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예전의


 예전의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 예전 모습은 아름다웠다

→ 예전 모습은 살갑고 좋았다

→ 예전에는 아름다웠다

→ 예전에는 살갑고 좋았다

 예전의 내 모습을 찾으려고

→ 예전 같은 내 모습을 찾으려고

→ 예전 내 모습을 찾으려고

 예전의 내가 아니야

→ 예전 같은 내가 아니야

→ 나는 예전이 아니야


  ‘예전’이라는 낱말 뒤에는 토씨 ‘-의’를 붙이지 않는 한국말입니다. 아니, 토씨 ‘-의’를 붙일 일이 없습니다. ‘지난날’이나 ‘앞날’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예’로만 쓸 적에도 그렇습니다. “지난날 모습”이나 “앞날 모습”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으로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날의 모습”이나 “앞날의 모습”처럼 토씨 ‘-의’를 붙이는 사람이 자꾸 늘어납니다. 알맞지 않은 말투가 알맞지 않은 줄 느끼지 않고, 올바르지 않게 글을 쓰면서 올바르지 않은 줄 깨닫지 않습니다.


  “예전의 꼬마가 아니야”라면 “예전 꼬마가 아니야”나 “예전 같은 꼬마가 아니야”로 손질합니다. “예전의 느낌 그대로”라면 “예전 느낌 그대로”나 “예전 같은 느낌 그대로”로 손질하고요. “예전의 명성”이라면 “예전 이름값”이나 “예전 같은 이름값”으로 손질해 줍니다. 4348.11.19.나무.ㅅㄴㄹ



예전의 산만한 아이

→ 예전처럼 방정맞은 아이

→ 예전같이 어수선한 아이

→ 예전에 보던 아이

《니콜라이 노소프/엄순천 옮김-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 177쪽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 모습이 사라졌다

→ 예전에 본 모습이 아니었다

→ 예전에 없던 모습이었다

→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아침이슬,2007) 97쪽


예전의 나는 대체로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예전에 나는 으레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나는 예전에 늘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예전에는 줄곧 창피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린다 멀랠리 헌트/강나은 옮김-나무 위의 물고기》(책과콩나무,2015) 28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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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변하다 變


 눈이 비로 변하다 → 눈이 비로 바뀌다 / 눈이 비가 되다

 왕자가 야수로 변했다 → 왕자가 야수로 바뀌었다 / 왕자가 야수가 되었다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 검은빛으로 바뀐다 / 검정으로 된다

 흐느낌으로 변했다 →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 흐느낌이 되었다

 웃음으로 변하며 → 웃음으로 바뀌며 / 웃음이 되며

 회색으로 변한 → 잿빛으로 바뀐 / 잿빛이 된

 거칠게 변하다 → 거칠게 바뀌었다 / 거칠게 되었다

 입맛이 변하다 → 입맛이 달라지다 / 입맛이 바뀌다

 안색은 노랗게 변했다 → 얼굴빛이 노랗게 되었다 / 얼굴이 노래졌다

 어떻게 변할지는 → 어떻게 바뀔지는 / 어떻게 달라질지는 / 어떻게 될지는

 예쁘게 변했다 → 예쁘게 달라졌다 / 예뻐졌다

 전쟁터같이 변하고 → 싸움터같이 바뀌고 / 싸움터같이 되고


  한국말사전에서 ‘變하다’를 찾아봅니다. 뜻풀이는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입니다. 뜻풀이에 나온 “다른 것이 되다”를 한 낱말로 옮기면 ‘달라지다’입니다. ‘달라지다­’와 거의 같은 뜻으로 ‘바뀌다’를 씁니다. 그러니까, 외마디 한자말 ‘變하다’는 한국말로는 ‘달라지다’나 ‘바뀌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4348.11.18.물.ㅅㄴㄹ



기분이 쉽게 변했다

→ 기분이 쉽게 바뀌었다

→ 마음이 쉽게 달라졌다

→ 마음이 쉽게 오락가락했다

《조지 오웰/권자인 옮김-하얀구름 외길》(행림각,1990) 31쪽


초기의 모습과 달리 변했다

→ 첫 모습과 다르게 되었다

→ 예전 모습과 달리 되었다

→ 처음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

→ 첫 모습을 잃고 달라졌다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23쪽


공포의 세상으로 변한다

→ 공포스런 세상으로 바뀐다

→ 무시무시한 곳으로 된다

→ 두렵고 끔찍한 곳으로 된다

《이치석-전쟁과 학교》(삼인,2005) 61쪽


고등학생 때랑 변한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바뀐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달라진 게 없어

