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수수께끼책 (2021.7.30.)

― 순천 〈책방 심다〉



  새벽에 눈을 뜹니다. 한여름에 부산마실을 하며 흘린 땀을 돌아보고, 이 길에 장만한 책을 어림합니다. 길손집부터 부전 기차나루로 걷다가 찻길이 워낙 시끄러워 안골로 접어들어 걷자니 이내 저잣골목입니다. 외려 더 시끄럽고 왁자하며 사람이 많습니다. 저잣골목은 깊고 깁니다. 걷다가 문득 돌아보면 가게마다 내놓은 과일이나 고기나 살림이 꽤 눅습니다. 고흥 같은 시골은 모두 비싸면서 초라하고, 서울·부산 같은 큰고장은 모두 값싸면서 반짝거립니다. 우리나라는 사람만 서울로 보내는 얼거리가 아니라, 값지고 좋은 과일이며 살림도 서울로 보내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에 책집이 있다면 시골책집을 드나들겠지요. 저는 마을책집에 어느 책을 시켜서 장만하기보다는 그 마을책집에서 건사한 책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닿는 책을 고르기를 즐깁니다. 책집지기 손길을 느끼려고 책집마실을 합니다. 책집지기가 그 마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눈빛을 마주하려고 책집으로 찾아갑니다.


  이제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시켜서 사기가 매우 쉽습니다. 시골이나 섬에서는 누리책집에서 사더라도 서울보다 며칠 걸리지만 이쯤이야 시골스레 느긋이 기다릴 만합니다. 배움책(참고서·교과서)을 치운 마을책집은 책으로 나누고 펴는 삶길을 더 헤아리면서 밝힐 만하다고 생각해요. 빠르게 많이 사고팔 마을책집이 아니라면, 마을이웃 누구나 한결 느긋이 읽고 새기면서 나눌 책을 갖추는 길로 차근차근 가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멀리 책집마실을 나서는 이도 매한가지예요. 먼걸음을 하는 나그네는 마을벗입니다. 책집이 깃든 마을하고 사귀려고 먼걸음을 마다 않고서 찾아가거든요.


  우리는 모두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려고 살림을 꾸리고 밥옷집을 지으며 책을 마주합니다. 스스로 하루를 즐겁게 꽃피우려고 손수 글을 쓰고 이웃이 쓴 글을 읽습니다. 글을 쓸 적에는 ‘내 이름값’을 잊습니다. 글을 읽을 적에는 ‘그이 이름값’을 잊습니다. 이름값 아닌 글을 쓰고 읽습니다. 허울 아닌 빛을 쓰고 읽어요.


  순천 〈책방 심다〉는 바야흐로 와온 바닷가에서 〈심다, 와온 책방〉을 연다고 합니다. 책집을 열 적에 꿈꾸던 “바닷가 책집”을 노란 부릉이에 책을 얹어서 아이들하고 바닷마실을 하면서 펼친다지요. 가게를 차려도 책집이고, 바닥에 자리를 깔아도 책집입니다. 100만 자락을 다루거나 팔아도 책집이요, 100 자락을 다루거나 팔아도 책집이에요. 때로는 큰책집을 꾸릴 만하고, 느긋이 작은책집을 꾸리며 노래할 만합니다. 마을찻집에 사뿐히 드나들어 온몸을 쉬듯, 마을책집에 가만히 스며들어 온마음을 달랩니다. 책이라는 수수께끼는 조그마한 빛씨앗에서 비롯합니다.


ㅅㄴㄹ


《꽃으로 엮은 방패》(곽재구, 창비, 2021.2.19.)

《어떤 그림》(본 버거·이브 버거/신해경 옮김, 열화당, 2021.6.1.)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김파카, 카멜북, 2020.6.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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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2021.6.20.)

