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바닷바람 곁에서 (2012.7.10.)

― 여수 〈형설서점〉


  아침 일찍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갑니다.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 하는 날, 아이들은 똥을 푸지게 누어 주곤 합니다. 먼길을 움직일 적에는 집에서 똥을 누어 주면 홀가분합니다. 길에서 뒤가 마려우면 아이도 어버이도 고단합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똥을 치우고 밑을 닦습니다. 옷을 갈아입히고 주섬주섬 짐을 챙깁니다.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닐 적에 제 등짐이며 끌짐은 온통 아이들 옷가지입니다. 작은아이가 기저귀를 뗀다면 기저귀랑 바지 짐이 퍽 줄겠지요.


  읍내에서 시외버스를 탑니다. 이웃 여수 바다를 만나러 갈 생각입니다. 시외버스로 두 시간하고 십 분 즈음 걸리는 먼길이라, 세 사람은 모두 멀미를 합니다만, 이럭저럭 여수 시내에 닿습니다. 여수 바다를 본 아이들은 고흥 바다처럼 마음껏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에 서운합니다. 들어갈 만한 바다는 꽤 멀다는군요. 아이들한테 싹싹 빌면서 〈형설서점〉에 찾아갑니다. 큰아이는 “난 이 만화책 할래.” 하면서 두 손으로 내밉니다. 곁님은 뜨개책을 한 짐 챙깁니다.


  책 한 자락으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실마리를 얻습니다. 책 한 자락을 손에 쥐면서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을 깨닫습니다. 헌책집이 여러 곳 옹기종기 모인 골목도 재미나고, 바다가 가까운 여수도 재미있습니다. 그저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할 만하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하늘바라기를 하더라도 ‘하늘읽기 = 책읽기’가 될 만합니다. 어느 책집이든 살며시 들어가서 가만히 책꽂이를 돌아보면 마음을 한껏 사로잡을 만한 책이 꼭 나타납니다. 들길을 걷고 바닷가를 거니는 동안 맞아들이는 바람도 언제나 마음을 싱그러이 잡아끕니다.


  길은 길을 찾으려는 사람이 찾습니다. 책은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읽습니다. 삶은 삶을 지으려는 사람이 짓습니다. 스스로 할 때에 합니다. 스스로 안 할 때에 안 합니다. 기쁘게 마음밥을 먹으려 하기에 생각을 토닥토닥 북돋웁니다. 


  아름다운 책은 바로 우리 손에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집어든 책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책집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찾아간 책집이 바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우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름다운 나’를 느낍니다.


  낮에는 따스한 바람입니다. 저녁에는 스산한 바람입니다. 새벽에는 차가운 바람을 밀어내는 포근한 노을이 천천히 퍼집니다. 밤에는 온누리를 살가이 어루만지는 달빛에 별빛이 내려옵니다. 숱한 별이 숱한 사람한테 하나하나 드리우듯, 헌책집 책시렁 숱한 책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 가슴에 이야기씨앗 하나로 드리웁니다.


《바다의 향기를 품은 도시, 여수를 만나다》(GS칼텍스, 2009)

《괴테 평전》(P. 뵈르너/안인길 옮김, 삼성문화재단, 1973)

《明夷待訪錄》(황종희/전해종 옮김, 상성문화재단, 1971)

《젊은 화가에게 주는 편지》(허버트 리드/유근준 옮김, 상성문화재단, 197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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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가는 삶 (2012.10.8.)

― 부산 〈다성헌책방〉


  처음 쓰기로는 오래되었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처음 만나고 읽으며 느끼고 생각하기로는 바로 오늘이에요. 오늘 읽는 책이기에 모든 책이 새책이 됩니다. 글을 쓴 분은 모든 책을 예전에 마무리했으니 ‘헌책’을 써서 내놓는 셈이지만, 글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바로 오늘 새삼스레 만나기에 ‘새책’으로 맞아들입니다.


  저는 때때로 “모든 책은 헌책이고, 모든 책은 새책이다” 하고 말합니다. 모든 책은 ‘펴낸날이 오늘’이라 하더라도 어제 쓴 글을 엮기에 헌책일밖에 없습니다. 이와 맞물려 어제 쓴 글이라 해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처음으로 마주하기에 어떤 책을 어디에서 장만하거나 빌려서 읽든 ‘새로’ 읽어요. 책은 책이라 할까요. 책은 삶이라 할까요. 책은 사랑이라고, 이야기라고, 숨결이라고 할까요.


