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몽우리 책읽기

 


  우리 집 꽃밭에서 지난 한두 달 사이 즐겁게 베어 먹던 부추풀에서 이제 꽃대가 오른다. 꽃대가 오르며 몽우리가 생기고, 몽우리 가운데 하나는 바야흐로 터지려 한다. 가느다란 부추 꽃대에 생긴 몽우리에서는 얼마나 소담스럽거나 예쁘거나 하얀 부추꽃이 피어날까.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들여다본다. 부추꽃 몽우리는 꾸준히 힘을 모으고 빛을 가다듬어 맑게 찾아오겠지. (4345.8.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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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리 사랑받는 시

 


  요즈음 널리 사랑받는 시를 읽으면서 이 시가 어떻게 사랑받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참말 사랑받을 만한 대목이 있으니 사랑받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요즈음 널리 사랑받는 시를 사랑해 주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이 시를 쓴 분 삶하고 이 시를 읽을 내 삶하고는 사뭇 다른 길이니까.


  날마다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진다. 새로운 책은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크거나 작게 알려준다. 어느 책은 일찌감치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느 책은 한두 달 사이에 몇 만 권이나 수십만 권이 팔리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서 읽으며 사랑하는 책 가운데 한두 가지를 나도 장만해서 읽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책꽂이에 꽂히는 책이나 내 마음밭으로 스며드는 책치고 수만 권이나 수십만 권을 팔리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지 못한다.


  ‘왜 그럴까?’ 하고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즐기면서 내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찾아드는 고운 동무와 같은 책을 좋아하며 반긴다. 나는 어느 책 하나를 빚은 사람이 일구는 삶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좋아하며 반긴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삶을 읽는 사람이고, 나는 책 줄거리를 읽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책에 서린 사랑을 읽는 사람이니까. 삶을 좋아하고 싶다. 사랑을 아끼고 싶다.


  시를 쓰는 사람이 삶을 예쁘게 쓰면서 사랑을 예쁘게 노래하는 나날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빈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창작이나 성공이나 이름값이 아닌, 예쁜 시를 예쁜 넋으로 아끼면서 예쁜 꿈을 나누는 시집이 하나둘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4345.8.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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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는다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 내 나름대로 내 이야기책을 엮습니다. 이야기는 글로도 엮습니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적어 내 깜냥껏 내 이야기책을 엮습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그림이나 만화로도 내 이야기책을 엮을 테지요. 내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내가 지은 즐거운 노래 한 가락으로 내 이야기를 펼칠 테고요.


  내가 집에서 살림을 일구는 사람이라면, 내 손길이 닿는 살림살이에는 내 이야기가 사르르 묻어납니다. 내가 들에서 흙을 만지는 일꾼이라면, 들판 풀포기와 흙알 곳곳에 내 이야기가 스르르 묻어듭니다. 내 삶터는 내 일터요 내 놀이터이면서, 내 글터이거나 그림터이거나 사진터가 됩니다. 내 삶터는 내 사랑이 태어나는 사랑터이자 내 믿음이 피어나는 믿음터요 내 꿈이 이루어지는 꿈터입니다.


  이야기를 사진으로 엮습니다. 나 스스로 좋아하는 이야기를 찾아 씩씩하게 살아가는 걸음걸이가 온통 글이나 사진이나 노래로 거듭나면서 이 이야기를 새삼스레 갈무리해서 사진책이나 글책을 엮습니다. 따로 종이로 책을 묶지 않아도 마음속에 이야기를 아로새깁니다. 돌이키면, 먼저 내 마음속에 이야기를 아로새길 수 있어야, 종이에도 이야기를 아로새길 수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아로새기는 이야기가 있기에 내 손가락을 놀려 원고지나 필름에 내 꿈 실은 사진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엮는 사람은 글쟁이나 사진쟁이가 아닙니다. 어느 누구라도 스스로 이야기를 엮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일 때에 이야기를 글이나 사진이나 노래나 춤이나 그림이나 만화로 엮습니다.


