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멧숲 사이로 (2021.9.26.)

― 상주 〈오롯서점〉



  상주 시내는 큰고장을 닮았다고 할 만하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오롯이 멧숲입니다. 서울내기 눈으로 상주 시내는 조그마할는지 모르나, 시골내기 눈으로 상주 멧숲은 그윽하면서 푸르고 널찍하게 우거집니다.


  지리산 기스락에서 꽃잔치(혼례식)를 연 윗내기(선배)가 있어 일부러 서울부터 자전거를 달려 상주를 거쳐 간 적이 있어요. 그때가 2005년이었지 싶은데, 그 뒤 열여섯 해가 지난 2021년 가을에 작은아이하고 상주 시내를 찾습니다. 이곳에는 마을책집 〈오롯서점〉이 있어요. 우리말 ‘오롯’은 ‘오로지·오직’하고 말밑이 같고, ‘옹글다·영글다’하고 맞물리며, ‘온(온누리)·올(올차다)’이며 ‘알(알맹이)·얼(숨결)’하고 잇닿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도 말밑으로 얽혀요.


  마음길을 오롯이 그립니다. 마음결을 옹글게 가눕니다. 마음빛을 알뜰히 돌봅니다. 마음밭을 알차게 가꾸고, 마음씨가 영글도록 하루를 노래합니다. 가을은 깊어 가고 햇볕은 뜨끈뜨끈합니다. 밤알이 굵고 첫봄에 피어나는 들꽃이 슬슬 새로 깨어납니다. 골짝물은 매우 시원하고, 숲빛은 조금씩 가을무지개로 달라집니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영 언짢습니다. 상주 화북면 입석 안골로 바로 안 가고 시내에 머무르니 따분합니다. 책집을 빙글빙글 돌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다가 이 아이가 실컷 뛰놀 만한 풀밭부터 찾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때를 봅니다. 13시 01분인데, 13시 10분에 화북 입석으로 가는 시골버스가 있습니다. ‘달려가면 시골버스를 잡을까?’ 책값을 셈하고 등짐을 질끈 챙기고 끌짐(캐리어)을 쥡니다. “산들보라 씨, 우리 달려 볼래? 버스 타는 데까지 달리자.”


  작은아이는 바람을 가르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도록 달리면서 웃습니다. 활짝 웃는 작은아이는 앞서 달리다가 쉬다가 다시 달리다가 쉬다가 걷습니다. 우리는 6분 만에 시외버스나루에 닿고, 13시 9분에 시골버스에 오릅니다. 시골버스는 한 시간 20분 남짓 상주 멧자락을 굽이굽이 달립니다. 단돈 2000원으로 상주 멧골을 두루 구경하는 시골버스입니다.


  숲에서 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를 고맙게 얻어 종이를 빚고, 이 종이로 책을 묶습니다. 우리는 나무(붓)를 쥐어 나무(종이)에 우리 삶(이야기)을 새겨서 나무(책)를 펴내어 나누고 읽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나무하고 숲을 만나는 셈이요, 책을 다루는 지기라면 어느 고장에서나 나무하고 숲을 이웃하고 나누는 길입니다. 상주는 자전거고을로 이름이 높은데, 숲고을로도, 또 조촐히 책고을로도 차근차근 가지를 뻗는 아름터로 어우러지면 좋겠어요.


ㅅㄴㄹ


《나무처럼 살아간다》(리즈 마빈 글·애니 데이비드슨 그림/김현수 옮김, 알피코프, 2020.9.25.)

《섬 위의 주먹》(엘리즈 퐁트나유 글·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19.4.2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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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2021.8.19.)

― 서울 〈불광문고〉



  1996년부터 스물다섯 해를 애쓴 걸음을 2021년 가을에 매듭을 짓는다고 하는 서울 〈불광문고〉입니다. 2002년인지 2003년에 〈불광문고〉는 어린이책 칸을 확 넓히면서 어린이 책쉼터를 꾸민 적 있어요. 여러모로 큰일인데, 이러자니 책을 통째로 옮기고 날라야 했습니다. 저녁에 책집을 닫고서 이 일을 해야 하기에 밤샘으로 책나르기를 할 텐데, ‘책을 잘 나를 줄 알고 밤새서 일할 사람’을 찾기는 만만하지 않았다 하고, 이 얘기를 〈어제의 책〉 지기님이 알려주어서 “기꺼이 거들러 가지요!” 하고는 신나게 책나르기를 함께한 적 있어요. 일을 마치고 골마루를 슥 돌다가 ㅇ에서 낸 어느 책에 ‘100%’로 들였다는 쪽종이가 붙었습니다. 〈불광문고〉 지기님한테 여쭈었지요. “사장님, 이 책은 뭐예요? 100%로 들어오면 책집에는 0원이 남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아. 그곳은 워낙 높아요. 95%나 98%로 넣는 책도 많아요. 그렇다고 예술 쪽 책을 갖추자면 그곳 책을 안 받을 수 없어요.” “말도 안 되잖아요. 그곳은 책집을 어떻게 보고 이 따위로 해요?” “하하. 그래도 책손님을 생각하면 우리한테 한 푼조차 안 남더라도 받아야지요.”