  가을햇살이 책마다 살포시 내려앉습니다. 가을햇살은 헌책집 일꾼 등허리에 내려앉습니다. 골목에서도 책집에서도 개구지게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 온몸에 내려앉습니다. 책집 곳곳을 돌며 바리바리 책을 장만하여 낑낑대며 짊어지는 이 어깨죽지에 곱다시 내려앉습니다. 가을내음 물씬 풍기는 시월을 누리며 아이들 손을 잡고 파란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직 잎사귀가 푸른 여러 나무를 바라봅니다.


  보수동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연산동으로 옵니다. 부산마실을 온 김에 연산동에서도 하루를 묵으며 〈다성헌책방〉을 누리려고 합니다. 고흥에 돌아가서 아이들하고 읽을 그림책이며 뜨개책을 한가득 살핍니다. 1985년에 3학년이던 국민학교 어린이가 낸 ‘육성회비 영수증’을 보다가 ‘아!’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2000년대 오늘날 사람들 삶자국도 3000년대나 4000년대쯤 되면, 또는 5000년대나 10000년대쯤 되면, 새롭거나 놀랍다 여길 문화재를 캐내며 역사나 발굴이나 고고학을 말할까 궁금하곤 합니다. 흔한 말로, 오늘날 비닐자루 쓰레기조차 먼먼 앞날에는 유물이나 문화재가 될 수 있다고 해요. 겹겹이 파묻은 쓰레기더미를 먼 뒷날 사람들은 ‘2000년대 살림살이를 돌아본다’는 구실을 내세워 ‘파헤칠(발굴)’는지 몰라요. 그런데 파헤친다 하더라도 언제나 큰고장을 파헤칩니다. 옛고을을 찾아서 파헤쳐요. 시골을 찾아서 살림살이를 돌아보는 일은 없어요.


  문득 생각합니다. 큰고장에서 벌이는 삶이나 살림이란 덧없기 때문에 그만 사라지거나 스러지지 싶어요. 시골에서 일구는 삶이나 살림이란 1000년이 되든 10000년이 되든 한결같기에 사라지거나 스러지지 않고 사람들 가슴에 고이 이어가지 싶고요. 시골에서는 문화재도 유물도 없다 할 만합니다. 시골사람이 빚는 연장이란 하루하루 흐르며 삭거나 닳아 흙으로 돌아가요. 흙집이든 짚을 이은 지붕이든 모조리 흙으로 가요. 유물도 문화재도 없지만, 쓰레기도 없는 시골살림이에요. 역사책에 남을 이야기는 없을 만하지만, 삶·사랑·꿈은 오래도록 이어가는구나 싶어요.


《육성회비 영수증 1985학년도》(동명국민학교 육성회)

《난간 위의 고양이》(박서원, 세계사, 1995)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알렉산드르 블로끄/임채희 옮김, 열린책들, 1989)

《티베트, 인간과 문화》(티베트 문화연구소 엮음, 열화당, 1988)

《야성의 왕국, 아프리카 탐험》(중앙일보사 엮음, 중앙일보사, 1982)

《컬러 산수 대백과사전》(편집부 엮음, 진현서관, 1981)

《敎育名言辭典》(寺崎昌男 엮음, 東京書籍, 1999)

《비둘기 통신》(카와바타/조풍연 옮김, 계몽사, 1987)

《궁핍한 시대의 시인》(김우창, 민음사, 1977)

《한국 호랑이》(김호근·윤열수 엮음, 열화당, 1986)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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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야기입니다. 올해에 새로 내놓을 책에 실을 글인데, 예전에 다녀온 책집 이야기를 아예 새로 쓰다시피 손질했습니다. 부디 이 글이 '책집골목-책집거리'를 헤아리는 분들한테 징검다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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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골목 (2011.9.10.)

― 부산 〈충남서점〉


  새책집 여러 곳이 나란히 있는 책집골목이나 책집거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똑같다 싶은 책’이 있을 테니 쉽지 않을 만합니다만, 저마다 다른 갈래를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갈무리하고 건사하는 ‘빛깔 있는 책집’으로 가꾸면 돼요.


  날마다 새로 나오는 모든 책이 모든 새책집에 꽂히지는 않습니다. 책꽂이에 하루도 꽂히지 못한 채 스러지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누가 찾으면 그제서야 갖다 놓기는 하되, 꽂지 않고 ‘물어본 사람한테 바로 건넬’ 뿐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려 새책집마다 다 다른 빛깔로 다 다른 갈래 책을 알뜰히 그러모으면, 새책집마다 새롭고 재미난 책시렁을 누릴 만해요. 참고서뿐 아니라 베스트셀러랑 스테디셀러까지 치우면서, ‘책집지기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고 싶은 아름책’을 정갈하게 그러모아 알려주고 보여주어 다루는 책집골목이나 책집거리를 이룰 만합니다.