― 광주 〈일신서점〉



  첫여름에는 한창 익는 매화알을 훑어서 재웁니다. 폭 재우지요. 어릴 적에는 이런 말을 얼핏 지나치면서도 재미있구나 싶었어요. “열매를 재운다”니, 잠을 자도록 한다는 뜻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가만 보니 그렇지요. 달콤가루에 재울 적에 여러 달이나 한두 해를 가만히 두어요. 비로소 뚜껑을 여는 그날까지 고이 잠들도록 둡니다. 두고두고 잠들기에 새롭게 깨어나요. 애벌레라는 몸에서 나비란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숨결처럼, ‘재울’ 적에는 어쩐지 새롭게 ‘채우는’ 빛이 됩니다.


  문득 작은아이한테 “광주에 있는 책집에 다녀와 볼까?” 하고 묻습니다. “그럴까요?” 하고 되받는 아이하고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섭니다. 아침해를 받으면서 즐겁게 걷습니다. 고흥서 광주까지 두 시간이 넘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이윽고 전철로 갈아타지만, 또 땡볕을 받으며 걷지만, 이렇게 책집마실을 나오는 여름날은 짙푸른 나뭇잎에 반짝이는 기운을 한껏 누립니다.


  광주 금남로 한켠에서 헌책집을 꾸리는 〈일신서점〉입니다. 자전거를 끌면서 헌책을 모으는 할배는 나날이 등허리가 굽습니다. 얼마 앞서 예전 자리에서 옮겼다고 하는데, 매우 조그맣습니다. 얼추 1/8 즈음 줄인 자그마한 헌책집에서 책손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여름에는 나무그늘에 앉아서 책손을 기다리더라도, 겨울에는 어디에서 책손을 기다리려나요.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길가에서 추위를 한몸에 받으면서 기다릴까요. 겨우 걸상 하나 놓고서 앉을 만한 안쪽에서 기다릴까요.


  책을 석 자락 고릅니다. 크기를 확 줄이면서 7/8에 이르는 책을 버려야 했을 텐데, 헌책집에서 버리는 책은 그야말로 숨을 거두는 끝길입니다. 두 평쯤 될 곳에는 어떤 책을 얼마나 건사할 만할까요. 이곳에 깃든 책은 누가 눈여겨볼까요. 2000년에 나온 우편번호부를 넘기면서 아직 잿빛집에 덜 잡아먹힌 마을이름을 헤아립니다. 얼추 이무렵부터 잿빛집에 우편번호가 새로 붙었지 싶어요. 요새는 잿빛집을 바탕으로 우편번호를 짜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온몸으로 품은 책집지기 할아버지 곁에 부채가 있고, 거리나무가 있습니다. 이 거리나무 곁에서 깨어난 매미가 노래하고, 이따금 잠자리하고 나비가 찾아들 테며, 여름이 저물면 풀벌레가 노래하러 살며시 찾아오겠지요.


  날마다 새롭게 깨우는 책이 묵어 갑니다. 오롯이 새로 일깨우는 책이 잠들어 갑니다. 여러 손길을 돌고돌면서 빛나던 책이 더는 돌고돌 틈을 찾지 못하면, 눈빛도 생각도 숨결도 싱그러이 깨어날 길이 없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돌고돌면서 언제나 맑은 빗물과 구름처럼, 모든 책은 돌고돌 적에 비로소 빛나고 해맑습니다.


ㅅㄴㄹ


《우리말 역순사전》(유재원, 정음사, 1985.9.25.)

《옛말본》(허웅, 과학사, 1969.10.9./1982.3.15.세벌고침)

《우편번호부 2000·5》(편집부, 정보통신부, 2000.5.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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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닿으니까 (2021.7.29.)

― 부산 〈백경〉



  반가운 일은 불쑥 찾아옵니다. 늘 반가운 일이라면 온하루가 불쑥불쑥 솟아나는 들풀이 물결친다고 할 만해요. 서운한 일은 문득 찾아듭니다. 늘 서운한 일이라면 온날이 문득문득 쓸쓸하다고 할 만해요. 살면서 반갑거나 서운한 일을 마주할 적에 ‘이처럼 느끼는 내’가 참다운 마음인지 아닌지 돌아봅니다. 부산처럼 커다란 고장에 마실하면 으레 밀치거나 밟고 지나가는 바쁜 사람이 가득합니다. 부산 같은 큰고장에는 바지런히 살림을 지으며 즐겁게 나누려는 사람도 많아요.


