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들려주기 - 개정판 살아있는 교육 10
서정오 지음 / 보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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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3.12.

다듬읽기 187


《옛이야기 들려주기》

 서정오

 보리

 1995.2.28.첫/2011.1.3.고침



  《옛이야기 들려주기》(서정오, 보리, 2011)가 처음 나오던 1995년 언저리뿐 아니라 2000년을 넘어설 즈음까지도 ‘옛이야기’라는 우리말보다는 ‘민담·전설·구비문학·구전설화·전승문학’ 같은 한자말을 뒤섞어 썼지 싶습니다. 곰곰이 본다면, ‘옛이야기’이기도 하되, 그저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지은 삶과 살림과 사랑을 말에 담아서 엮으니 이야기입니다. “이어온 말이자 이어가는 말”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오늘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랍니다. 어제 싹튼 이야기는 오늘을 거쳐 모레로 나아갑니다. 하루를 일군 일을 담고, 서로 나눈 마음을 얹고, 함께 짓는 생각을 놓습니다. ‘이야기 = 이어왔고 이어가는 말 = 나누는 말’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같은 말씨를 “이야기를 하다”나 “이야기를 펴다”로 추스르면서, 말·마음과 삶·살림과 이야기·일을 어질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요. 잇는 말 한 마디가 있어서 서로서로 님(임)입니다.


ㅅㄴㄹ


초판이 나온 뒤로 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 첫판이 나온 뒤로 꽤 많이 흘렀지만

→ 꽃찌가 나온 뒤로 꽤 오래 흘렀지만

5쪽


글을 생각만큼 잘 쓰지 못한 것은 오로지 글쓴이의 재주가 모자란 탓이다

→ 재주가 모자란 탓에 글을 생각만큼 잘 쓰지 못한다

→ 글쓴이는 재주가 모자란 탓에 생각만큼 잘 쓰지 못한다

9쪽


한 폭의 먹그림 같은 이 모습을

→ 눈부신 먹그림 같은 이 모습을

→ 곱게 담은 먹그림 같은데

16쪽


자기 삶 속에서 얻은 이야깃거리를 보태어

→ 살면서 배운 이야깃거리를 보태어

→ 살아오며 익힌 이야깃거리를 보태어

→ 살며 들은 이야깃거리를 보태어

17쪽


이야기 한 자리 나누고 나면 친해지고, 멀어졌던 사람도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다시 가까워진다

→ 이야기 한 자리 하고 나면 살갑고, 멀던 사람도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다시 가깝다

→ 이야기 한 자리 뒤에는 반갑고, 멀던 사람도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다시 사귄다

22쪽


어느 깊은 산골에 내외가 화전을 파먹고 살았어

→ 어느 깊은 멧골에 둘이 부대밭을 파먹고 살아

55쪽


너무 허황하여 도저히 믿을 수 없는

→ 너무 말이 안 돼 참 믿을 수 없는

→ 너무 뜬금없어 아주 믿을 수 없는

→ 너무 꾸며 도무지 믿을 수 없는

60쪽


백성을 무척 사랑하시기 때문에 임금님의 귀가 그렇게 커진 것입니다

→ 사람들을 무척 사랑하시기 때문에 임금님 귀가 그렇게 큽니다

→ 누구나 무척 사랑하시기 때문에 임금님 귀가 그렇게 커다랗습니다

→ 들풀을 무척 사랑하시기 때문에 임금님 귀가 그렇게 자랐습니다

78쪽


너무나도 잘 알려진 민간 이야기이기 때문에

→ 잘 알려진 들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 널리 알려진 풀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78쪽


자만에 빠진 아이에게는 겸손을 가르치고

→ 뻐기는 아이는 다소곳하라고 가르치고

→ 자랑하는 아이는 고개숙임을 가르치고

→ 까부는 아이는 낮추라고 가르치고

→ 도도한 아이는 삼가라고 가르치고

→ 거드럭쟁이는 너그럽도록 가르치고

139쪽


그저 즐기기 위해 하는 이야기라면 그럴 필요가 없지만

→ 그저 즐기려는 이야기라면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 그저 즐기려는 이야기라면 그럴 까닭이 없지만