  저는 그날 그 ‘출고율(할인율)’ 쪽종이를 보고는 그 펴냄터에서 낸 책을 새책으로는 거의 안 샀습니다. 전주에서 서학동사진관을 이끄는 분이 그곳에서 책을 내셨기에 그때 비로소 그곳 책을 새책으로 샀습니다.


  책집은 징검다리입니다. 책집은 글님(작가)하고 읽님(독자)을 잇습니다. 책집은 펴냄터(출판사)하고 마을을 잇습니다. 책집은 마을에서 이웃하고 동무를 잇습니다. 책집은 숲하고 서울·큰고장을 잇습니다. 책집은 어린이하고 어른을 잇습니다. 책집은 마음하고 생각을 잇습니다. 책집은 오늘하고 어제하고 모레를 잇습니다. 책집은 삶으로 피어나는 이야기를 여민 꾸러미를 골골샅샅 차근차근 잇습니다.


  책을 읽기에 똑똑하다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을 쓰기에 훌륭하거나 멋지지 않습니다. 책을 펴내기에 아름답거나 놀랍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빛나는 숨붙이입니다. 마음을 아로새겨서 아이들(뒷사람)한테 물려주려는 숨결로 씨앗을 돌보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2021년 가을에 책집살림을 닫는 〈불광문고〉는 앞으로 어떤 길을 맞이할까요? 서울 은평구는 꽤 커다란 고을입니다. 은평쯤 되는 고을이라면 은평에 깃든 마을책집한테 ‘집(건물)을 사주기’를 바라요. 그리고 집값을 서른 해∼마흔 해로 갈라서 다달이 돌려받으면 좋겠어요. 나라(정부)하고 고을(지자체)이 나아갈 살림길(문화사업)이라면 적어도 서른∼마흔 해를 내다볼 줄 아는 너른 품이기를 빕니다.


ㅅㄴㄹ


《오! 취준의 여신님 1》(아오키 유헤이 글·요시즈키 쿠미치 그림/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6.21.)

《드래곤볼 외전, 전생했더니 야무치였던 건》(토리야마 아키라·Dragongarow Lee/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8.12,20.)

《불멸의 그대에게 15》(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7.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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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즐겁게 (2021.9.25.)

― 시흥 〈백투더북샵〉



  어릴 적에 누린 놀이 가운데 하나는 길그림 읽기입니다. 예전에는 길그림을 얻기 몹시 힘들었어요. 높녘(북녘)에서 샛잡이(간첩)가 찾아온다는 핑계로 ‘나라길그림’이나 ‘고장길그림’을 아무한테나(?) 안 팔았습니다. 어린이일 적에는 ‘사회과부도’를 펴다가 손수 마을길그림을 그린 적 있어요. 둘레에서 제 길그림을 보며 놀라셨지요. “네가 길그림을 그려 주면 못 찾아가는 일이 없겠어!”


  길그림을 그리기는 쉽습니다. 첫째, 모든 길을 걷되, 즐겁게 다니며 하나하나 그대로 보면 됩니다. 둘째, 어느 집이나 길이든 더 좋거나 부러 나쁘게 옮길 까닭 없이 그곳을 고스란히 느껴서 옮기면 됩니다. 열 살 무렵 마을길그림을 그리며 느낀 이 대목은 글쓰기나 책읽기에서도 매한가지요, 살림길과 사랑길에서도 똑같아요.


  모든 길과 집은 달라요. 모든 삶과 글은 달라요. 모든 사람과 마을은 달라요. 모든 풀꽃나무는 다르고, 모든 숲이며 바람이며 하늘이며 바다이며 들도 달라요. 참말로 모두 다른 줄 느껴서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싸우거나 다투거나 시샘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줄 몰라서 싸우거나 시샘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줄 받아들이지 않아서 사랑을 스스로 못 짓고, 서로 사랑하지 못 합니다.


