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한글날만 (2018.10.9.)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오늘 한글날에 맞추어 어제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글날이니 불러 주어 이야기를 했다지만, 거꾸로 보면 ‘한글날만’ 부르는 셈입니다. 여느 날에는 부르지 않을 뿐더러, 여느 날에는 ‘우리가 늘 쓰는 말글’을 생각조차 안 하는 셈입니다.
아이를 보셔요.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를 헤아리면 될까요? 아니지요. 한 해 내내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흘러, 언제나 어린이날일 노릇입니다. 모든 삶·살림·길·일놀이는 온하루를 즐거우면서 아름다이 엮고 맺도록 마음을 기울일 판이지요. 어쩌다가 슬쩍 들여다본다면 그저 헛발질입니다.
말을 말다이 쓰는 사람이 가뭇없이 사라질 만합니다. 날마다 스스로 말을 가다듬으며 익혀야 말을 말다이 쓰겠지만, 날마다 ‘우리말을 생각하는 마음’이 되지는 않거든요. 아이를 날마다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서 아이하고 어떤 살림을 나누거나 생각을 키울 만할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날마다 밥을 짓고, 날마다 집살림을 건사하고, 날마다 아이랑 부둥켜안고, 날마다 맨발로 풀밭을 걷고, 날마다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고, 날마다 종이책을 살랑살랑 넘기고, 날마다 구름빛에 어린 하늘바람을 마시고, 날마다 골짜기에서 샘솟는 싱그러운 물을 두 손으로 떠서 마시고, 이렇게 살아간다면 몸이며 마음이 아프거나 지칠 까닭이 없다고 여깁니다.
엊저녁에 살짝 들린 〈글벗서점〉에 아침부터 새삼스레 들릅니다. 어제는 〈글벗〉 1층만 둘러보았고, 오늘은 2층만 둘러봅니다. 나카가와 게이지 님이 빚은 그림판 《繪本 はだしのケン》은 아름다우면서 눈물겹습니다. 그렇게 애써서 ‘일본을 비롯한 힘센나라가 저지르는 전쟁 악다구니’를 만화로 파헤쳤습니다만, 이녁 아이조차 ‘그냥그냥 학교에 다니느’라 ‘참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우지도 듣지도 못했다지요. 《맨발의 겐》을 아이들한테 읽힌 교사도 많았겠지만, 손사래치거나 등돌리거나 모르쇠인 교사도 많았겠지요. 우리 눈은 어디로 가는가요.
《繪本 はだしのケン》(中澤啓治, 汐文社, 1980)
《ねずみじょうど》(瀨田貞二 글·丸木位里 그림, 福音館書店, 1967)
《こまつたときのねこおどり》いとうひろし, ポプラ社, 2013)
《みんな だいじな なかま》(中村文人(글)·狩野富貴子(그림). 金の星社, 2007)
《서강국민학교》 32회(1975) 졸업사진책
《いのしし》(前川貴行, アリス館, 2007)
《森の顔さがし》(藤原幸一, そうえん社, 2016)
《Children of the wild west》(Russell Freedman, scholastic, 1992)
《the Art of Mickey Mouse》(Craig Yoe·Janet Morra-Yoe/竹內和世·凱風舍 옮김, 講談社, 1992)
― 서울 신촌 〈글벗서점〉
서울 마포구 신촌로 48
02.333.1382.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