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그림씨앗 첫돌 (2020.10.29.)

― 익산 〈그림책방 씨앗〉



  2020년 10월 30일에 전주 마을책집 한 곳에서 이야기꽃을 폅니다. 전주로 가는 길에 익산 마을책집 〈그림책방 씨앗〉하고 〈두번째집〉을 꼭 들르자고 생각합니다. 익산에서 이야기꽃을 펴는 일이 있다면 느긋이 익산에서 묵으며 한결 오래 익산 마을책집을 누릴 테지만, 이튿날 펼 이야기를 헤아리면서 오늘은 가볍게 두 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먼저 공주 마을책집을 만나고서 익산에 가려 했으나, 그만 논산에서 길이 틀어졌어요.


  돌림앓이 탓에 시외버스가 매우 많이 끊어집니다. 하나같이 말도 없이 사라져요. 미리 알리지도 나중에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 시외버스를 타려던 사람은 그 버스나루에 갔다가 쓴맛을 보고 돌아설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길을 가는가요?


  익산기차나루부터 걷습니다. 그 고장을 알려면 그 고장에서 해바라기나 별바라기를 하며 걸으면 됩니다. 한나절이나 두나절을 걸어도 좋아요. 하루나 이틀을 걸어도 좋지요. 서두르지 않으면 돼요. 빨리 걷지 않으면 되지요. 걷다가 쉬고, 걷다가 하늘 보고, 걷다가 노래부르거나 춤추고, 걷다가 이웃님한테 쪽글을 띄우고, 걷다가 서서 노래꽃(동시)도 쓰고, 걷다가 볕좋은 자리에 앉아 책도 읽고, 이렇게 하노라면 그 고장하고 부드러이 사귈 만해요.


  익산에 마을책집이 2019년에 움틀 때까지는 〈원서점〉을 만나려고 익산마실을 했어요. 그리고 익산에서 우리말꽃을 살뜰히 가꾸시며 《지는 꽃도 아름답다》를 쓴 문영이 님을 뵈러 이곳을 찾아오곤 했습니다. 문영이 할머님은 여든이란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말에 눈을 뜨고는 저더러 “최 선생이 이 할머니한테 우리말 스승이 되어 길을 잡아 주면 좋겠어요.” 하고 말씀하셨어요. 배우려는 마음은 0살이든 1살이든 80살이든 같아요. 배우려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배우려는 눈빛은 사랑스러워요. 배우려는 걸음걸이는 나비 날갯짓처럼 홀가분해요.


  그림책으로 빛나는 〈그림책방 씨앗〉은 2020년에 첫돌을 맞이합니다. 이 조그마한 그림씨앗은 다섯 해 열 해를 무르익어 그림나무로 자라겠지요? 그림나무는 스무 해 서른 해를 지나는 동안 그림숲으로 푸르겠지요? 그림씨앗이 열 돌 스무 돌 서른 돌 마흔 돌이 되는 동안 내내 사뿐사뿐 마실한다면 참으로 즐겁겠다고 생각합니다. 책집지기님이 내려주신 뜨끈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무럭무럭 피어나는 그림책을 차근차근 읽습니다. 책집을 나서며 돌아보니, 그림책집에서는 갓 나온 그림책은 서서 읽기만 하고, 나온 지 좀 묵은 그림책만 장만했더군요. 아마 그 묵은 그림책은 두고두고 손길을 타면서 오래오래 손빛을 받으리라 생각합니다.


  골목이며 길거리에서 나부끼는 가랑잎을 몇 줍습니다. 가랑잎빛에 가을이 오롯이 흐릅니다. 이 가랑잎에 한줄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감나무가 부르면》(안효림, 반달, 2017.10.31.)

《오늘》(줄리 모스태드/엄혜숙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7.6.28.)

《나무 하나에》(김장성 글·김선남 그림, 사계절, 2007.5.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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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있어야 산다 (2020.10.30.)

