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0) 불멸의


 불멸의 기록 → 안 깨질 기록 / 안 없어질 기록

 불멸의 영혼 → 사그라들지 않는 넋 / 잠들지 않는 넋

 불멸의 사랑 → 가없는 사랑 / 끝없는 사랑


  ‘불멸(不滅)’이라는 한자말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한자말은 ‘불멸하다’ 꼴로는 잘 안 쓰고 ‘-의’를 붙인 “불멸의 아무개”나 “불멸의 무엇” 꼴로 흔히 쓰입니다. 이를테면 “불멸의 이순신”처럼 씁니다. 이순신이라는 분이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무슨 뜻일까요? “없어지지 않는 이순신”이나 “사라지지 않는 이순신”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아무래도 “죽지 않는 이순신”이라든지 “거룩한 이순신”이라든지 “빼어난 이순신”이라든지 “훌륭한 이순신”을 가리킬 테지요.


  ‘-의’를 끌어들이는 한자말 ‘불멸’은 “영혼의 불멸”이나 “불멸의 영혼”으로도 곧잘 씁니다. “넋(영혼)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든지, “사그라들지 않는 넋”이라고 말할 만한데, 이처럼 안 쓴 셈입니다.


  한국말로 ‘사라지다·없어지다·사그라들다·잠들다·죽다’를 그때그때 자리를 살펴서 쓰면 됩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가없는 사랑”이나 “끝없는 사랑”이나 “늘 타오르는 사랑”이나 “꺼지지 않는 사랑”이나 “해님 같은 사랑”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8.10.11.해.ㅅㄴㄹ



불멸의 작가이며

→ 사그라들지 않는 작가이며

 죽지 않는 작가이며

→ 한결같이 사랑받는 작가이며

→ 언제까지나 우러를 만한 작가이며

→ 훌륭한 작가이며

→ 뛰어난 작가이며

《무샤고오지 사네아쓰/김율봉,정성환 옮김-젊은 날의 문학》(백문사,1961) 18쪽


노래로서 불멸의 가치를 지닌 것은

→ 노래로서 꺼지지 않는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앞으로도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는 까닭은

→ 노래로서 훌륭한 값어치가 있는 까닭은

《한새암·최병두·조희범·박원석·문틈-전라도 우리 탯말》(소금나무,2006) 31쪽


연주자의 개성 있는 해석을 통해 불멸의 빛을 더하는 경우가 있지요

→ 연주자가 개성 있게 해석하여 환한 빛을 더하는 때가 있지요

→ 연주자가 남달리 풀어내어 아름다운 빛을 더하기도 하지요

→ 연주자가 새롭게 읽어내어 눈부신 빛을 더하기도 하지요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3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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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9) -의 결과


 이 경기의 승리는 노력의 결과이다

→ 이 경기는 애썼기에 이겼다

→ 이 경기는 애쓴 보람으로 이겼다

→ 애쓴 끝에 이 경기를 이겼다

 신체검사의 결과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네

→ 신체검사 결과 몸이 좋지 못하네

→ 신체검사를 하니 몸이 좋지 못하네

→ 몸을 살펴보니 좋지 못하네


  ‘결과(結果)’는 “연구 결과”라든지 “결과가 나오다”처럼 쓰는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노력의 결과”나 “신체검사의 결과”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이 말마디는 “노력한 결과”나 “신체검사 결과”로 바로잡아야 올바릅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애쓴 보람”이나 “몸을 살피니”로 손볼 수 있어요.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알맞게 쓰되, 토씨 ‘-의’를 엉뚱하게 붙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4348.10.10.흙.ㅅㄴㄹ



이것이 모두 관찰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 이것이 모두 관찰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 이것이 모두 꼼꼼히 살핀 결과입니다

→ 이것을 모두 찬찬히 살펴서 얻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김희봉·승영조 옮김-발견하는 즐거움》(승산,2001) 65쪽


