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걷어차기



  어른도 곧잘 이불을 걷어차지만, 아이만큼 신나게 이불을 걷어차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어른은 이불을 걷어차다가도 다시 발가락으로 잡아당기는데, 아이는 이불을 한 번 걷어차면, 다시 끌어당기지 않고 덜덜 떨면서 몸을 웅크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이불을 밤새 여러 차례 걷어찬다. 처음에는 걷어차면서 시원하다고 느끼지 싶으나, 이내 몸을 옹크린다. 그래서 자다가 틈틈이 두 팔을 뻗어서 두 아이가 제대로 이불을 덮는지 살핀다. 웬만하면 드러누워서 자는 채 팔만 뻗어 슥슥 이불을 잡아당겨 제대로 덮어 줄 수 있지만, 두어 차례쯤 걷어찬 뒤에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새로 여미어야 한다. 이불을 걷어찬 지 제법 지났으면, 이불깃을 새로 여밀 적에 두 아이 모두 포근하다는 얼굴로 바뀌어 이불깃을 턱밑까지 꼬옥 품는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어도 두 아이 낯빛을 읽을 수 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