  이른아침에 보수동 헌책집골목이 기지개를 켤 무렵 천천히 거닙니다. 이곳에서 두어 자락, 이다음 곳에서 두어 자락, 그다음 집에서 석 자락씩 고르니, 어느새 책꾸러미가 묵직합니다. 열 군데 책집에서 두 자락씩만 골라도 스무 자락입니다.


  두 손이 무거워 보수장 여관으로 갑니다. 이곳에 여러 날 묵으며 보수동 헌책집골목에서 책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아침부터 책집마실을 하며 고른 책을 여관 한쪽에 내려놓습니다. 빈 종이꾸러미를 몇 얻어서, 그날그날 고르는 책을 차곡차곡 담습니다. 시골집으로 돌아가기 앞서 책꾸러미를 그득 채워 부치려고요.


  새로 빈손이 되어 헌책집골목에 섭니다. 〈충남서점〉에 들릅니다. 1936년에 태어난 오진태 님이 1981년에 내놓은 사진책 《바닷소리》를 읽습니다. 사진책 《바닷소리》는 부산에 있는 인쇄소에서 찍었습니다. “갯가에서 나서 갯가에 살고 있읍니다(맺음말).” 하는 말을 읽고, “이제 여기 몇 점 바다 내음의 조각들을 모아 보았읍니다(맺음말).” 하는 말을 읽습니다. 책끝에 실은 오진태 님 모습은 최민식 님이 찍었습니다. 오진태 님은 1969년에 중앙일보 사진콘테스트 금상을 받고, 1975년에 신동아 초대작품 14점 ‘바다의 삶’을 내놓았답니다. 바다를 좋아하면서, 또는 바닷가에서 태어나면서, 바다를 마음에 담고, 바다를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찬찬히 사진을 찍으셨겠지요. 문득 부산문화재단이나 부산시청 같은 데에서 오진태 님 같은 사진가들 옛 사진책을 하나둘 캐내어 새롭게 다시 펴낼 수 있으면, 또 지난날 내놓은 사진책에 담지 못한 필름을 더 찾아내어 한결 알차게 펴낼 수 있으면, 이렇게 해서 부산에서 부산 나름대로 사진빛 일구고 책빛을 엮을 수 있으면, 부산에서 나고 자라는 젊은이가 부산에서 즐겁게 나아갈 사진길과 책길과 삶길을 즐겁게 일굴 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먼 길바닥돌은 그만 까뒤집고.


《시골 장터 이야기》(정영신 글·유성호 그림, 진선, 2002)

《바닷소리》(오진태, 세명출판사, 198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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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만 (2018.10.9.)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오늘 한글날에 맞추어 어제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글날이니 불러 주어 이야기를 했다지만, 거꾸로 보면 ‘한글날만’ 부르는 셈입니다. 여느 날에는 부르지 않을 뿐더러, 여느 날에는 ‘우리가 늘 쓰는 말글’을 생각조차 안 하는 셈입니다.


  아이를 보셔요.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를 헤아리면 될까요? 아니지요. 한 해 내내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흘러, 언제나 어린이날일 노릇입니다. 모든 삶·살림·길·일놀이는 온하루를 즐거우면서 아름다이 엮고 맺도록 마음을 기울일 판이지요. 어쩌다가 슬쩍 들여다본다면 그저 헛발질입니다.


  말을 말다이 쓰는 사람이 가뭇없이 사라질 만합니다. 날마다 스스로 말을 가다듬으며 익혀야 말을 말다이 쓰겠지만, 날마다 ‘우리말을 생각하는 마음’이 되지는 않거든요. 아이를 날마다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서 아이하고 어떤 살림을 나누거나 생각을 키울 만할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날마다 밥을 짓고, 날마다 집살림을 건사하고, 날마다 아이랑 부둥켜안고, 날마다 맨발로 풀밭을 걷고, 날마다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고, 날마다 종이책을 살랑살랑 넘기고, 날마다 구름빛에 어린 하늘바람을 마시고, 날마다 골짜기에서 샘솟는 싱그러운 물을 두 손으로 떠서 마시고, 이렇게 살아간다면 몸이며 마음이 아프거나 지칠 까닭이 없다고 여깁니다.


  엊저녁에 살짝 들린 〈글벗서점〉에 아침부터 새삼스레 들릅니다. 어제는 〈글벗〉 1층만 둘러보았고, 오늘은 2층만 둘러봅니다. 나카가와 게이지 님이 빚은 그림판 《繪本 はだしのケン》은 아름다우면서 눈물겹습니다. 그렇게 애써서 ‘일본을 비롯한 힘센나라가 저지르는 전쟁 악다구니’를 만화로 파헤쳤습니다만, 이녁 아이조차 ‘그냥그냥 학교에 다니느’라 ‘참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우지도 듣지도 못했다지요. 《맨발의 겐》을 아이들한테 읽힌 교사도 많았겠지만, 손사래치거나 등돌리거나 모르쇠인 교사도 많았겠지요. 우리 눈은 어디로 가는가요.


