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징검다리 (2021.8.19.)

― 서울 〈불광문고〉



  1996년부터 스물다섯 해를 애쓴 걸음을 2021년 가을에 매듭을 짓는다고 하는 서울 〈불광문고〉입니다. 2002년인지 2003년에 〈불광문고〉는 어린이책 칸을 확 넓히면서 어린이 책쉼터를 꾸민 적 있어요. 여러모로 큰일인데, 이러자니 책을 통째로 옮기고 날라야 했습니다. 저녁에 책집을 닫고서 이 일을 해야 하기에 밤샘으로 책나르기를 할 텐데, ‘책을 잘 나를 줄 알고 밤새서 일할 사람’을 찾기는 만만하지 않았다 하고, 이 얘기를 〈어제의 책〉 지기님이 알려주어서 “기꺼이 거들러 가지요!” 하고는 신나게 책나르기를 함께한 적 있어요. 일을 마치고 골마루를 슥 돌다가 ㅇ에서 낸 어느 책에 ‘100%’로 들였다는 쪽종이가 붙었습니다. 〈불광문고〉 지기님한테 여쭈었지요. “사장님, 이 책은 뭐예요? 100%로 들어오면 책집에는 0원이 남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아. 그곳은 워낙 높아요. 95%나 98%로 넣는 책도 많아요. 그렇다고 예술 쪽 책을 갖추자면 그곳 책을 안 받을 수 없어요.” “말도 안 되잖아요. 그곳은 책집을 어떻게 보고 이 따위로 해요?” “하하. 그래도 책손님을 생각하면 우리한테 한 푼조차 안 남더라도 받아야지요.”


  저는 그날 그 ‘출고율(할인율)’ 쪽종이를 보고는 그 펴냄터에서 낸 책을 새책으로는 거의 안 샀습니다. 전주에서 서학동사진관을 이끄는 분이 그곳에서 책을 내셨기에 그때 비로소 그곳 책을 새책으로 샀습니다.


  책집은 징검다리입니다. 책집은 글님(작가)하고 읽님(독자)을 잇습니다. 책집은 펴냄터(출판사)하고 마을을 잇습니다. 책집은 마을에서 이웃하고 동무를 잇습니다. 책집은 숲하고 서울·큰고장을 잇습니다. 책집은 어린이하고 어른을 잇습니다. 책집은 마음하고 생각을 잇습니다. 책집은 오늘하고 어제하고 모레를 잇습니다. 책집은 삶으로 피어나는 이야기를 여민 꾸러미를 골골샅샅 차근차근 잇습니다.


  책을 읽기에 똑똑하다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을 쓰기에 훌륭하거나 멋지지 않습니다. 책을 펴내기에 아름답거나 놀랍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빛나는 숨붙이입니다. 마음을 아로새겨서 아이들(뒷사람)한테 물려주려는 숨결로 씨앗을 돌보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2021년 가을에 책집살림을 닫는 〈불광문고〉는 앞으로 어떤 길을 맞이할까요? 서울 은평구는 꽤 커다란 고을입니다. 은평쯤 되는 고을이라면 은평에 깃든 마을책집한테 ‘집(건물)을 사주기’를 바라요. 그리고 집값을 서른 해∼마흔 해로 갈라서 다달이 돌려받으면 좋겠어요. 나라(정부)하고 고을(지자체)이 나아갈 살림길(문화사업)이라면 적어도 서른∼마흔 해를 내다볼 줄 아는 너른 품이기를 빕니다.


ㅅㄴㄹ


《오! 취준의 여신님 1》(아오키 유헤이 글·요시즈키 쿠미치 그림/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6.21.)

《드래곤볼 외전, 전생했더니 야무치였던 건》(토리야마 아키라·Dragongarow Lee/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8.12,20.)

《불멸의 그대에게 15》(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1.7.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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