  시골이기에 씩씩하거나 푸르게 마음을 기울이는 일꾼이 적지도 많지도 않습니다. 이 삶자락을 헤아리노라면 언제나 하나를 느껴요. 삶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노상 새롭게 맞닥뜨리는 이야기일 뿐이니, 스스로 사랑이란 눈빛이 되어 즐겁게 노래할 줄 아는 마음으로 다스릴 노릇이지 싶습니다.


  한두 다리를 거치면 모두 이웃이라고 합니다. 한두 다리조차 안 건너더라도 서로 동무라고 느껴요. 마음을 틔우면 누구나 이웃이요, 마음을 닫으면 아무도 동무가 아닙니다. 왼켠하고 오른켠을 가른다든지, 너랑 나를 자른다면, 끼리끼리 만날 뿐이면서 울타리를 쌓아요. 갈랫길을 생각하며 걷고 전철을 갈아타서 〈백경〉에 닿습니다. 이리로 가면 되려나 어림하고, 요쪽으로 돌면 나오려나 헤아립니다.


  모든 책집은 턱을 넘어설 때까지 수수께끼입니다. 어느 책집이든 턱 너머로 들어서면 마을이며 고을을 빛내는 이야기가 흐드러지며 해맑습니다. 더 크기에 책을 더 갖추지 않고, 더 작기에 책을 덜 갖추지 않아요. 우리는 마음에 즐겁게 노래를 담고 싶은 만한 크기로, 또 이웃이랑 동무하고 사이좋게 춤추며 놀고 싶은 만한 너비로 책집을 꾸리고 보금자리를 여밉니다.


  책을 사러 책집에 갑니다. 새책집 새책이라면 어느 책집에서든 장만할 만하고, 헌책집 헌책이라면 바로 이 책집에 가야 비로소 장만합니다. 마을책집에서 마주하는 새책은 날마다 숱하게 넘실거리는 새 이야기 가운데 오늘 이 자리에서 더 소근소근 나누고 싶은 마음을 들려줍니다. 마을책집에서 스치는 헌책은 오늘까지 살아낸 발자취에 서린 숨빛을 새삼스레 나누고 싶은 마음을 밝혀요.


  책을 살 적에는 따로 안 살펴서 몰랐는데, 이해인 님 책은 안쪽에 글님 손글씨가 깃듭니다. 책집지기님이 여쭈어 받아오시는구나 싶습니다. 모든 책은 마음이 닿기에 씁니다. 어느 책이든 마음이 닿기에 알아봅니다. 모든 책은 마음을 기울이기에 책시렁에 건사합니다. 어느 책이든 마음을 담아서 읽고 새기며 이야기합니다. 흰고래는 바다에서도 뭍에서도 흰고래입니다. 하얀 빛살이란 해를 품은 이야기입니다.


ㅅㄴㄹ


《그 사랑 놓치지 마라》(이해인, 마음산책, 2019.11.25.)

《맹수와 사냥꾼 1》(김왕석, 스포츠서울, 1989.9.20.)

《하하하, 부산》(배길남, 책읽는저녁, 2019.11.1.)

《the two KOREAS》(National Geographic, 2003.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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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담아 (2021.8.18.)

― 인천 〈문학소매점〉



  ‘문학’이라는 한자말은 막상 쓴 지 얼마 안 됩니다. 지난날에는 수수하게 ‘글’이라고만 했습니다.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도, 글을 모르거나 안 읽는 사람도 “눈으로 보도록 담아는 말소리”를 그저 ‘글’이라 했어요. “모습을 알아보도록 금하고 빛깔로 담아낼” 적에는 ‘그림’이요, “뜻을 알아채도록 무늬를 지어 담아낼” 적에는 ‘글’입니다.