― 전주 〈살림책방〉


  숲이 있기에 살아갑니다. 숲을 곁에 두고서 숨을 쉽니다. 숲이 없는 터를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숲이 없는 곳은 누가 살아갈 만할까요? 숲이 없으면 숨이 막힐 뿐 아니라, 아예 숨조차 못 쉬지 않을까요? 제아무리 잿빛집(아파트)에 씽씽이(자동차)가 가득한 데에서는 풀포기조차 못 돋고, 나무마저 시름시름 앓으니, 이런 데에서는 돌림앓이라든지 몸앓이가 끊이지 않을 만하리라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 됩니다. 삶을 지으면 됩니다. 못살고 잘살고를 떠나, 즐겁게 하루를 가꾸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노래하면 돼요. 이러한 삶길에 책을 곁에 두고 싶어 책집마실을 갑니다. 새벽 한 시에 전주에서 눈을 뜨고서 노래꽃(동시)을 여러 자락 씁니다. 새벽 두 시 무렵 마음을 가다듬어 붓을 쥐면 누구나 글꽃이 피어날 만하다고 봅니다. 별빛이 흐르는 이즈음은 눈빛이 가장 맑을 때요 숨빛이 더없이 고를 때예요. 서울에서건 시골에서건 다들 저녁 아홉 시쯤이면 하루를 마감하고서 새벽 두어 시쯤에 하루를 열면 좋겠습니다. 차분하고 참하면서 착하게 생각을 지어 이웃을 사귀면 참말 아름답겠지요.


  사뿐히 걸어 〈살림책방〉에 닿습니다. 마을길에 고즈넉히 깃든 이곳은 언뜻 보면 ‘바깥자리(변방)’라 할 목소리가 있을 만한데, 저는 바깥으로 찾아가지 않습니다. 저는 늘 그곳으로 가요. 제가 꿈꾸고 그리고 사랑하고 즐기고 누리고픈 길로 갑니다. 남 눈치를 봐야 하지 않아요. 제 눈길을 보면 됩니다. 마을에 포근히 안긴, 또는 마을을 폭신히 안은 이 마을책집에 깃들어 책내음을 누립니다.


  이러고서 책집을 나서는데 〈살림책방〉 앞마당에 있는 섬판(입간판) 하나를 새로 봅니다. 앞뒤로 거울을 붙인 섬판이로군요. 이 거울은 무엇을 비출까요? 이 책집에 들어서기 앞서까지 스스로 어떤 길을 걸었는가를 처음 비추고, 이 책집에 깃들어 책바람을 마시고 돌아설 적에 스스로 둘레에 어떤 빛을 흩뿌리거나 심는 길을 걸을는지를 비추지 않을까요?


  저녁 일곱 시에 〈잘 익은 언어들〉에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습니다. ‘함씽씽(버스)’을 타고 가려고 길그림을 살핍니다. 문득 ‘함씽씽’이란 낱말이 머리를 스칩니다. 빨리 달릴 적에 “씽씽 달린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은 예전부터 ‘빠른 것’을 ‘씽씽이’라 했고, 장난감을 ‘씽씽카’라고도 했어요. 이 말씨를 살리면 ‘혼씽씽(자가용)·함씽씽(버스)’처럼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재미있어요.


  그런데 다음 마을책집까지 달릴 함씽씽이 오자면 20분이 넘는답니다. 그럼 걷기로 하지요. 걸어서 다음 마을책집에 닿을 무렵 여기에 함씽씽이 오겠지요. 씽씽달림이 아닌 느긋걸음으로 냇가를 걷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사뿐사뿐 춤추는 걸음걸이로 나아갑니다. 햇볕이 아늑하고 가랑잎이 바람 따라 구르며 조잘조잘합니다.


《와인을 위한 낱말 에세이》(제라르 마종/전용희 옮김, 펜연필독약, 2017.9.28.)

《차의 맛, 교토 잇포도》(와타나베 미야코/송혜진 옮김, 컴인, 2019.6.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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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고 싶은 책 (2020.10.9.)

― 서울 〈글벗서점〉


  오늘은 서울 낙성대에 있는 헌책집에 가려 했습니다만, 그곳 지기님이 퍽 늦으시는 듯해요. 낮에 양천에 있는 마을책집에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기에 더 기다릴 짬이 없어 자리를 옮깁니다. 이야기꽃을 펴기까지 25분이란 쪽틈이 있구나 싶어 신촌으로 길머리를 틉니다. 〈글벗서점〉으로 갑니다. 그러께 한글날에도 〈글벗서점〉에 있었구나 싶은데, 어쩐지 한글날에 이곳하고 어우러집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책살림으로 나날이 책물결이 일렁이는 책집입니다. 여러 책을 살피다가 먼저 《하이틴》이 눈에 밟혀요. 제가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언니는 푸른배움터를 다녔고, 저는 언니 심부름으로 이 달책을 꾸준히 책집에서 사서 갖다 주었습니다. 어린날하고 푸른날 늘 보던 달책이지만 이제 곁에는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달책을 차곡차곡 모아서 헌종이로 내놓으셨어요. 어린날 이 달책을 보던 자취를 남기려는 마음으로 집습니다.


