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01) 제하의


 ‘집값 하락’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이라는 제목이 붙은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기사가 실렸다

→ ‘집값 하락’을 다루는 기사가 여럿 실렸다


  ‘제하(題下)’는 “제목 아래”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으레 ‘-의’를 몰고 다닙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에도 나오듯이 “제하의 기사”나 “제하의 글”이나 “제하의 보도”처럼 씁니다.


 이러한 제하의 강좌 → 이러한 강좌

 이러한 제하의 보도 → 이러한 보도

 이러한 제하의 글 → 이러한 글


  ‘제하의’ 꼴로 나오는 말투는 아예 덜 만합니다. 굳이 어떤 말을 넣고 싶다면 “제목으로”나 “제목이 붙은”이나 “제목을 붙인”이나 “이름으로”나 “이름이 붙은”이나 “이름을 붙인”처럼 쓰면 됩니다. 4348.8.5.물.ㅅㄴㄹ



위선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추적한 《지식인들》이라는 제하의 두 권짜리 책

→ 거짓과 모순을 낱낱이 살핀 《지식인들》이라는 두 권짜리 책

《장정일-생각, 장정일 단상》(행복한책읽기,2005) 21쪽


“자동차는 웃고 축산농민들은 운다”는 제하의 신문기사를 보며

→ “자동차는 웃고 축산농민들은 운다”는 신문기사를 보며

《한도숙-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민중의소리,2015) 14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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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9) 과거의


 과거의 습관

→ 예전 버릇

→ 옛 버릇

→ 지난날 버릇

 과거에 교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 지난날에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 예전에 교사 일을 한 적이 있다

→ 지난 한때 교사로 있던 적이 있다


  ‘과거(過去)’는 “1. 이미 지나간 때 2. 지나간 일이나 생활”을 뜻합니다. 흔히 ‘과거·현재·미래’처럼 묶어서 씁니다. 그런데, 한국말로는 ‘지난날·오늘날·앞날’이거나 ‘어제·오늘·모레’입니다.


  ‘과거’라는 한자말을 쓰려고 한다면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의 습관”처럼 쓸 일은 없습니다. “옛 버릇”이라 하면 되니까요. “과거를 속이다”나 “과거를 캐다”는 “옛일을 속이다”나 “지난 일을 캐다”처럼 손질해서 쓸 만합니다.


  지나간 때나 날이라면 ‘지난때·지난날’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쓰면 됩니다. 지나간 해라면 ‘지난해’ 같은 낱말을 쓰면 돼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지난때’는 안 나오지만, ‘지난날·지난달·지난해’ 같은 낱말은 나옵니다. 한국말로는 ‘지난-’이나 ‘옛-’을 앞가지로 삼아서 쓰면 되고, 글흐름을 살피면서 ‘예전’이나 ‘지나간’이나 ‘묵은·해묵은’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4348.8.4.불.ㅅㄴㄹ




굽신굽신 머리를 숙이고 드나들었던 일은 지난 과거의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 굽신굽신 머리를 숙이고 드나들었던 일은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 굽신굽신 머리를 숙이고 드나들었던 일은 지나간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랠프 랩/표문태 옮김-핵전쟁》(현암사,1970) 40쪽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이야기다

→ 그러나 이것은 지나간 이야기이다

→ 그러나 이것은 흘러간 이야기이다

→ 그러나 이것은 옛날이야기이다

→ 그러나 이것은 해묵은 이야기이다

《P.우드링/홍웅성 옮김-미국의 고등교육》(탐구당,1972) 100쪽


더는 과거의 방식으로 살 수 없었다

→ 더는 옛 방식으로 살 수 없었다

→ 더는 옛날처럼 살 수 없었다

→ 더는 낡은 틀로 살 수 없었다

→ 더는 고리타분하게 살 수 없었다

《크리스 하먼/천경록 옮김-민중의 세계사》(책갈피,2004) 39쪽


도시야 같은 아이는 과거의 일들을 자기 안에서 언어를 통해 분류하고 정리해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 도시야 같은 아이는 지난 일을 제 안에서 말로 가르고 나누어서 떠올리지 않고

→ 도시야 같은 아이는 예전 일을 제 안에서 말로 가르고 나누어서 되새기지 않고

《기류 유미코/송태욱 옮김-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샨티,2005) 103쪽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을 과거의 것으로 돌리지 말고 그 내용을 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말을 낡은 것으로 돌리지 말고 그 알맹이를 새롭게 살려야 한다

