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녀석들

 


  집똥을 누지 못한 아이들이 바깥마실을 할 적에 으레 한 녀석이 똥이 마렵다고 말하면, 다른 녀석도 똥이 마렵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똥을 못 눈 채 바깥마실을 할 적에 틀림없이 두 아이가 똥이 마렵다 하리라 생각하면서 뒷간을 살핀다. 작은아이가 먼저 누든 큰아이가 먼저 누든, 한 아이가 누고 나서 다른 아이를 앉힌다. 똥은 같이 찾아올까.


  집에서도 한 아이가 똥이 마렵다고 하면 다른 아이도 똥을 누겠다고 한다. 누가 먼저 똥을 누느냐를 놓고 살짝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실랑이는 조금씩 줄어든다. 작은아이가 자라는 흐름에 따라 서로 살피는 마음이 깊어진다. 작은아이는 마당에서 놀다가도 혼자 쉬를 눌 수 있다. 혼자 똥을 누고 혼자 밑을 씻기까지는 더 기다리며 지켜볼 일이지만, 작은아이도 머잖아 밤오줌까지 혼자 눌 수 있겠지. 4347.4.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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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48] 꽃송이 떨어지는 소리
― 봄이 무르익는 사월

 


  꽃송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동백꽃은 송이가 무척 소담스럽도록 커다랗습니다. 동백꽃이 질 적에는 꽃잎이 다 말라서 지지 않습니다. 꽃잎은 아직 멀쩡하더라도 바람에 툭 떨어지고, 바람이 없어도 살그마니 툭 떨어집니다.


  오동나무에서 오동잎이 떨어질 적에도 툭툭 소리를 냅니다. 바깥에 사람이 없는데 갑자기 툭 소리가 자꾸 들리면 오동잎이 지는 소리입니다. 오동나무 곁에서 지낼 적에 이런 소리를 곧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동나무뿐 아니에요. 감나무에서 감잎이 질 적에도 ‘툭’까지는 아니더라도 ‘톡’보다는 살짝 센 소리가 퍼집니다. 후박나무에서 잎이 질 적에도 ‘토옥’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나요. 마당 평상에 앉거나 누워서 후박나무 그늘을 누리다가 가끔 후박잎 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귀가 밝다면 제비꽃 씨주머니 터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귀를 연다면 부추꽃 씨주머니 터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 귀여겨들으면 민들레나 고들빼기 씨앗이 바람 따라 날아가는 소리를 알아챌 수 있겠지요.


  시골살이란 철 따라 다른 소리를 듣는 나날이라고 봅니다. 시골살이는 달 따라 다른 소리를 맞이하며 즐거운 하루라고 봅니다. 시골살이에서는 날마다 새로 피어나는 소리를 아름다운 노랫가락으로 맞이하는 웃음잔치라고 봅니다.


  스스로 즐거워 노래가 샘솟습니다. 스스로 기쁨에 겨워 노래를 빚습니다. 일을 하면서 일노래요, 놀면서 놀이노래입니다. 소꿉놀이를 하면 소꿉노래이고, 흙을 만지면서 놀면 흙노래가 되어요. 동무끼리 어깨를 겯으며 동무노래를 부릅니다. 시골사람은 시골살이를 시골노래로 즐깁니다. 봄에는 봄노래요, 꽃밭에서 꽃노래입니다. 나무와 함께 나무노래이고, 풀밭에서 풀노래예요. 나물을 뜯는 나물노래이고, 밥을 차리면서 밥노래가 됩니다. 아이들을 재우니 자장노래이고, 숲에 깃들어 숲노래일 테지요.


  삶은 노래일 적에 아름답습니다. 삶에서 노래가 빠지면 웃음이 사라집니다. 웃으며 노래하고 눈물지으며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노래를 배웁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며 노래를 새록새록 짓습니다. 봄이 무르익는 사월에 동백꽃이 송이째 떨어지는 모습을 툭툭 소리와 함께 누립니다.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동백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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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걷는 길

 


  언제나 큰아이가 앞장서서 걷는다. 작은아이는 늘 뒤에서 따라온다. 언제나 큰아이가 앞길을 연다. 작은아이는 늘 뒤에서 느긋하게 놀면서 따라간다. 큰아이는 새로운 것을 맨 먼저 느끼거나 살핀다. 작은아이는 새로운 것을 누나와 함께 빙그레 웃으며 맛본다. 두 아이가 걷는 길은 두 아이가 저마다 다른 눈빛과 눈썰미로 삶을 사랑하는 길이 되리라 본다. 아이들이 걷는 길은 어버이와 함께 서로 아끼고 보듬는 따사로운 손길과 살내음으로 삶을 노래하는 길이 될 테지. 4347.4.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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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집

 

 

  어떤 집에서 살아갈 적에 아름다울까 생각해 본다. 어버이 된 나와 곁님이 어떤 보금자리를 가꿀 적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노래할 만할까 헤아려 본다. 집이라면 보금자리이다. 집이라면 살림터이다. 집이라면 사랑과 꿈이 피어나는 이야기밭이다. 다른 무엇이 있을까. 즐거운 빛이 흐를 때에 비로소 집이라 말한다. 따사로이 어깨동무하고 살가이 서로를 쓰다듬는 자리를 가리켜 집이라 한다. 4347.4.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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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놀이는 문화생활

 


  아이와 그림놀이를 하면서 생각한다. 그림놀이란 어버이로서 누리는 멋진 ‘문화생활’이지 않은가 하고. 그림그리기는 아이들한테만 시킬 일이나 학습이나 교육이 아니라, 어른도 곁에서 함께 누릴 삶이 아닐까 하고.


  아이한테 글씨쓰기를 시킬 적에도 이와 같다. 아이만 글씨를 반듯하게 써야 하지 않다. 어른은 아이 곁에서 누군가한테 편지를 쓸 수 있다. 어른도 아이 곁에서 함께 글을 쓰면서 차근차근 글씨를 알려주고 글씨쓰기를 이끌면 즐거우리라 느낀다.


  아이를 교육시키거나 학습시킬 일이 없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며 서로 가르치고 서로 배운다. 아이와 함께 꿈을 꾸고 사랑을 속삭인다. 아이와 함께 하루를 누리고 삶을 노래한다. 4347.3.3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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