몇몇 시행착오의 결과, 나는 이 지역에 대해 좀더 배우게 되었다

→ 몇몇 시행착오가 있은 뒤, 나는 이곳을 좀더 배울 수 있었다

→ 몇몇 시행착오를 겪은 뒤 …

→ 몇몇 잘잘못을 거친 뒤 …

→ 몇 차례 쓴맛을 본 뒤 …

《웬델 베리/정승진 옮김-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양문,2002) 110쪽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렇게 설문을 모은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렇게 얻은 설문 조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이케가와 아키라/김경옥 옮김-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샨티,2003) 25쪽


홍보활동의 결과

→ 홍보한 결과

→ 홍보를 한 결과

→ 알린 끝에

→ 알린 보람으로

《더그 존스/이진혁·박여라 옮김-마이 브라더스 팜》(시금치,2005) 32쪽


이 책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다

→ 이 책은 엄청나게 애써서 나왔다

→ 이 책에는 엄청난 땀방울이 들었다

→ 이 책을 내려고 엄청나게 애썼다

→ 이 책에는 수많은 피와 땀이 배였다

→ 이 책에는 내 피땀이 짙게 서렸다

→ 이 책을 내려고 피와 땀을 대단히 쏟았다

→ 이 책을 내느라 참으로 힘을 들었다

→ 이 책을 내려고 온힘을 다했다

→ 이 책을 내기까지 든 힘은 대단했다

→ 모든 것을 바쳐서 이 책을 냈다

《폴 제닝스-책벌레 만들기》(나무처럼,2005) 129쪽


푸가 D단조는 이러한 끊임없는 배움의 결과였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렇게 끊임없이 배운 결과였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처럼 끊임없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 푸가 D단조는 이렇게 끊임없이 배워서 나왔습니다

→ 푸가 D단조는 이처럼 끊임없이 배웠기에 썼습니다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9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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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56) 기계적


 기계적 생산 방식 → 기계 생산 방식

 기계적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 기계힘으로 쓰입니다

 기계적 결함 → 기계 잘못

 기계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 기계에 말썽이 생긴 때에는


  ‘기계적(機械的)’은 “1. 기계를 사용하여 하는 2. 기계와 관계된 3. 정확하고 규칙적인 점이 기계와 비슷한 4. 인간적인 감정이나 창의성이 없이 맹목적·수동적으로 하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뜻풀이가 네 가지가 달릴 만큼 무척 널리 쓰는 ‘-적’ 말씨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기계적 결함”이나 “기계적 강도” 같은 말은 굳이 안 쓸 만합니다. “기계 결함”이나 “기계 강도”라 하면 돼요. “기계적 관료제”라든지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다” 같은 말마디는 “딱딱한 관료제”나 “틀에 박힌 관료제”라든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다”나 “생각 없이 받아들이다”처럼 손볼 때에 뜻이 또렷합니다.


 기계적 손놀림 → 기계 같은 손놀림 / 잽싼 손놀림 / 빈틈없는 손놀림

 기계적인 정확성 → 기계 같은 꼼꼼함 / 빈틈없는 꼼꼼함

 기계적 사고방식 → 기계 같은 생각 / 딱딱한 생각 / 뻣뻣한 생각

 암기 위주의 기계적 교육 방식 → 외우게만 하는 똑같은 교육 틀

 기계적 인간 → 차가운 사람 / 무뚝뚝한 사람


  기계 같아 보인다면 “기계 같다”라 하면 됩니다. 빈틈이 없는 기계 같은 모습이라면 “빈틈없다” 같은 낱말을 쓰면 됩니다. 기계처럼 뻣뻣하게 굳은 모습이라면 “뻣뻣하다”라든지 “딱딱하다”라든지 “차갑다”를 쓰면 돼요. ‘기계’라는 낱말을 써야 하는 자리에만 ‘기계’라는 낱말을 쓰고, ‘-적’은 모두 덜어내면 됩니다. 4348.10.10.흙.ㅅㄴㄹ



기계적으로 반복할 때

→ 기계처럼 되풀이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되풀이할 때

→ 그저 되풀이할 때

→ 똑같이 되풀이할 때

《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유원,2003) 26쪽


하루가 기계적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 하루가 기계같이(기계처럼)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똑같이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그날이 그날인 듯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 하루가 아무렇게나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남효창-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2004) 머리말


