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가장자리 2023.11.12.해.
너희가 살아가는 별에 가장자리가 있을까? 푸른별(지구)이 동그란 공을 닮았든, 접시꼴처럼 생겼든, 가장자리란 없어. 얼핏 보면 어느 곳이 ‘끝’이나 ‘가장자리’로 보이겠지만, 푸른별을 통틀어 보면 모든 곳이 ‘가장 복판’인 ‘가운데’란다. 온누리(우주)로 보아도 가장자리란 따로 없이 모든 곳이 그저 ‘가장 복판’인 가운데야. 사람 사이에 줄을 세울 수 없어. 높은이도 낮은이도 없어. 왼사람도 오른사람도 없지. 모든 숨붙이를 보아도 똑같아. 숨길을 이으면서 스스로 즐겁게 삶을 이루고 이야기를 펴지. 그래서 마음을 열고서 눈코귀입을 트는 사람이라면, 나무한테서 나무살림 이야기를 듣고, 나무한테는 사람살림 이야기를 들려줘. 나비한테서 나비살림 이야기를 듣고서, 나비한테 사람살림 이야기를 알려주지. 마음을 열고서 마주하기에 바람·바다·구름·비·해·별·풀·바위·모래·벌레·새 누구하고나 동무로 어울리고 이웃으로 지낸단다. 마음을 열기에 늘 스스로 사랑을 지을 줄 알아. 마음을 안 열기에, 배우는 일도 깨닫는 일도 없이, 그만 늙고 낡고 찌들어 간단다. 네가 선 자리를 느끼렴. 살림자리인지 쳇바퀴인지 돌아봐. 꿈자리나 보금자리인지, 아니면 고삐나 굴레인지 살펴봐. 모든 네 자리는 네가 마음으로 싹틔우고 생각으로 가꾼단다. 네 마음이 가는 곳에 네 몸이 깃들어. 네가 씨앗을 말로 심고 눈길이며 손짓이며 발걸음으로 심으니, 네 하루가 흐를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