  1986년 12월에 어떤 줄거리를 담았나 하고 펴는데, ‘돈 잘 벌고 사랑받는 일거리’로 ‘만화가’를 다루네요. 이때만 해도 만화님이 대단했지요. 아직 일본만화한테 잡아먹히지 않던 무렵입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일본만화를 베낀 분이 많았고, 일본만화 얼거리를 슬그머니 따온 분도 많았어요. 그나저나 왜 이 달책은 만화님을 ‘돈 잘 벌고 사랑받는 일거리’라는 눈으로 보려 할까요? 돈벌이보다 꿈짓기라는 생각날개를 펴는 길을 만화님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까요?


  북녘 맞춤길을 다룬 《조선말 규범집》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이 책은 일본 ‘학우서방’에서 고스란히 되펴냈어요. 남녘에서는 일본 한겨레를 돕지 않았습니다. 북녘에서만 오랫동안 도왔어요. 아무리 이 땅이 둘로 갈렸다 하더라도, 일본이며 중국으로 가야 했던 한겨레한테 왜 등을 돌려야 했을까요?


  이제 와 생각하면, 남녘나라는 일본 한겨레를 도울 틈이 없을 뿐 아니라, 남녘사람도 억누르기 바빴어요. 참삶길이 아닌 무시무시한 총칼길이었습니다. 오늘날은 어떤가 생각하면, 아직도 이 나라는 참삶길보다는 돈벌이로 치닫습니다. 돈이 나쁠 일은 없지만 돈바라기만 되면 삶도 사랑도 없어요. 슬기롭고 상냥히 품는 마음으로, 싱그럽고 푸르게 숲이 되는 길을 이끄는 책을 품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숲책을 짓고 싶습니다.


《승공,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황종언, 한국반공연맹, 1970.7.5.)

《일하는 우리 정부, 제3공화국수립 3주년 기념특집》(공보부, 1966.12.17.)

《한라의 개발보, 68년의 실적과 전망》(홍순만 엮음, 제주도, 1969.4.14.)

《내가 만난 어린왕자》(서정윤, 청맥, 1989.3.1.1벌/1989.3.20.4벌)

《조선말 규범집》(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직속 국어사정위원회, 학우서방, 1968.2.20.)

《하이틴》(백승철 엮음, 중앙일보사) 1986년 12월호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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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보금자리 (2020.10.9.)

― 서울 〈꽃 피는 책〉


  어제 파주에서 이야기꽃을 펴면서 ‘꾸밈이(디자이너)’란 낱말하고 얽힌 실마리를 풀어 보았습니다. ‘꾸’라는 말씨는 ‘꾸미다’하고 ‘가꾸다’에 똑같이 들어가지만 뜻이나 쓰임새는 좀 갈려요. ‘꾸리다’하고 ‘일구다·일꾼’ 같은 자리에서도 갈리지요. 그러나 이 모든 자리에 흐르는 말밑 ‘꾸’는 ‘꾸다·꿈’하고 맞물려요. 보기좋도록 만지는 일을 ‘꾸미다’라는 낱말로 나타내는데, 보기좋도록만 해서는 꾸미지 못해요. 앞으로 새롭게 펴고 싶다는 마음, 곧 ‘꿈’이 있어야 꾸미거든요. ‘꾸밈이 = 꿈 + 있는 + 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말밑길을 살피고서 오늘 〈꽃 피는 책〉에서 새 이야기꽃을 펴는데,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숲보’라는 이름으로 숲을 사랑하고 책을 아끼며 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가신다고 하더군요. 이러한 말씀을 들으며 ‘보’라는 낱말이 얽힌 실마리를 헤아렸습니다. ‘보금자리’에 깃드는 ‘보’부터 ‘돌보다·보듬다’뿐 아니라 ‘보다’하고 가시내 몸 한켠을 가리키는 이름에 흐르는 ‘보’란 따뜻하면서 넉넉히 새롭게 가려고 하는, 이러면서 곱게 품는 눈길을 나타낸다고 할 만해요. ‘보따리·보자기’에서 ‘보(褓)’를 한자로 푸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포대기’로도 쓰는 이 말씨는 ‘보·포’가 넘나들지요. ‘보듬다(돌보다)’랑 ‘포근하다(폭신하다)’는 말밑이 모두 같아요. 감쌀 줄 아는, 품을 줄 아는, 따사로운 기운을 나눌 줄 아는 자리에 바로 ‘보·포’를 쓰기에 ‘숲보·잠보·먹보’처럼 쓰는 ‘-보’도 참 아름답고 즐겁게 쓸 말씨라고 하는 이야기를 펴 보았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배움터에서 겪었습니다만, 오늘날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 모두 살림길이라는 숨결을 가르치기보다는 서로 다투어 동무를 밟고 올라서는 몸짓으로 치우쳐요. 이때에는 배움책을 달달 외워야 합니다. 생각이 날개를 못 폅니다. 이와 달리 사랑스레 보금자리를 일구며 서로 어깨동무하는 살림길을 오순도순 나누려 한다면, 외울 까닭이 없어요. 이때에는 종이책만 책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빛이 책빛인 줄 깨닫습니다.