  바야흐로 수수하게 ‘글’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라다 싶기에 ‘글꽃’이란 이름을 지은 배움어른이 있어요. 뜻으로만 새긴다면 “문학 = 글갈(글이라는 갈래)”이에요. “어학(언어학) = 말갈(말이라는 갈래)”이거든요. ‘글갈·말갈’이라 할 적에 ‘갈’은 ‘갈래’이기도 하고 ‘갈다·갈고닦다’이기도 합니다. ‘갈·가’는 ‘가다듬다·가다·가꾸다’하고 말밑을 잇습니다. 글을 갈고닦거나 가다듬거나 가꾸기에 ‘글갈’이요, 글이 눈부시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글꽃’이지요.


  수수하게 ‘글’이라고 할 적에는 어린이랑 함께할 만합니다. 배움턱에 들어서지 못한 어른하고 같이할 만해요. ‘글꽃’이라고 할 적에는 어린이도 어른도 즐겁게 누릴 만하고, ‘글갈’이라고 할 적에는 누구나 스스로 차근차근 갈고닦으면서 나아가는 길인 줄 돌아볼 만합니다.


  지난 마실길에 〈문학소매점〉에서 신나게 찰칵찰칵했는데, 모두 가뭇없이 사라졌어요. 그날 다른 책집에서 찰칵찰칵한 이야기도, 인천 골목에서 찰칵찰칵한 발걸음도 나란히 자취를 감췄어요. 끄응 하고 앓아 봤자 어쩔 길이 없습니다. 부천으로 마실할 일이 있어 새삼스레 〈문학소매점〉을 찾아갑니다. 올해에 두걸음입니다. 멀고먼 길이라지만 책집 미닫이에 건 꽃천을 보면서, 또 책집 곳곳에 드리운 꽃무늬를 보면서, 이곳에서 글이며 살림이며 손길을 꽃답게 보듬는 숨빛을 느낍니다.


  곁에 아이들이 찾아오기 앞서까지는 ‘문학’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곁에 아이들이 찾아와 재잘재잘 노래하고 속닥속닥 소꿉책놀이를 함께하는 길에 어느새 노래꽃(동시)을 쓰고 꽃글(동화)을 씁니다. 다만, 저는 문학은 안 합니다. 어린이문학도 안 합니다. 그저 글을 쓰고 여며요. 아이하고 글놀이를 하고 글살림을 지으며 글사랑을 나눠요. 마음을 그려서 담아내는 글로 이야기꽃을 지핍니다.


  글꽃책집(문학책방)으로 찾아가려고 골목을 걷는 사이에, 또 글꽃책집에서 글꽃책을 누리고서 전철나루로 돌아가는 틈에, 골목집 조그마한 꽃그릇하고 텃밭에 깃든 풀벌레가 그윽그윽 부르는 노래를 듣습니다. 풀노래가 들리면 걷다가 멈춥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가을볕을 부르고 가을내를 퍼뜨리는 사랑을 받습니다.


ㅅㄴㄹ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권창섭, 창비, 2021.7.25.)

《우리 곧 사라져요》(이예숙, 노란상상, 2021.8.17.)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강성호, 오월의봄, 2021.7.29.)

‘문학소매점’ 천바구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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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미리내 (2021.8.18.)

― 부천 〈용서점〉



  인천에서 나고자란 사람한테 부천은 가까우면서 멉니다. 오히려 서울보다 멀어요. 부천에서 나고자란 사람도 인천이 서울보다 멀다고 느끼려나 곧잘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살며 읍내도 면소재지도 다 멉니다. 굳이 안 가까이하려고 시골에서 살거든요. 한참을 달려야 맞이하는 읍내라든지 큰고장은 언제나 잿빛집이 가득하고 부릉부릉 시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역곡나루에서 내려 천천히 걸으며 “이곳에서 우람하게 키가 크는 이 거리나무가 싱그럽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가을 어귀인 터라 조그마한 풀밭이 있으면 어김없이 자그마한 풀벌레가 살며시 노래합니다.


