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짝 없는 사이



  엊저녁에 아버지가 바깥일을 보느라 혼자 두 시간 반 즈음 집을 비웠다. 이동안 두 아이는 ‘아버지가 없다’며 울었단다. 아버지와 함께 따라가고 싶다며 울었단다. 그렇구나. 아버지가 너희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구나. 아버지가 바깥일을 볼 적에 너희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생각해야겠구나. 너희와 함께 다닐 만한 일을 헤아리고, 너희와 함께 볼일을 보며, 너희와 함께 여러 가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으로 제대로 하루를 지어야겠구나. 이제 아버지는 집에 함께 있고, 너희와 함께 누워서 잠들었으며, 아침에도 함께 일어날 테니, 다시 새롭게 기쁜 웃음으로 놀자. 4348.3.8.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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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4. 빨래 널기



  아침에 모두 옷을 갈아입는다. 묵은 옷은 벗고 새로운 옷으로 입는다. 벗은 옷은 어떻게 하나? 아이들이 손수 ‘씻는방’으로 갖다 놓도록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스스로 손과 낯을 씻는다. 이 물은 빨래하는 그릇에 붓고, 나는 신나게 조물조물 빨래를 한다. 빨래를 얼추 마친 뒤 아이들을 부른다. 물짜기까지 마친 옷가지를 두 아이가 마당에 널도록 맡긴다. 아이들 스스로 ‘자는방’에서 옷걸이를 챙겨서 마당으로 간다. 옷걸이에 옷가지를 꿰어 햇볕 잘 드는 자리에 넌다. 빨래를 마저 마친 뒤 마당으로 간다. 두 아이는 아직 옷가지를 다 널지 않았다. 빨래를 널면서 노느라 천천히 넌다. 두 아이는 빨래널기를 거들면서 마당에서 아침볕을 쬐며 웃고 뛰논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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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와 두 아이



  한 아이로 지낼 적과 두 아이로 지내는 날을 돌아본다. 한 아이만 있을 적에는 모든 눈길을 한 아이한테 쏟기 마련이다. 아니, 눈길이 한 아이한테 간다. 두 아이가 있는 날에는 눈길이 두 아이한테 고루 간다. 한 아이한테 쏠리지 않는다. 그런데, 두 아이한테 눈길을 나누어 보내면, 두 아이는 서로서로 눈길을 보내니, 내가 한 아이한테 쏟는 눈길하고 똑같은 숨결이 된다. 나는 늘 ‘우리 아이’한테 눈길을 쏟으면서 살 뿐이다.


  한 사람이 짓는 삶과 두 사람이 짓는 삶을 생각한다. 한 사람은 혼자서 삶을 지을 테고, 두 사람은 둘이서 삶을 지을 텐데, 하나이든 둘이든 사람으로서 짓는 삶은 같다. 우리는 늘 이 땅에서 삶을 짓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움과 사랑과 꿈을 슬기롭게 생각한다. 4348.3.7.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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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머리를 기대며



  두 아이는 서로 툭탁거리다가도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논다. 두 아이는 둘도 없는 놀이동무요 삶지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어버이가 둘도 없는 삶동무요 곁님이듯이,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숨결이다. 두 어버이가 만나서 삶을 이루듯이, 아이들은 저마다 씩씩하게 자라서 새로운 숨결을 찾아 새롭게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겨울이 저물면서 차츰 따스하게 바뀌는 저녁햇살을 함께 쬔다. 4348.3.5.나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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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걷어차기



  어른도 곧잘 이불을 걷어차지만, 아이만큼 신나게 이불을 걷어차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어른은 이불을 걷어차다가도 다시 발가락으로 잡아당기는데, 아이는 이불을 한 번 걷어차면, 다시 끌어당기지 않고 덜덜 떨면서 몸을 웅크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불을 밤새 여러 차례 걷어찬다. 처음에는 걷어차면서 시원하다고 느끼지 싶으나, 이내 몸을 옹크린다. 그래서 자다가 틈틈이 두 팔을 뻗어서 두 아이가 제대로 이불을 덮는지 살핀다. 웬만하면 드러누워서 자는 채 팔만 뻗어 슥슥 이불을 잡아당겨 제대로 덮어 줄 수 있지만, 두어 차례쯤 걷어찬 뒤에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새로 여미어야 한다. 이불을 걷어찬 지 제법 지났으면, 이불깃을 새로 여밀 적에 두 아이 모두 포근하다는 얼굴로 바뀌어 이불깃을 턱밑까지 꼬옥 품는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어도 두 아이 낯빛을 읽을 수 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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