《繪本 はだしのケン》(中澤啓治, 汐文社, 1980)

《ねずみじょうど》(瀨田貞二 글·丸木位里 그림, 福音館書店, 1967)

《こまつたときのねこおどり》いとうひろし, ポプラ社, 2013)

《みんな だいじな なかま》(中村文人(글)·狩野富貴子(그림). 金の星社, 2007)

《서강국민학교》 32회(1975) 졸업사진책

《いのしし》(前川貴行, アリス館, 2007)

《森の顔さがし》(藤原幸一, そうえん社, 2016)

《Children of the wild west》(Russell Freedman, scholastic, 1992)

《the Art of Mickey Mouse》(Craig Yoe·Janet Morra-Yoe/竹內和世·凱風舍 옮김, 講談社, 1992)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서울 마포구 신촌로 48 

02.333.138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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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부르는 노래를 (2018.10.8.)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들려주는 노래(시)를 추리는 분을 보면 으레 외곬이라고 느낍니다. 외곬로 추리기에 아쉽다기보다, 누구나 스스로 읽은 만큼만 아니까 외곬로 보일 수 있을 테고, 스스로 읽지 않거나 알려 하지 않는다면 끝끝내 외곬로만 나아갈 뿐이지 싶습니다.


  바다에 빠진 아이들을 놓고 글을 쓴 분이 많습니다만, 입시지옥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들·입시지옥에 눌려 고단한 아이들·입시지옥 아닌 삶을 바라보고 싶은 아이들을 마주하며 글을 쓴 분은 뜻밖에 얼마 없지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서 목소리를 낸다는 글꾼치고 이녁 아이를 졸업장학교에 안 보내는 분은 아예 없지 싶어요. 그러나 글꾼뿐일까요. 정치꾼이며 벼슬꾼은 더더욱 이녁 아이를 서울 쪽 대학교에 넣으려고 애씁니다.


  시멘트로 척척 바른 겹집, 이른바 아파트로는 집이 못 됩니다. 고작 서른 해나 쉰 해도 못 버티고 허물 시멘트덩이는 집이 아니거든요. 마당이 없어 콩콩 뛰거나 달리지 못하는 데를 집이라 할 수 없어요. 가만 보면 아파트를 늘리니 집값이 더 뜁니다. ‘마당 있는 작은집’으로 마을을 가꾸어야 서울 같은 고장이 작은길로 갈 테며, 집값이 가라앉겠지요. 또 아파트 아닌 ‘마당 있는 작은집’을 바탕으로 정치·경제·문화·교육 모두 나라 곳곳으로 알맞게 나눌 적에 어느 고장에서나 포근하게 어우러지면서 넉넉할 테고요. 모든 시·군에 대학교를 꼭 하나씩만 둬 봐요. 막삽질은 바로 사라집니다. 교수도 교사처럼 몇 해마다 돌아다니도록 하면 되고요.


  풀잇길은 쉽습니다. 어려우면 풀잇길이 아닙니다. 밥그릇을 움켜쥐려 하니 풀잇길을 안 내놓을 뿐이요, 쇠밥그릇이 되려 하니 풀잇길하고 동떨어진 시늉질을 합니다. 시늉질을 걷어차는 노래를 씩씩하면서 따스히 부른 두 사람 김남주·고정희 시를 새삼스레 되읽고 싶어 하나씩 고릅니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이 보여 펼치는데, 왜 ‘마지막’이란 말을 붙일까요? 여기 ‘사전 쓰는 길’을 걷는 사람이 버젓이 이 헌책집에 들러서 ‘사전 지으며 곁에 둘 책’을 신나게 살피는데요.


  글을 쓰거나,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모임·벼슬을 이루는 분들이 부디 울타리를 허물기를 빕니다. 울타리를 세우면 그분들 스스로 눈길이 좁고 얕기 마련이라, 온누리에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며 삶이며 숲을 모르는 채 쳇바퀴가 되고 말아요.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정철, 사계절, 2017)

《콩글리시 찬가》(신견식, 뿌리와이파리, 2016)

《타자기를 치켜세움》(폴 오스터·샘 메서/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2003)

《뱀사골에서 쓴 편지》(고정희, 미래사, 1991)

《사상의 거처》(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1)

《한국의 고건축 1∼7》(광장)


서울 마포구 신촌로 48 

02.333.138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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