《하라 켄야/민병걸 옮김-디자인의 디자인》(안그라픽스,2007) 236쪽


기자간담회 직후 따로 만난 조정래에게 과거의 발언을 상기시킨 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현재의 소회를 물었다

→ 기자모임을 마치고 따로 만난 조정래한테 예전 말을 되새긴 뒤, 노무현 정부를 요즈음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이명원-말과 사람》(이매진,2008) 47쪽


저 사람들은 과거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난 아니다

→ 저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난 아니다

→ 저 사람들은 지나간 사람들이다. 그러나 난 아니다

《김민희-젤리장수 다로 1》(마녀의책장,2010) 5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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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트 2015-08-05 18:15   좋아요 0 | URL
고맙네요 ^^.

숲노래 2015-08-05 18:52   좋아요 0 | URL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고맙습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


 금일휴업 . 今日休業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려고 면소재지로 달립니다.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부친 뒤 놀이터로 갑니다. 이때에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저기 ‘금일휴업’이라고 적혔는데, ‘금일휴업’이 뭐야?” 모든 글씨를 다 읽어낼 줄 아는 여덟 살 어린이는 어른들이 쓰는 온갖 글이 다 궁금합니다. “아, 저 글은 ‘오늘 쉰다’는 뜻이야.”


 금일(今日) : ‘오늘’로 고쳐쓸 낱말

 휴업(休業) : ‘쉼’을 뜻하는 낱말


  ‘금일·금주·금월·금년’은 모두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오늘·이주·이달·올해’입니다. ‘今’이라는 한자를 넣는 낱말은 모두 ‘한국말이 아니’라고 여기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꾸리는 적잖은 어른들은 예부터 ‘今日休業’이라고 한자를 써 버릇했고, 이제는 한글로 ‘금일휴업’이라 쓰곤 합니다. 그래도 “오늘 쉽니다”나 “오늘은 쉬어요”나 “한동안 쉬겠습니다”처럼 글을 써 붙이는 어른도 제법 많지요. 그러니까, ‘今日休業’이나 ‘금일휴업’처럼 적으면 아이들이 못 알아듣습니다. ‘내부 수리’를 한다면서 영어로 ‘coming soon’을 적는 사람들처럼 외국말을 쓴 셈인데, 외국말을 적어 놓고서 이 외국말을 알아들으라고 할 노릇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 쉽니다 . 오늘은 쉼 . 쉬는 날 . 쉽니다


  영어 ‘coming soon’을 ‘커밍 순’으로 적더라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일본 말투 ‘今日休業’을 ‘금일휴업’으로 적어도 한국말이 되지 않습니다. 4348.8.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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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23) 시대적


 시대적 분위기 → 시대 분위기 / 시대 느낌 / 어느 때 느낌

 시대적 과제 → 시대 과제 / 어느 때에 풀어야 할 일

 시대적인 배경 → 시대 배경 / 어느 때 모습

 시대적으로 요구되다 → 이 시대에서 바라다 / 이즈음 바라다


  ‘시대적(時代的)’은 ‘시대’라는 한자말에 ‘-적’을 붙인 말마디입니다. “그 시대에 특징적인”을 뜻한다고 하지만 ‘특징적(特徵的)’이라는 말풀이를 덧달아야 할는지 여러모로 아리송합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다”하고 “시대적으로 뒤떨어지다”는 무엇이 다를까요? “시대를 앞서 간다”하고 “시대적으로 앞서 간다”는 어떻게 다를까요?


  굳이 ‘-적’을 붙일 까닭이 없이 ‘시대’라는 낱말을 알맞게 쓰면 됩니다. “시대 분위기”나 “시대 과제”나 “시대 배경”처럼 쓰면 돼요.