기계적으로 “싫어요”를 반복하는

→ 딱딱하게 “싫어요”를 거듭하는

→ 그저 “싫어요”를 되풀이하는

→ 똑같은 말투로 “싫어요”를 외는

→ 무뚝뚝하게 “싫어요”를 읊는

→ 차갑게 “싫어요”를 읊는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197쪽


기계적인 친절의 연속입니다

 기계 같은 친절이 이어집니다

→ 무뚝뚝한 친절이 이어집니다

 메마른 친절이 이어집니다

→ 입에 발린 친절이 이어집니다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09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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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55) 초인적


 초인적 의지 → 굳센 뜻 / 대단한 매무새

 초인적인 능력 → 사람 같지 않은 힘 / 놀라운 재주

 초인적인 노력 → 뼈를 깎도록 애씀 /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애씀

 초인적 힘 → 엄청난 힘 / 어마어마한 힘


  ‘초인적(超人的)’은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뜻을 헤아린다면 “뛰어난”인 셈입니다. 그래서 “초인적 의지”이든 “초인적인 노력”이든 “뛰어난 의지”나 “뛰어난 노력”으로 손볼 만합니다. “초인적인 집중력”도 “뛰어난 집중력”으로 손볼 만한데, “초인적 스케줄” 같은 말마디는 “엄청난 일정”이나 “무시무시한 계획”으로 손볼 수 있을 테지요. 이야기 흐름을 살펴서 ‘대단하다·놀랍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를 넣을 수 있고, 느낌을 잘 살릴 만한 여러 가지 말마디를 재미있게 쓸 수 있습니다. 4348.10.10.흙.ㅅㄴㄹ



그걸 둘러메느라 초인적인 노력을 해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어마어마하게 애써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온힘을 다해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젖먹던 힘을 내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낑낑거려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용을 써야 했다

→ 그걸 둘러메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리지아 누네스/길우경 옮김-노랑 가방》(민음사,1991) 69쪽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 어마어마한 힘을 낼 수 있다

→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다

→ 생각하지 못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

→ 놀라운 힘을 쏟아낼 수 있다

→ 대단한 힘을 쓸 수 있다

《폴 콜먼/마용운 옮김-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그물코,2008) 123쪽


초인적인 기교를 요구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연주하기가 몹시 어려운

→ 엄청난 재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연주하기가 몹시 어려운

 뛰어난 재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

→ 무시무시한 재주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

→ 빼어난 재주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21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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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7) -의 역할


 동생은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

 동생은 드라마에서 할아버지의 역할을 맡았다 (x)

 동생은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맡았다 (o)


  ‘역할(役割)’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보면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일본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일본 한자말을 걸러내거나 손질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학교나 사회나 매체나 문학 모두 이런 낱말을 함부로 씁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 가운데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역할”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은 적어도 ‘-의’ 없이 “할아버지 역할”처럼 씁니다. 그런데 이 말마디를 “할아버지의 역할”처럼 ‘-의’를 붙이는 사람이 꽤 많아요.


  연속극에서 어떤 일을 맡는다면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맡았다”처럼 적으면 되고, “연속극에서 할아버지 몫을 맡았다”라든지 “연속극에서 할아버지 자리를 맡았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했다”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10.흙.ㅅㄴㄹ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의 역할을 맡았다

→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를 맡았다

→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를 했다

《준비에브 브리작/김경온 옮김-올가는 학교가 싫다》(비룡소,1997) 53쪽


자신과 세계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다름 아닌 교육의 역할이었다

→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몫이 바로 교육이 할 일이었다

→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곧 교육이 맡은 일이었다

→ 교육은 바로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해야 했다

→ 교육은 곧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몫을 맡아야 했다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53쪽


아이들의 가슴속에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 아이들 가슴속에 신비로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하는 몫이 학교 구실입니다

→ 아이들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하는 일을 학교가 맡아야 합니다

→ 아이들이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해야 비로소 학교입니다

→ 학교는 아이들이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8쪽

 

아픔을 주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 그게 기자의 역할이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 이것이 기자 노릇이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바로 기자가 맡는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참거짓을 파헤치는 일을 바로 기자가 한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15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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