  마을책집이 태어나기에 그곳(그 마을·그 고장)을 찾아갑니다. 시흥에 〈백투더북샵〉이 태어났기에 시흥이라는 고장을 혀에 얹어 보고, 그곳 길그림을 꼼꼼히 읽습니다. 이러고서 작은아이랑 전철을 타고 알맞춤한 데에서 내려 천천히 걷습니다. 구름바다가 대단한 하늘을 봅니다. 거님길 틈새에 돋은 들풀을 바라봅니다. 어린배움터(초등학교)를 휘감은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을 문득 쳐다봅니다. 이윽고 마을책집 〈백투더북샵〉에 닿습니다. 겉을 나무로 단단히 댄 담은 이곳이 나아가는 길을 부드러이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책집 어귀에는  도로시아 랭 님 빛꽃책(사진책)을 비롯해서 눈을 밝히는 책을 놓고, 복판에는 생각을 키우는 책을 놓으며, 안쪽에는 잎물(차)을 누릴 너른 책자리가 있습니다.


  어디서나 즐겁습니다. 푸른별 숲바람은 멧골에서도 피어나지만 큰고장 조그마한 들꽃한테서도 피어납니다.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푸른별 이야기는 마을이며 시골에서도 깨어나지만 서울이며 작은고장 마을지기 손끝에서도 깨어납니다.


  더 좋은 책이 아니어도, 스스로 사랑할 책이면 되어요. 더 많은 책이 아니라도, 스스로 살림하는 눈빛을 일으키는 책이면 되어요. 때로는 빈손에 빈발이 되어 홀가분히 춤추고 노래하면서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를 하면 되고요. 글로도 읽지만 눈으로도 읽고 살갗으로도 읽고 마음으로도 읽으며 풀꽃내음으로도 읽습니다.


ㅅㄴㄹ


《약국 안 책방》(박훌륭, 인디고, 2021.9.1.)

《진짜와 가짜》(요시모토 타키아키/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6.20.)

《사서의 일》(양지윤, 책과이음, 2021.2.1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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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쉼터 (2021.5.11.)

― 인천 〈그림책방 오묘〉



  굴포천이란 이름인 냇물 곁을 가로지르다가 발길을 멈춥니다.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도록 해놓은 냇가는 짙푸릅니다. 그저 그대로 맑고 빛납니다. 나라 곳곳에서는 냇둑을 쌓고 무슨무슨 길을 깔고 이런저런 놀이틀·몸틀(운동기구)을 들이는데, 어느 하나도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걸으면 오솔길이 나요. 우리가 풀꽃나무랑 한마음이 되면 풀꽃나무하고 싱그러이 숨결을 나눕니다.


  책이나 배움터로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 살림집이 “숲을 품은 집”인 ‘숲집’이면 됩니다. 따로 책을 펴거나 애써 배움터를 오가야 듣거나 읽는 이야기라면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새기지 못하기 마련이에요. 늘 곁에 두면서 함께 놀고 일하고 노래하고 쉬는 때라야 즐겁게 맞아들여 한동아리입니다.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쉬면서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빈터가 이 고장에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디나 놀이터로 삼으면서 살았고, 어른들 꾸지람을 들으면서 골목이며 바닷가이며 갯벌이며 둠벙이며 풀밭이며 우람나무이며 신나게 달리고 뛰고 타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거의 모두라 할 곳이 “어른이 돈을 치러서 누리는 곳”이로구나 싶더군요.


  요즈음은 달라졌으나 1993년까지 푸른배움터를 다니며 만난 책숲(도서관)은 허울만 좋았어요. ‘수렁칸(입시생 독서실)’이었거든요. 갖춘 책마저 허술했습니다. 이와 달리 배다리 헌책집하고 〈한겨레문고〉 같은 새책집은 눈길을 틔울 책이 가득했습니다.


  복닥거리는 큰길을 걷다가 〈그림책방 오묘〉로 들어섭니다. 책집으로 들어서니 호젓합니다. 시끌거리는 부릉이 소리가 사라지고, 차분하면서 부드러이 바람이 붑니다. 예나 이제나 생각하기를, 큰고장에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느긋이 머물면서 쉴 곳이란 책집뿐이지 싶습니다. 책집에서는 가볍게 수다를 할 만합니다. 이제는 퍽 달라졌어도 아직 책숲(도서관)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만

나 기쁜 마음을 수다꽃으로 펴도록 자리를 틔울 책숲은 언제 태어날까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이 나라를 억누를 적에 퍼뜨린 ‘정숙(靜肅)’이라는 얼어죽을 말은 언제쯤 걷어치울까요? 뛰놀 마당이 있으면서 드러누워 낮잠을 이룰 나무그늘하고 풀밭이 있을 적에 비로소 책숲답다고 생각합니다. 곁에 큰나무하고 책걸상이 있으면 아름다운 책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책에 담는 줄거리로만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마음밥이 되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책을 이루도록 종이가 되어 준 나무가 살던 숲을 큰고장에서도 보여주기에 책집이요 책숲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아이어른이 함께 쉬기를 바라요.