→ 고등학생 때랑 그대로야

→ 고등학생 때랑 똑같아

→ 고등학생 때랑 마찬가지야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47쪽


변치 않는 믿음만큼

→ 바뀌지 않는 믿음만큼

→ 흔들림 없는 믿음만큼

→ 한결같은 믿음만큼

→ 곧은 믿음만큼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양철북,2008) 155쪽


조금씩 조금씩 변해

→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서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1쪽


자라면 갈색으로 변하지

→ 자라면 흙빛으로 바뀌지

→ 자라면 밤빛으로 달라지지

→ 자라면 나뭇줄기 빛깔이 되지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30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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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당시의


 구한말 당시의 국제 정세

→ 구한말 무렵 국제 흐름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 중이다

→ 사고 때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한다

→ 사고 날 때 충격으로 입원하여 치료한다

 그 당시의 사진들을 보면

→ 그무렵 사진들을 보면

→ 그때 찍은(찍힌) 사진들을 보면


  ‘당시(當時)’라는 한자말은 한국말로 ‘그때’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그 당시”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틀립니다. 겹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그 당시”처럼 적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요, 한국말을 다루는 학자도 한국말을 슬기롭게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로구나 싶습니다.


  한국말로 옳게 바르게 쓰자면 ‘그때’나 ‘그무렵’을 넣어야 합니다. 다만, 한국말로 쓰더라도 토씨 ‘-의’가 붙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여야 합니다. “당시의 논리”를 “그때의 논리”로 고치면, 반 토막만 고친 셈입니다. 옳지 않게 쓴 말마디를 가다듬을 적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뜰히 살펴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그 당시를 회상하다

→ 그무렵을 떠올리다

→ 그때를 떠올리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 그무렵 대학생이었던

→ 그때 대학생이었던


  지난날과 오늘날을 곰곰이 되새깁니다. 그때와 이때를 가만히 헤아립니다. 그무렵과 이무렵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지난날에 잘못 쓴 말투라 하더라도 오늘날 알맞고 바르면서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투라 하더라도 앞으로 알맞고 바르면서 즐겁게 쓸 수 있으면 돼요. 4348.11.18.물.ㅅㄴㄹ



쌀밥 역시 당시의 일반인들에겐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단다

→ 쌀밥도 그무렵 일반인들에겐 쉽게 먹을 수 있는 밥이 아니었단다

→ 쌀밥도 그무렵에는 여느 사람이 쉽게 먹을 수 없었단다

→ 쌀밥 또한 그무렵에는 여느 사람이 쉽게 못 먹었단다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50쪽


당시의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무렵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때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무렵 외친 논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그즈음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지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 지난날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6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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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도시의 비싼 토지


도시의 비싼 토지 위에 지어진 건축물은

→ 도시에서 비싼 땅에 지은 건축물은

《하승수-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한티재,2015) 53쪽


  “토지(土地) 위에 지어진”은 “땅에 지은”으로 손봅니다. ‘건축물(建築物)’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집’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도시의’가 아니라 ‘도시에서’나 ‘도시에 있는’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리스와 근동 및 이집트 사이의 접촉은 계속되었다

→ 그리스는 서아시아 및 이집트 사이는 꾸준히 만났다

→ 그리스는 서아시아와 이집트하고 예전 그대로 만났다

《토머스 R.마틴/이종인 옮김-고대 그리스사》(책과함께,2015) 83쪽


  ‘근동(近東)’은 ‘극동’이라는 한자말과 함께 곰곰이 따질 낱말입니다. 유럽에서 바라보는 눈길로는 맞을는지 모르나, “서쪽 아시아”에서 사는 사람들을 함부로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동’은 ‘서아시아’로 바로잡고 ‘극동’은 ‘동아시아’로 바로잡아 줍니다. “접촉(接觸)은 계속(繼續)되었다”는 “꾸준히 만났다”나 “그대로 만났다”나 “예전 그대로 만났다”로 손봅니다.


