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4


 금일휴업 . 今日休業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가려고 면소재지로 달립니다.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부친 뒤 놀이터로 갑니다. 이때에 큰아이가 샛자전거에서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버지, 저기 ‘금일휴업’이라고 적혔는데, ‘금일휴업’이 뭐야?” 모든 글씨를 다 읽어낼 줄 아는 여덟 살 어린이는 어른들이 쓰는 온갖 글이 다 궁금합니다. “아, 저 글은 ‘오늘 쉰다’는 뜻이야.”


 금일(今日) : ‘오늘’로 고쳐쓸 낱말

 휴업(休業) : ‘쉼’을 뜻하는 낱말


  ‘금일·금주·금월·금년’은 모두 ‘한국말이 아닙’니다. 한국말은 ‘오늘·이주·이달·올해’입니다. ‘今’이라는 한자를 넣는 낱말은 모두 ‘한국말이 아니’라고 여기면 됩니다. 그런데 가게를 꾸리는 적잖은 어른들은 예부터 ‘今日休業’이라고 한자를 써 버릇했고, 이제는 한글로 ‘금일휴업’이라 쓰곤 합니다. 그래도 “오늘 쉽니다”나 “오늘은 쉬어요”나 “한동안 쉬겠습니다”처럼 글을 써 붙이는 어른도 제법 많지요. 그러니까, ‘今日休業’이나 ‘금일휴업’처럼 적으면 아이들이 못 알아듣습니다. ‘내부 수리’를 한다면서 영어로 ‘coming soon’을 적는 사람들처럼 외국말을 쓴 셈인데, 외국말을 적어 놓고서 이 외국말을 알아들으라고 할 노릇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 쉽니다 . 오늘은 쉼 . 쉬는 날 . 쉽니다


  영어 ‘coming soon’을 ‘커밍 순’으로 적더라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일본 말투 ‘今日休業’을 ‘금일휴업’으로 적어도 한국말이 되지 않습니다. 4348.8.4.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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