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7) -의 역할
동생은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
동생은 드라마에서 할아버지의 역할을 맡았다 (x)
동생은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맡았다 (o)
‘역할(役割)’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보면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처럼 풀이합니다. 일본 한자말이기에 안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일본 한자말을 걸러내거나 손질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학교나 사회나 매체나 문학 모두 이런 낱말을 함부로 씁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 가운데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역할”이 있습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은 적어도 ‘-의’ 없이 “할아버지 역할”처럼 씁니다. 그런데 이 말마디를 “할아버지의 역할”처럼 ‘-의’를 붙이는 사람이 꽤 많아요.
연속극에서 어떤 일을 맡는다면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맡았다”처럼 적으면 되고, “연속극에서 할아버지 몫을 맡았다”라든지 “연속극에서 할아버지 자리를 맡았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연속극에서 할아버지를 했다”처럼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8.10.10.흙.ㅅㄴㄹ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의 역할을 맡았다
→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를 맡았다
→ 올가가 선생님을 했고, 실뱅이 학생들 모두를 했다
《준비에브 브리작/김경온 옮김-올가는 학교가 싫다》(비룡소,1997) 53쪽
자신과 세계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다름 아닌 교육의 역할이었다
→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몫이 바로 교육이 할 일이었다
→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곧 교육이 맡은 일이었다
→ 교육은 바로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해야 했다
→ 교육은 곧 세계와 내 참모습을 보여주는 몫을 맡아야 했다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53쪽
아이들의 가슴속에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 아이들 가슴속에 신비로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하는 몫이 학교 구실입니다
→ 아이들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하는 일을 학교가 맡아야 합니다
→ 아이들이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해야 비로소 학교입니다
→ 학교는 아이들이 가슴속에 놀라운 자연과 생명을 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8쪽
아픔을 주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 그게 기자의 역할이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 이것이 기자 노릇이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바로 기자가 맡는다
→ 아프게 하면서까지 참거짓을 파헤치는 일을 바로 기자가 한다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15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