139쪽


자기 머리를 잘라 여비를 마련해 준 부인은 생각하지 않고 돈에 욕심을 내고

→ 제 머리를 잘라 길삯을 마련해 준 곁님은 생각하지 않고 돈에 눈이 멀고

→ 제 머리를 잘라 길돈을 마련해 준 짝지는 생각하지 않고 돈에 눈이 돌고

154쪽


할아버지하고 헐머니, 이렇게 두 노인이 사는 집이 있었대

→ 할아버지하고 헐머니, 이렇게 두 분이 사는 집이 있대

→ 할아버지하고 헐머니, 이렇게 두 어른이 사는 집이 있대

→ 할아버지하고 헐머니가 사는 집이 있대

179쪽


옛날에 한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 옛날에 가난한 나무꾼이 살았는데

188쪽


흉측한 괴물인데 어린아이로 둔갑했느니라

→ 고약한 놈인데 어린아이 척하느니라

→ 사나운 녀석인데 어린아이로 꾸몄느니라

→ 괘씸한 망나니인데 어린아이로 바꿨느니라

2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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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35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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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10.

책으로 삶읽기 916


《배가본드 35》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2013.6.25.



《배가본드 35》(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13)을 되읽다가, 처음부터 논밭길을 먼저 그리는 쪽이었으면 사뭇 달랐을 테고, 일찌감치 매듭을 지었으리라고 느낀다. 혼자서 칼 한 자루로 숱한 사람을 고꾸라뜨렸기에 이름난 칼바치 하나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칼부림은 늘 남보다 나를 먼저 베고 치고 죽이는 짓인 줄 알아채고는 함부로 칼질을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아니 칼질은 부엌에서 도마질을 할 적에나 알맞게 다루어야 한다고, 이러면서 마구마구 힘을 부려 본들 목숨을 갉을 뿐이라고 느껴야, 비로소 ‘길’을 볼 수 있다. 동무란 모름지기 어깨동무에 놀이동무에 일동무이다. 어깨를 겯지 않는 사이라면 동무가 아닐 뿐 아니라, 이웃조차 아니다. 같이 놀고 일하는 길을 열지 않을 적에도 둘은 아무 사이가 아니다. 솜씨를 겨루어 자빠뜨리려는 짓은 얼마나 멍청한가. 일하는 사람은 안 싸운다. 일하는 사람은 이웃을 괴롭히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온사랑을 품는다.


ㅅㄴㄹ


“물이 여기로 흘러가고 싶어하지.” “그런 걸 어떻게 아나?” “저 강을 흐르는 것은, 당신 몸속에도 흐르니까.” (72쪽)


“여기 있는 풀이나 나무는 자기 혼자 자란 것 아냐? 아무도 가꿔 준 적 없는데.” (87쪽)


“다케조는 검으로 사람을 죽인 적 있잖아? 그래서 그런지 그 괭이로 흙을 죽이는 걸로밖에 안 보여.” (88족)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고분고분 따르겠지만, 과연 땅에서 나는 곡식도 그러려나?” (121쪽)


“관두자. 내가 한심해서 원. 뭐든지 힘으로 꺾는 게 제일이라 여기는 무사한텐 말해 봤자 소용없으니.” (218쪽)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천하무적보다 더욱 큰 것

→ 으뜸꽃보다 더욱 큰

→ 하늘솜씨보다 더욱 큰

→ 센 힘보다 더욱 큰

70쪽


홍수 한 번 안 나고 넘겼구먼, 이 수로 덕분에

→ 큰물 한 판 안 나고 넘겼구먼, 이 물골로

81쪽


아직도 겉모양에 신경 쓰나? 검술답게 보이려고?

→ 아직도 겉모습에 마음쓰나? 칼빛답게 보이려고?

106쪽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고분고분 따르겠지만, 과연 땅에서 나는 곡식도 그러려나

→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고분고분하겠지만, 땅에서 나는 낟알도 그러려나

→ 힘깨나 쓰는 사람들은 따르겠지만, 땅에서 나는 씨알도 그러려나

1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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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34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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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10.

책으로 삶읽기 917


《배가본드 34》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2013.1.25.