  숲책(환경책) 하나를 곁에 두면서 숲을 넉넉히 읽습니다. 숲책 하나를 같이 읽으면서 숲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우리는 피어나려고 태어나요. 우리는 같이 피어나려고 아이를 낳아요. 우리는 서로 피어나려고 어버이가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가 어버이를 일깨워요. 별빛 같은 마음이 마을책집에 흐릅니다. 눈을 반짝이면서 숲길을 배우는 어른 곁에서 아이들이 느긋하게 놀이살림을 가꾸면서 튼튼히 자랍니다. 외려 서울 한복판에서 숲순이랑 숲돌이가 뛰어놉니다. 아니,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숲아이가 자라고 숲어른이 살림할 적에 아름나라가 되겠지요. 마을놀이는 마을살림으로 자라고, 마을말로 퍼지며, 마을빛으로 눈부십니다. ㅅㄴㄹ


《시골책방입니다》(임후남, 생각을담는집, 2020.5.6.)

《풀이 나다》(한나, 딸기책방, 2020.9.2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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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 붙잡는 곳이란 (2020.5.8.)

―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어릴 적에는 놀 생각만 했습니다. 그저 놀고 다시 놀고 새롭게 노는 하루를 그렸습니다. 열 살 언저리에도, 열너덧 살 안팎에도, 늘 놀이가 가장 크게 자리잡았어요. 배움책을 펴며 책상맡에 앉아도 미리 배움책을 읽어치우고서 ‘자, 내가 살필 대목은 다 살폈으니, 남은 짬에는 다른 책을 읽자’라든지 ‘자, 그러면 이제 신나게 그림을 그릴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으레 이레마다 물음종이를 받아서 풀어야 했는데 얼른 슥슥 다 풀어내고서 ‘물음종이 귀퉁이에 무엇을 그리며 놀면 재미날까?’ 하고 생각했어요. 틀리게 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책에 제대로 눈을 뜬 1992년부터는 모든 배움자리가 시들합니다. 배움터에서 들려주는 배움책 줄거리는 성에 안 찹니다. 나라에서 푸름이한테 가르치라 하는 배움책은 어쩐지 거짓말 같습니다. 스스로 배움책을 찾아나서야겠다고 느꼈고, 나라나 배움터에서 말하지 않는 책을 손수 헤아리며 읽었습니다.


  이동안 저는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찻집도 빵집도 옷집도 안 들여다봅니다. 오직 책집만 들여다봅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버스를 타고 낯선 마을을 지날 적에도, 으레 ‘이 마을에는 내가 모르는 책집이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두리번댔어요.


  전주 〈소소당〉을 들른 길에 그저 가볍게 〈잘 익은 언어들〉 지기님한테 얼굴이나 비추며 “이다음에 느긋이 찾아올게요” 하고 여쭈려다가 그만 멈춥니다. 다음 기차를 타기로 하고, 아니 순천에서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 막때를 어림해 조금 더 발걸음을 늦추기로 합니다. 숲에서라면 눌러앉겠습니다만, 책집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면 그대로 붙들리기 일쑤입니다. 아니, 붙들리고 싶기에 책집으로 마실을 가는구나 싶습니다.


  누가 “책이 뭐 그리 좋으세요? 늘 책을 읽고, 여태 잔뜩 읽었잖아요?” 하고 묻는다면 “그러게 말입디다. 아무리 아름다운 책이 새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이제는 종이책은 접어도 될 텐데, 해마다 새로 돋는 들꽃을 자꾸자꾸 들여다보듯, 이 아름찬 마을책집을 또 바라보고 거듭 찾아오고 새로 마실하면서 다리를 쉬고 싶네요.” 하고 대꾸하겠지요.


  책이 되어 준 나무를 그립니다. 나무가 자라던 숲을 떠올립니다. 숲에 어우러지던 숱한 숲이웃을 생각합니다. 숲에 드리운 햇볕이며 빗방울이며 눈송이에다가 바람을 돌아봅니다. 그저 조그마한 책 하나이지만, 이 책에는 모두 깃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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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들었어》(하세가와 요시후미/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3)

《판도라》(빅토리아 턴불/김영선 옮김, 보림, 2017)

《사다리 타기》(다니카와 슌타로 글·모토나가 사다마사 그림·나카쓰지 에쓰코 엮음/한나리 옮김, 대원키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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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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