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사랑받는 시

 


  요즈음 널리 사랑받는 시를 읽으면서 이 시가 어떻게 사랑받을 만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참말 사랑받을 만한 대목이 있으니 사랑받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요즈음 널리 사랑받는 시를 사랑해 주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이 시를 쓴 분 삶하고 이 시를 읽을 내 삶하고는 사뭇 다른 길이니까.


  날마다 수없이 많은 책이 쏟아진다. 새로운 책은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크거나 작게 알려준다. 어느 책은 일찌감치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느 책은 한두 달 사이에 몇 만 권이나 수십만 권이 팔리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서 읽으며 사랑하는 책 가운데 한두 가지를 나도 장만해서 읽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책꽂이에 꽂히는 책이나 내 마음밭으로 스며드는 책치고 수만 권이나 수십만 권을 팔리는 책은 좀처럼 찾아보지 못한다.


  ‘왜 그럴까?’ 하고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 삶을 즐기면서 내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찾아드는 고운 동무와 같은 책을 좋아하며 반긴다. 나는 어느 책 하나를 빚은 사람이 일구는 삶을 가만히 헤아리면서 좋아하며 반긴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삶을 읽는 사람이고, 나는 책 줄거리를 읽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책에 서린 사랑을 읽는 사람이니까. 삶을 좋아하고 싶다. 사랑을 아끼고 싶다.


  시를 쓰는 사람이 삶을 예쁘게 쓰면서 사랑을 예쁘게 노래하는 나날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빈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창작이나 성공이나 이름값이 아닌, 예쁜 시를 예쁜 넋으로 아끼면서 예쁜 꿈을 나누는 시집이 하나둘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4345.8.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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