《배가본드 34》(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13)을 돌아본다. 칼끝만 노려보면서 우격다짐이던 사내는 언제나 스스로 좀먹는 굴레를 뒤집어쓴 줄 조금씩 느낀다. 여태까지는 둘레에서 무슨 말을 해도 흘려들었고, 둘레 풀꽃나무나 들숲바다가 보여준 사랑도 지나쳤다면, 쟁기를 손에 쥐고 마을 한켠에 깃드는 하루를 보내려 하면서 모두 다르게 마주한다. 목아지를 베어 자빠뜨릴 적에는 더 빠르고 더 세고 더 앞서야 하는 몸놀림이었다면, 흙을 만질 적에는 개미랑 지렁이가 안 다치도록 쟁기질을 할 노릇이면서, 언제 어느 새가 노래하는지 귀여겨들을 줄 알아야 한다. 흙과 땅과 바람과 비와 해와 별이 들려주는 노래를 안 듣거나 못 듣는 몸이라면, 논밭살림을 건사할 수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꾼이 많다. 이제는 다들 몇 가지씩 빼어난 꾼이다. 그렇지만, ‘꾼’으로만 머물기 일쑤요, ‘일꾼·살림꾼’이나 ‘흙꾼·숲꾼’으로 건너가는 이는 드물다.


ㅅㄴㄹ


“사람을 베면서, 나 자신에게 칼끝을 들이대는 기분이 들어서, 무사시는 무사시가 아니게 되었다.” (124쪽)


“너의 길을 열어라. 네 아버지가 남긴 이 땅이 있잖아. 씨를 뿌려. 내일을 위해. 밭을 갈아라, 이오리.” (164쪽)


“그렇게 뻣뻣하게 굳어서는 사람을 벨 수 없다고 했지? 다만, 검을 안 든 사람을 베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 안 드냐?” (216쪽)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소문이 자자한 노상강도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 시끌벅적한 길털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 말많은 길앗이라고 만나면 어쩌려고

61쪽


어디 갔니? 향낭이, 떠, 떨어뜨렸구나

→ 어디 갔니? 꽃쌈지, 떠, 떨어뜨렸구나

61


뭐, 지금까지 하던 대로 불가근불가원 하는 거지

77


누구에게서 사사하셨습니까

→ 누구한테서 배우셨습니까

→ 누구한테서 받으셨습니까

→ 누가 물려주었습니까

108


소승이 아직 어렸을 적에 뒷산이 완전히 타버린 적이 있었지요

→ 제가 아직 어릴 적에 뒷메가 홀랑 타버린 적이 있지요

→ 저희가 아직 어릴 적에 뒷갓이 몽땅 타버린 적이 있지요

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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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22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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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4.3.10.

별에서 오고 별로 가다


《드래곤볼 슈퍼 22》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0.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3월 1일에, 토리야마 아키라 님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1955년에 태어나 2024년까지 그림꽃에 불꽃을 태운 삶길입니다. 일본판은 스물석걸음까지 밑글을 대고 그림결을 손보았다는데, 그 뒤로 더 나올는지, 아니면 이제 멈출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드래곤볼》 이야기는 손오공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새로 잇는) 싸움판을 마치고서 하늘을 날다가, 너무 졸려 하품을 하고는 미르 등을 타고서 잠드는 대목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오공은 스스로 ‘넷째 구슬’이 되어 몸을 벗고서 사라집니다.


  여태 나온 《드래곤볼 슈퍼》는 뒷이야기나 곁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드래곤볼》은 푸른별을 바탕으로 이웃별하고 얽힌 실타래를 짚는 얼거리라면, 《드래곤볼 슈퍼》는 ‘푸른별을 품은 누리’하고 ‘온별을 품은 누리’가 만나는 길목을 짚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온누리나 온별누리에 푸른별만 있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한참 바보이거나 눈감은 삶이겠지요. 생각해 봐요. 푸른별에 깃든 사람은 개미가 걷는 소리를 못 듣고, 코끼리가 쿵쿵 찧는 소리라든지 고래가 헤엄치는 소리를 쉬 알아채지 못 합니다. 푸른별도 언제나 스스로 돌고 해를 빙그르르 도는데, 이 별이 돌면서 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고작 이곳에 있는 빛줄기(가시광선) 테두리만 보거나 느낄 줄 알지만, 막상 이곳 빛줄기조차 두루 못 읽고,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는 아예 느끼지도 못 하기 일쑤입니다.


  《드래곤볼》에 늘 나옵니다만, 손오공을 비롯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주먹을 날릴 적에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하나도 못 보고 못 느낍니다. 대단히 빠르니까요. 눈을 깜짝 하는 사이에도 주먹을 숱하게 주고받지만, 이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은 드물어요. 푸른별 사람은 언뜻 보면 하찮다 싶을 못난이라 할 테지만, 곰곰이 보면 ‘싸우는 재주’는 뒤떨어지더라도, 이 별을 사랑하는 마음은 온누리와 온별누리에서 으뜸이라 여길 만합니다.