  그런데, “시대적인 정보”는 ‘시대적인’ 정보일 뿐이라고 생각할 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쓰는 말은 이렇게 쓰는 말일 뿐, 굳이 달리 풀어내거나 솎아내야 할 까닭을 못 느낄 분이 많지 않으랴 싶습니다. 한 시대가 흘러가는 일을 놓고 “시대 흐름”이라 않고 “시대적 흐름”이라 말하는 분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이무렵·그무렵’이나 ‘이때·저때’ 같은 한국말을 알맞게 쓰기보다는 일본을 거쳐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를 자꾸 받아들이기만 하기 때문에 ‘시대 + 적’ 같은 말투가 자꾸 불거지는구나 싶습니다. 한국말로 생각하는 틀이나 얼거리를 잊는다고 할 만합니다. 4348.8.3.달.ㅅㄴㄹ




시대적 추이에 따르는 ‘변화’만 보일 뿐

→ 시대 흐름에 따르는 ‘새 몸짓’만 보일 뿐

→ 그무렵 흐름에 따라 ‘바뀐 몸짓’만 보일 뿐

《이상신 엮음-문학과 역사》(민음사,1982) 184쪽


시대적인 정확한 정보, 역사적 고증, 그런 것이 안 되어 있으면

→ 시대를 알려주는 올바른 정보, 역사 고증, 그런 것이 안 되면

→ 어느 때인지 밝히는 올바른 정보, 역사 되짚기, 그런 것이 안 되면

〈동화읽는가족〉(푸른책들) 26호(2005.가을) 108쪽


아마도 시대적 상황 때문일 거야

→ 아마도 시대 상황 때문이야

→ 아마도 시대 흐름 때문이겠지

→ 아마도 그즈음 흐름 때문이라고 봐

《최형미-음악 혁명가 한형석》(상수리,2015)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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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95) -의 : 나의 머리 염색과 바다의 오염


퍼져나가는 팽창의 기운은 자연에서 꽃을 피운다

→ 퍼져나가며 커지는 기운은 자연에서 꽃을 피운다

《문숙-문숙의 자연식》(샨티,2015) 60쪽


  ‘팽창(膨脹)’은 부피가 커지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팽창의 기운”은 “팽창하는 기운”이나 “커지는 기운”으로 고쳐씁니다. ‘자연(自然)’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숲’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우리는 나의 머리 염색과 바다의 오염을 쉽게 연결시키지 못한다

→ 우리는 내 머리 염색과 바다 오염을 쉽게 잇지 못한다

→ 우리는 머리 물들이기와 더러워진 바다를 쉽게 잇지 못한다

《문숙-문숙의 자연식》(샨티,2015) 92쪽


  “나의 머리”는 “내 머리”로 바로잡습니다. ‘염색(染色)’은 ‘물들이기’로 손보고, “바다의 오염(汚染)”은 “바다 오염”이나 “바다 더럽히기”나 “더러워진 바다”로 손봅니다. ‘연결(連結)시키지’는 ‘잇지’로 손질합니다.


채소밥 만들기가 쉽고 영양가가 높아 한 끼의 한 그릇 식사로 제격이다

→ 남새밥 짓기가 쉽고 영양가가 높아 한 끼 한 그릇 밥으로 알맞다

→ 나물밥 짓기가 쉽고 몸에도 좋아 한 끼니 한 그릇 밥으로 잘 어울린다

《문숙-문숙의 자연식》(샨티,2015) 117쪽


  ‘채소(菜蔬)밥’은 ‘남새밥’이나 ‘나물밥’으로 다듬고, “영양가(營養價)가 높아”는 “몸에 좋아”로 다듬습니다. “한 끼의 한 그릇 식사(食事)”는 “한 끼 한 그릇 밥”으로 손보고, ‘제격(-格)이다’는 ‘알맞다’나 ‘어울린다’로 손봅니다.


산파의 말에 밖에서 며느리의 출산을 기다리던 노부부는 두 손을 맞잡으며 아이의 탄생을 기뻐했어요

 산파 말에 밖에서 며느리가 아기 낳기를 기다리던 늙은 부부는 두 손을 맞잡으며 기뻐했어요

→ 산파가 말하니 밖에서 며느리가 아기 낳기를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손을 맞잡으며 기뻐했어요

《최형미-음악 혁명가 한형석》(상수리,2015) 24쪽


  “산파의 말에”는 “산파 말에”나 “산파가 하는 말에”나 “산파가 말하니”로 다듬습니다. “며느리의 출산(出産)을”은 “며느리가 아기 낳기를”로 손보고. ‘노부부(老夫婦)’는 ‘늙은 부부’나 ‘할머니 할아버지’로 손봅니다. “아이의 탄생(誕生)을 기뻐했어요”는 “새로 태어난 아기를 기뻐했어요”나 “아기를 기뻐했어요”로 손질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아기 낳기”를 말하니 이 대목은 “기뻐했어요”로만 적어도 됩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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