  묵직한 등짐을 이고 걷다가 멈춥니다. 거리나무 곁에 서서 귀를 기울입니다. “넌 이곳에서 어떤 하루를 누구한테 노래로 들려주려는 마음이니?” 풀벌레한테 속삭이고, 나무줄기를 쓰다듬습니다. 하늘이 조금만 보이지만 구름을 올려다봅니다.


  마을책집 〈용서점〉은 호젓한 마을 한켠에 그림처럼 깃들었습니다. 왜 그림이냐 하면, 둘레 마을살림이 그림이니까 슬며시 이곳에 스미거든요. 일부러 등짐을 안 내려놓은 차림으로 책집 앞에서 찰칵찰칵 몇 자락 찍습니다. 커다란 등짐을 짊어진 아저씨가 뭔가 찍으니 이 앞을 지나가는 마을사람 여럿이 책집을 비로소 바라봅니다. “어, 여기에 책집이 다 있네?” “몰랐어? 좀 됐는데?” “처음 봤어.” “그래? 그럼 다음에 찾아오자.” 마을사람 수다를 듣고서 책집으로 들어섭니다.


  오늘 부천까지 여덟 시간 남짓 들여서 찾아왔습니다. 부천하고 부평 사이에서 살며 그림책을 빚는 《하루거리》 김휘훈 님을 만나거든요. 이른아침부터 한낮까지 말없이 길에서 노래꽃(동시)하고 꽃글(동화)을 썼다가 비로소 말길을 엽니다. 함께 책시렁을 돌아보고, 이주일 아저씨 책이 보여 그림님한테 건네어 봅니다. 우리 집 책순이가 반길 《반지의 제왕》 2001년 옮김판이 짝이 안 맞아도 둘 있습니다. 1980년대에 나온 옮김판하고 얼마나 다를까 궁금합니다. 짝은 나중에 다 찾겠지요.


  진작 장만할 수 있었으나 미루고 미룬 〈용서점〉 지기님 첫 책을 드디어 오늘 장만합니다. 다른 책집에서 살까 말까 만지작거리기만 했어요. 왜냐하면 〈용서점〉으로 마실해서 책집지기님 손글씨를 받으며 사고 싶었거든요.


  부천이든 인천이든 서울이든, 또 부산이든 광주이든 순천이든 별이 몇 송이 안 보입니다. 그래도 띄엄띄엄 몇 송이를 어림하지요. 비록 매캐한 하늘빛에 가려 별빛이 스러지는 큰고장이더라도 우리가 마음눈을 틔운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미리내잔치를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책 한 자락하고 글 한 줄에서도 글님 눈빛을 읽어낼 만하고, 서로 주고받는 말 한 마디에서도 살림빛을 맞이할 만하고요.


ㅅㄴㄹ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박용희, 꿈꾸는인생, 2020.5.1.)

《브레히트 초기시 연구》(이희원, 예문, 1989.7.

《詩神의 住所》(송욱, 일조각, 1981.3.10.)

- 1981.4.25. 李生珍 東洋書林

《하나님은 머슴도 안 살아봤나?》(한희철, 다산글방, 1991.3.10.)

《사무원》(김기택, 창비, 1999.5.1.)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다나카 히로노부/박정임 옮김, 인플루엔셜, 2020.5.15.)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정해심, 호호아, 2021.8.4.)

《무라카미 라디오》(무라카미 하루키/권남희 옮김, 까치, 2001.10.5.)

《들꽃처럼 살으리라》(최영배, 까치, 2002.12.20.)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정순재, 분도출판사, 1998.2.24.)

《우리말 갈래사전》(박용수 엮음, 한길사, 1989.2.20.)

《반지의 제왕 2》(J.R.R.톨킨/김번·김보원·이미애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2.11.25.)

《반지의 제왕 3》(J.R.R.톨킨/김번·김보원·이미애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2.11.25.)

《미국 문화의 몰락》(모리스 버만/신현식 옮김, 황금가지, 2002.6.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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