  푸른별은 싸움별이 아닌 사랑별입니다. 손오공은 왜 푸른별을 지키고 싶을까요? 바로 이곳에서 사랑을 처음으로 배우고 느끼고 보았고 알았거든요. 아무리 빼어난 솜씨라 하더라도 사랑에 앞설 수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채 주먹힘만 내세우거나 돈과 이름을 거머쥐려는 얼뜬 무리를 박살내되,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은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은 꼭두로 몹쓸 마음을 먹은 녀석조차도 ‘살려’서, 이이가 ‘스스로’ 사랑을 보고 깨달아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손오공하고 단짝동무로 어울리는 베지터가 잘 보여줍니다. 손오공이 누구보다도 훌륭히 싸우고 벼릴 수 있던 바탕이라면, 처음 이 별에 떨어지던 날 갓난둥이를 거둔 할아버지가 물려준 사랑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고서 늘 되새기는 숨결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이러면서 동무를 반가이 맞이하고, 이웃을 따스히 품습니다. 작은 숨붙이하고 푸나무를 아껴요.


  《드래곤볼 슈퍼 22》은 베지터가 ‘마음닦기’를 하면서 거듭나는 줄거리를 살짝 다룹니다. 베지터는 이미 앞서도 ‘마음빛’을 다스리는 길을 배웠습니다. 몸만 다그치듯 갈고닦을 적에는 허물을 못 벗는 줄 몸으로 깨달은 베지터인 터라, ‘마음빛’을 다스리면서 ‘첫째도 둘째도 막째도 아닌’, 오직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길에 제대로 발을 담근다고 여길 만해요.


  별에서 온 아이가 별로 갑니다. 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짠 아재가 스르르 눈을 감고서 별로 갑니다. 오래 싸운 손오공이 마침내 넷째 구슬로 녹아든 미르로 나아갔듯, 이제까지 바지런히 그림붓을 놀린 아재도 사르르 몸을 내려놓고서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숲으로 날아갈 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 사랑이 있는 뜻을 곱씹을 일입니다. 사람은 풀꽃나무를 동무하고, 풀꽃나무는 사람을 이웃합니다. 사람은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로 활짝 웃고 춤춥니다.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는 사람들한테 노래를 베풀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빛납니다.


  오롯이 나아가는 빛인 사랑입니다. 온꽃으로 피어나는 사랑이기에 빛입니다. 떠난 분을 기립니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ㅅㄴㄹ


“아니, 우리는 이미 육체를 한계까지 단련했다. 우리는 놈들과 별 차이 없는 수준까지 연마했어.” “뭐? 정말?”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우리는 아직 힘을 사용할 때 낭비가 너무 많다.” (14쪽)


“레드리본군을 없애 달라고 빌면!” “…….”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보네요. 그럼 신룡에게 최고 장로님처럼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24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과학자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아 주겠나?” (48쪽)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많이 바쁜데 날 찾으러 와 줄까?”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오지 않으면 내가 반쯤 죽여놓을 테다.” (60쪽)


“이봐, 2호.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헤도 박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아.”“그렇지.” (131쪽)


“넌 나쁜 녀석이 아니야. 멍청한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지.” (135쪽)



#とりやまあきら #鳥山明 #とよたろう #ドラゴンボール超

+


베지터 왕에 의해 변경의 땅에 보내져 41년간 아버지와 힘든 삶을 보냈다

→ 베지터 임금이 구석퉁이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살았다

→ 베지터 놈이 끄트머리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보냈다

8쪽


원래 살던 별로 도망쳐 돌아간

→ 처음 살던 별로 돌아간

→ 예전 살던 별로 달아난

11쪽


또 이성을 잃을 뻔했지∼?

→ 또 넋을 잃을 뻔했지?

→ 또 마음을 잃을 뻔했지?