말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고

→ 말은 운명이 이미 결정되었고

→ 말이 갈 길은 이미 가닥이 잡혔고

→ 말이 어떻게 될지는 이미 가닥이 잡혔고

《크리스 도네르/김경온 옮김-말의 미소》(비룡소,1997) 40쪽


  ‘운명(運命)’이나 ‘결정(決定)’ 같은 한자말은 얼마든지 쓸 수 있으나, 글흐름을 살펴서 요모조모 손볼 수 있습니다. 이 글월은 “말의 운명은 결정되었고” 꼴이 아니라 “말은 운명이 결정되었고”로 고쳐야 합니다. 어느 낱말을 임자말로 삼느냐에 따라서 말투가 바뀌지요. 임자말을 알맞게 살피지 못하기에 ‘-의’를 함부로 붙이고 맙니다.


백제는 세련된 문화의 나라란다

→ 백제는 문화가 세련된 나라란다

→ 백제는 문화가 눈부신 나라란다

→ 백제는 문화가 아름다운 나라란다

《박은봉-한국사 편지 1》(책과함께어린이,2009) 124쪽


  ‘세련(洗練)된’은 ‘훌륭한’이나 ‘눈부신’이나 ‘멋들어진’이나 ‘아름다운’으로 손봅니다. 이 글월에서는 앞뒤 자리를 옮겨서 ‘-의’를 털어냅니다. 4348.11.18.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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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66) -의 : 뒷부분의 말


위안거리를 찾자면 ‘오늘, 현재를 다르게 살면, 과거도 달라진다’는 뒷부분의 말이다

→ 위안거리를 찾자면 ‘오늘, 이곳을 다르게 살면, 어제도 달라진다’는 뒤쪽 말이다

→ 마음을 달랠 말을 찾자면 ‘오늘, 이곳을 다르게 살면, 어제도 달라진다’는 뒤쪽이다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93쪽


  ‘위안(慰安)’은 “위로하여 마음을 편하게 함”을 뜻하고, ‘위로(慰勞)’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위안하다·위로하다’는 한국말로 ‘달래다’를 가리켜요. ‘위안거리’는 그대로 써도 되지만, “달랠 거리를 찾자면”이라든지 “마음을 다독이는 것을 찾자면”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오늘, 현재(現在)”는 같은 말을 되풀이한 셈이니 “오늘, 이곳”으로 손보면 한결 낫고, ‘과거(過去)’는 ‘어제’로 손보며, ‘뒷부분(-部分)’은 ‘뒤쪽’으로 손봅니다.


아빠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거야

→ 아빠한테는 배움 기회가 없었던 셈이야

→ 아버지한테는 배울 기회가 없었어

→ 아버지한테는 배울 틈이 없었어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153쪽


  어른이라면 제 어버이를 ‘아버지’라고 말해야 옳으나, 아기 말투로 ‘아빠’라 할 수도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는 “배움 기회”로 적을 수 있고, “배울 기회”로 적어도 됩니다. ‘기회(機會)’는 ‘틈’이나 ‘겨를’이나 ‘자리’로 손봅니다.


앨리스는 이 마켓의 실패를 직감했다

→ 앨리스는 이 가게가 실패하리라 직감했다

→ 앨리스는 이 장터가 안 되리라 느꼈다

→ 앨리스는 이 저잣마당이 힘들리라 보았다

《하야미즈 켄로/이수형 옮김-음식 좌파 음식 우파》(오월의봄,2015) 115쪽


  ‘마켓(market)’은 영어입니다. 한국말로 ‘저자’나 ‘가게’로 고쳐쓰든 한자말로 ‘시장’으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실패(失敗)를 직감(直感)했다”는 “안 되리라 느꼈다”나 “힘들리라 보았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신통방통한 기억력을 두고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의 글자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할머니는 신통방통한 기억력이라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할머니는 기억력이 놀라워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으리라 보았다

→ 할머니는 머리가 좋아서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자가 있겠거니 여겼다

《이현승-생활이라는 생각》(창비,2015) 134쪽


  “신통방통(神通-通)한 기억력(記憶力)”은 “대단한 기억력”이나 “놀라운 기력”으로 손볼 수 있고, “무엇이든 잘 떠올리는 힘”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 글월에서는 “할머니는 머리가 좋아서”나 “할머니는 무엇이든 잘 떠올려서”로 손보아도 됩니다. “할머니만의 글자”는 “할머니만 쓰는 글자”나 “할머니만 아는 글자”로 손보고, “있을 거라고 추측(推測)했다”는 “있으리라 어림했다”나 “있으리라 생각했다”나 “있겠거니 여겼다”로 손봅니다. 4348.11.1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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