛으로 녹아들었기에, 또 이러면서 햇살을 반짝 튕겨서 작은 짐승 눈이 부시게끔 깃을 부리지. 작은 짐승으로서는 매가 무섭겠지. ‘매섭다’는 말이 태어난 뿌리를 알겠니? 매발톱은 꼭 회초리(매) 같아. 바람을 가볍게 훅 가르며 찰싹 내리치듯 사로잡거든. 매가 우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면, 하던 일이나 놀이를 멈추고 바라보렴. 매가 얼마나 매끄럽게 바람을 타는지 봐. 너희는 매를 바라보고 느끼면서 바람길을 읽을 수 있어. 무엇을 매만지려 할 적에는 매가 날개로 바람을 안듯 가볍고 힘있고 소리없이 느긋하면서도 빠른 손놀림일 수 있을까? 매가 사냥을 훅 해내듯, 너희는 스스로 맡거나 그리는 길을 가벼우면서 신바람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을까? 매는 ‘바람스승’이거나 ‘바람잡이·바람길잡이’로 여길 만해. 하늘을 잘 봐. 너도 네 나름대로 바람길을 갈라서 볼 수 있어. 바람이 오가고 흐르고 춤추고 너울거리는 길을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