  사진기를 어깨에 걸쳤거나 사진작품을 선보였거나 사진잔치를 열었기에 사진쟁이가 아닙니다. 사진과 함께 살아가면 누구라도 사진쟁이입니다. 사진을 찍어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사진가라 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어 이름을 얻는 사람이라면 사진작가라 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이런 갈래 나누거나 저런 울타리 세울 까닭은 없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삶을 누리면서 사진밭을 일구면 됩니다. 사람이라면 밥을 먹으며 목숨을 잇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림꾼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살림꾼이듯,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꾼이 될 수 있고, 사진꾼이 될 수 있으며, 그림꾼이 될 수 있어요. 사람이기에 누구나 스스로 일꾼이 되거나 놀이꾼이 됩니다. 곧, 사람일 때에는 누구나 다 다른 빛으로 사랑꾼이 되고 꿈꾼이 되며 이야기꾼이 됩니다.


  나는 내 삶을 즐겁게 돌아보면서 사진 몇 장 그러모아 조그맣게 사진책을 꾸립니다. 이 사진책을 좋아해 줄 이웃도 있을 텐데, 이 사진책은 누구보다 나와 옆지기와 아이들이 좋아하며 곁에 둘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우리 살붙이가 즐겁게 이야기꾸러미로 삼아 언제나 곁에 둔다면, 우리 둘레 좋은 이웃과 동무들도 이 이야기꾸러미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맑은 웃음과 고운 노래 길어올릴 수 있겠지요. (4345.8.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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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마음으로 새기는 사진

 


  해마다 여름이 되면 한겨레붙이는 손톱과 발톱에 봉숭아잎을 빻은 것을 살살 올려놓고는 곱게 감싸사 물을 들인다. 봉숭아물 들이기는 언제부터 했을까. 한겨레붙이는 봉숭아물을 언제 깨달았을까. 물이 곱게 드는 봉숭아잎인데, 옛날 사람은 봉숭아잎을 맛난 푸성귀로 여겼을까, 그저 고운 물 들이는 잎사귀로 삼았을까. 모시풀 줄기로는 실을 얻지만, 모시풀 잎은 맛나게 먹을 뿐 아니라 떡을 찌어 먹기도 한다. 옛날 옛적에는 봉숭아풀을 어떤 이웃으로 두었을까.


  봉숭아물 들이던 이야기는 언제부터 책에 적혔을까. 한겨레가 그림을 그리던 먼먼 옛날 옛적 가운데 어느 때에 봉숭아물 들이기를 그림으로 옮겼을까. 한겨레가 사진을 받아들이던 지난 백 해 사이에 어느 누가 봉숭아물 들이는 살붙이 고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을까.


  우리 집식구는 해마다 봉숭아물을 들인다. 나는 해마다 봉숭아물 들이기를 사진으로 찍는다. 옆지기와 아이들은 해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살붙이 한삶을 적바림하는 사진은 해마다 차곡차곡 늘어난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은 해마다 늘어난다. 사진을 찍든 안 찍든 이야기는 해마다 푼푼이 쌓인다. 사진을 찍어도 그리운 옛이야기를 떠올릴 만하고, 사진을 안 찍어도 마음으로 아로새긴 이야기를 가만히 되새길 만하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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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자잎 봉숭아물 책읽기

 


  일산 할머니가 봉숭아잎을 한 꾸러미 따오셨다. 아이 어머니와 할머니는 뒤꼍에서 피마자잎을 딴다. 절구에 봉숭아잎을 빻은 다음 피마자잎을 알맞게 뜯는다. 젓가락으로 ‘빻은 봉숭아잎’을 손가락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피마자잎으로 손끝을 감싼다. 실로 묶으며 마무리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손에 물을 묻히는 나는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 어머니가 두 아이 손발톱에 봉숭아물 들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 손발톱에는 아무 물이 들지 않으나, 사진을 찍는 내 마음에 고운 물이 든다. 좋구나. 봉숭아물 들이기란, 고운 손톱만 되는 일이 아니라, 고운 마음이 되어 고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이로구나 싶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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