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품고 싶은 책 (2020.10.9.)

― 서울 〈글벗서점〉


  오늘은 서울 낙성대에 있는 헌책집에 가려 했습니다만, 그곳 지기님이 퍽 늦으시는 듯해요. 낮에 양천에 있는 마을책집에서 이야기꽃을 펴기로 했기에 더 기다릴 짬이 없어 자리를 옮깁니다. 이야기꽃을 펴기까지 25분이란 쪽틈이 있구나 싶어 신촌으로 길머리를 틉니다. 〈글벗서점〉으로 갑니다. 그러께 한글날에도 〈글벗서점〉에 있었구나 싶은데, 어쩐지 한글날에 이곳하고 어우러집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책살림으로 나날이 책물결이 일렁이는 책집입니다. 여러 책을 살피다가 먼저 《하이틴》이 눈에 밟혀요. 제가 어린배움터를 다닐 적에 언니는 푸른배움터를 다녔고, 저는 언니 심부름으로 이 달책을 꾸준히 책집에서 사서 갖다 주었습니다. 어린날하고 푸른날 늘 보던 달책이지만 이제 곁에는 하나도 안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달책을 차곡차곡 모아서 헌종이로 내놓으셨어요. 어린날 이 달책을 보던 자취를 남기려는 마음으로 집습니다.


  1986년 12월에 어떤 줄거리를 담았나 하고 펴는데, ‘돈 잘 벌고 사랑받는 일거리’로 ‘만화가’를 다루네요. 이때만 해도 만화님이 대단했지요. 아직 일본만화한테 잡아먹히지 않던 무렵입니다. 그러나 이때에도 일본만화를 베낀 분이 많았고, 일본만화 얼거리를 슬그머니 따온 분도 많았어요. 그나저나 왜 이 달책은 만화님을 ‘돈 잘 벌고 사랑받는 일거리’라는 눈으로 보려 할까요? 돈벌이보다 꿈짓기라는 생각날개를 펴는 길을 만화님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까요?


  북녘 맞춤길을 다룬 《조선말 규범집》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이 책은 일본 ‘학우서방’에서 고스란히 되펴냈어요. 남녘에서는 일본 한겨레를 돕지 않았습니다. 북녘에서만 오랫동안 도왔어요. 아무리 이 땅이 둘로 갈렸다 하더라도, 일본이며 중국으로 가야 했던 한겨레한테 왜 등을 돌려야 했을까요?


  이제 와 생각하면, 남녘나라는 일본 한겨레를 도울 틈이 없을 뿐 아니라, 남녘사람도 억누르기 바빴어요. 참삶길이 아닌 무시무시한 총칼길이었습니다. 오늘날은 어떤가 생각하면, 아직도 이 나라는 참삶길보다는 돈벌이로 치닫습니다. 돈이 나쁠 일은 없지만 돈바라기만 되면 삶도 사랑도 없어요. 슬기롭고 상냥히 품는 마음으로, 싱그럽고 푸르게 숲이 되는 길을 이끄는 책을 품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숲책을 짓고 싶습니다.


《승공,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황종언, 한국반공연맹, 1970.7.5.)

《일하는 우리 정부, 제3공화국수립 3주년 기념특집》(공보부, 1966.12.17.)

《한라의 개발보, 68년의 실적과 전망》(홍순만 엮음, 제주도, 1969.4.14.)

《내가 만난 어린왕자》(서정윤, 청맥, 1989.3.1.1벌/1989.3.20.4벌)

《조선말 규범집》(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직속 국어사정위원회, 학우서방, 1968.2.20.)

《하이틴》(백승철 엮음, 중앙일보사) 1986년 12월호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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