13쪽


변했네. 네가 명상 수련이라니

→ 바꿨네. 네가 마음닦기라니

→ 달라졌네. 네가 고요꽃이라니

13쪽


분노해선 안 되는 시합이 어떤 것인지 견학하도록 하세요

→ 불타선 안 되는 자리가 어떠한지 구경하세요

→ 둘끓어선 안 되는 판이 어떠한지 지켜보세요

16쪽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속빛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밑힘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뒷심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24쪽


미미하지만, 베지터의 움직임이 변했구나

→ 옅지만, 베지터 움직임이 바뀌었구나

→ 가볍지만, 베지터가 다르게 움직이는구나

34쪽


비협조적인 녀석이구만

→ 시큰둥한 녀석이구만

→ 딴짓하는 녀석이구만

38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 아무리 놈이라지만, 어린이를 꾀는 짓은 못 봐주겠는데

→ 아무리 밉놈이라지만, 어린이를 낚는 짓은 안 되겠는데

48쪽


이건 오반을 각성시킬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 오반을 깨울 일일지도 몰라

→ 오반이 일어설 틈일지도 몰라

→ 오반을 틔울 수 있을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눈뜰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철들는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느낄는지도 몰라

50쪽


허를 찔렸을 뿐이야

→ 틈을 찔렸을 뿐이야

→ 속을 찔렸을 뿐이야

75쪽


이것이 네 전력인가

→ 네 힘은 이러한가

→ 넌 이렇게 싸우는가

→ 네 주먹은 이러한가

92쪽


비번 중에 미안하군. 긴급사태다

→ 쉬는데 부끄럽군. 바쁘다

→ 말미인데 끼었군. 일이 터졌다

101쪽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 저 녀석들, 참말로 나쁜 무리이겠지?

→ 저 녀석들, 참으로 몹쓸 무리이겠지?

131쪽


너희 근신은 해제야! 피콜로 쪽에 가세하러 가!

→ 너희 그만 쉬어! 피콜로 쪽에 가서 거들어!

1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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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속에도 우리는
잔니 로다리 지음,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 올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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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3.9.

그림책시렁 1373


《전쟁 속에도 우리는》

 잔니 로다리 글

 귀도 스카라보톨로 그림

 이현아 옮김

 올리

 2023.5.31.



  싸움이란, “너 죽고 나 살자”입니다. “내가 죽는다면 너도 좀 죽어야겠다”가 싸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숱한 사내는 싸움터에 몸받이로 끌려갑니다. 흔히 ‘총알받이’라 일컫는데, 저쪽이 쳐들어올 적에 목숨을 바쳐서 3분쯤 늦추라는 뜻으로 강원도 멧골짝에 잔뜩 욱여넣었어요. “하나하나 값진 사랑인 목숨”이 아니라, “나라에 목숨을 바치라는 젊은 사내”인 터라, 그야말로 수렁이고 죽음터이게 마련입니다. 고작 사흘 일찍 들어왔어도 윗내기가 되어 아랫내기를 내내 찍어누르고 밟아서 굴리는 데가 싸움터입니다. 예전에는 마구 때리고 괴롭히면서 푼돈조차 안 주는 판이었다면, 요새는 그나마 품삯을 조금은 쳐줍니다. 《전쟁 속에도 우리는》은 마흔 해가 훌쩍 넘은 이야기라지만, 오늘에도 새롭게 새길 만합니다. 다만, 어린이도 적잖은 어른도 “싸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살갗으로 느끼지 못하더군요. 어린 사내가 앞으로 끌려가야 할 싸움터를 얼마나 두렵거나 무서워하는가를 모르는 분도 참 많고요. 무시무시한 발톱을 아이들한테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습니다만, “평화를 지키는 군대란 없”고, “전쟁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군대”만 있는 줄 어질게 일깨워서 모두 바꾸고 갈아엎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GianniRodari #GuidoScarabottolo

#Promemoria #Il secondo libro delle filastrocche


+


《전쟁 속에도 우리는》(잔니 로다리·귀도 스카라보톨로/이현아 옮김, 올리, 2023)


매일 해야 할 일이

→ 늘 해야 할 일이

2쪽


단정히 씻고

→ 깔끔히 씻고

→ 깨끗이 씻고

4쪽


두 눈 감고 잠을 청하며

→ 두 눈 감고 잠이 들며

→ 두 눈 감고 잠들어

14쪽


결코 하지 말아야 할

→ 하지 말아야 할

→ 해서는 안 될

20쪽


남을 해치지 않아요

→ 남을 밟지 않아요

→ 남을 깎지 않아요

→ 남을 때리지 않아요

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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