ㅅㄴㄹ


《아주 작은 것》(베아트리체 알레마냐/길미향 옮김, 현북스, 2016.6.1.)

《불만이 있어요》(요시타케 신스케/권남희 옮김, 김영사, 2021.4.1.)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까요?》(린 판덴베르흐 글·카티예 페르메이레 그림/지명숙 옮김, 고래이야기, 2013.1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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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2021.3.3.)

― 인천 〈수봉정류장〉



  인천 미추홀구(남구) 숭의4동은 곧 통째로 거의 사라진다고 합니다. 어쩌면 조금쯤 남을는지 모르나 “사람이 살며 풀꽃나무가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푸르게 노래하던 터전”이라는 숨빛은 가뭇없이 삽차로 찍어낸다지요. 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삽질판입니다. 이 나라지기나 저 나라지기나 똑같이 삽질을 사랑했습니다. 이른바 ‘집길(부동산정책)’은 순 “잿빛집(아파트) 높이 쌓기”에 머뭅니다.


  돌림앓이판이 불거지는 곳은 숲이 아닌 큰고장입니다. 서울이거나 서울을 닮은 데에서 사람이 죽어나고 아프며 골골대고 쓰러집니다. 서울이거나 서울을 따라가는 데에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싸우고 다투고 겨루며 밟습니다.


  숲에서는 돌림앓이가 없습니다. 숲을 낀 두멧자락이나 시골에도 돌림앓이가 번질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틈새두기’라는 거짓질을 멈출 노릇입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틈새에 숲을 두기”입니다. “집하고 집 사이에 풀꽃나무를 건사하기”로 살아가고, “높다른 잿빛집이 아니라, 나즈막한 골목집을 일구고, 모든 골목집이 마당을 누리는 길”로 나아가야지요.


  맨발로 풀밭을 걷지 못하니까 앓아요. 맨손으로 나무를 쓰다듬지 못하니까 아파요. 숲이 푸르게 우거져야 숨을 제대로 쉬는 줄 ‘머리(지식)’로 알면 뭐 할까요? 손수 씨앗을 묻어 돌볼 “우리 집 나무”가 없이 어떻게 나무를 배우거나 알거나 사랑할까요? ‘삽질사랑’이 아닌 ‘숲사랑’일 적에야 이 거짓질을 끝냅니다.


  그나저나 인천 제물포 한켠에 알뜰살뜰 여민 〈수봉정류장〉은 채 한 해를 잇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하는데, 참말로 어쩔 길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인천지기(인천시장)이라는 벼슬아치 머리에서는, 또 인천에서 벼슬꾼(공무원)으로 지내는 사람들 손에서는, 마을을 통째로 밀어내고서 잿빛집을 높이 올릴 생각만 있을까요?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모든 잿빛집은 ‘다닥다닥’입니다. 숨쉴 틈이 없어요. 잿빛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는 뛰지도 춤추지도 노래하지도 못합니다. 삶이 없고 놀이가 없어요. 어른이라고 다를까요? 집집마다 사이에 골목을 두고 마당을 거느리면서 나무를 심어 돌볼 틈이 있을 적에 비로소 두레나 품앗이가 저절로 피어나고, 모든 사람이 즐겁게 웃으면서 튼튼하기 마련입니다.


  어젯밤(3.2.)에 〈수봉정류장〉 지기님하고 숭의4동 골목을 천천히 거닐었습니다. 천천히 거닐며 “빈집에 남은 이름판·주소판·상하수도판” 같은 조그마한 자취를 몇 떼었습니다. 통째로 사라지기 앞서 “사람이 살았네” 같은 이야기를 이 작은 조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당과 숲과 마을이 없다면 벼슬아치도 나라도 뭣도 다 부질없습니다. 삽질만 해대면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강, 2021.1.30.)

《수봉산 둘레 마실길》(수봉정류장 엮음, 미추홀구 시민공동체과, 2020.12.31.)

《월간 수봉 1호》(수봉정류장 엮음, 수봉정류장, 2021.1.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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