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중의


 선물 중의 선물

→ 선물 가운데 선물

→ 돋보이는 선물

→ 손꼽히는 선물

→ 가장 나은 선물

→ 가장 훌륭한 선물

→ 가장 멋진 선물


  한자 ‘중(中)’에 ‘-의’를 붙인 ‘중의’는 번역 말투하고 일본 말투가 섞인 어지러운 말투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국말로는 그냥 ‘가운데’로 적으면 되고, “선물 가운데 선물”이나 “보물 가운데 보물”이라면, 첫손으로 꼽는다거나 으뜸으로 뽑을 만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가장 나은”이나 “가장 좋은”이나 “가장 훌륭한”이나 “가장 나쁜” 어느 것을 가리키지요. 4348.12.16.물.ㅅㄴㄹ



셰익스피어의 창조한 인물중의 걸작으로서

→ 세익스피어가 지어 낸 인물 가운데 걸작으로

→ 세익스피어가 지은 매우 훌륭한 인물로

→ 세익스피어가 빚은 매우 훌륭한 사람으로

《편집부 엮음-셰익스피어명언집》(동원출판사,1969) 25쪽


도심 중의 도심이었지만

→ 도심 가운데 도심이었지만

→ 도심에서도 도심이었지만

→ 도심에서도 한복판이었지만

《손석희-풀종다리의 노래》(역사비평사,1993) 21쪽


대기 중의 오존은

→ 대기에 있는 오존은

→ 바람에 섞이는 오존은

→ 오존은

《도로시 맥켄지/이경아 옮김-환경을 위한 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26쪽


가장 고역 중의 고역이다

→ 가장 힘들고도 힘들었다

→ 가장 힘든 일이다

→ 가장 힘들었다

→ 가장 괴롭고 힘들었다

《다카노 마사오/편집부 옮김-마음의 조국, 한국》(범우사,2002) 202쪽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 까닭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 까닭 가운데 하나이다

《존 버거,장 모르/차미례 옮김-제7의 인간》(눈빛,2004) 28쪽


보물 중의 보물이다

→ 보물 가운데 보물이다

→ 으뜸 가는 보물이다

→ 가장 빼어난 보물이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85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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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박봉의


 박봉에 시달리다 → 쥐꼬리만 한 일삯에 시달리다

 박봉을 쪼개 적금을 부었다 → 적은 일삯을 쪼개 적금을 부었다

 박봉을 털어서 → 얼마 안 되는 일삯을 털어서


  ‘박봉(薄俸)’은 “적은 봉급”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박봉의 월급”이나 “박봉의 봉급”처럼 쓰면 겹말이 될 테지요. 한자말 ‘박봉’을 쓰기보다는 ‘적은’을 쓰면 되고, ‘얼마 안 되는’이나 ‘쥐꼬리만 한’이나 ‘아주 적은’이라 쓰면 돼요. 4348.12.16.물.ㅅㄴㄹ



박봉의 월급마저

→ 적은 월급마저

→ 얼마 안 되는 달삯마저

→ 조금밖에 안 되는 달삯마저

→ 쥐꼬리만 한 달삯마저

《삶이보이는창》 48호(2006.1∼2.) 133쪽


박봉의 일자리가 나타났다

→ 적은 봉급 일자리가 나타났다

→ 일삯이 적은 일자리가 나타났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9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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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이상 以上


 키 158cm 이상 → 키 158cm 넘음

 만 20세 이상 → 만 20세 넘음

 주 3회 이상 → 주 3회 넘게

 보통 이상의 관계 → 보통을 넘는 사이

 평균 이상의 실력 → 평균을 웃도는 솜씨

 십 년 이상 근무하다 → 열 해 넘게 일하다

 이상에서 살핀 바를 → 여기에서 살핀 바를 / 이제까지 살핀 바를

 이상이 내가 알고 있는 → 여기가 내가 아는 / 이것이 내가 아는

 이상으로 중계방송을 마치겠습니다 → 이제 중계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시작한 이상 → 하기로 한 만큼 / 손을 댄 만큼

 그 일을 맡은 이상 → 그 일을 맡은 만큼 / 그 일을 맡았으니

 어쨌든 아비인 이상 → 어쨌든 아비인 만큼 / 어쨌든 아비이니까

 이것으로 훈시를 마친다. 이상 → 이제 훈시를 마친다. 그만


  ‘이상(以上)’은 “1.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많거나 나음 2. 순서나 위치가 일정한 기준보다 앞이나 위 3. 이미 그렇게 된 바에는 4. 서류나 강연 등의 마지막에 써서 ‘끝’의 뜻을 나타내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말뜻으로만 본다면 여러모로 쓸 만하다고 여길 테지만, ‘이상’이라는 한자말을 쓴 자리를 살피면 ‘넘다’나 ‘웃돌다’로 손질할 만하고, ‘여기·이제·이것’으로 손질할 만하며, ‘만큼’이나 ‘-으니/-이니까’로 손질 만한데다가, ‘그만·끝·마침’으로 손질할 만합니다.



이 이상 더 할 말이 없지만

→ 여기서 더 할 말이 없지만

→ 이제 더 할 말이 없지만

→ 이제는 더 할 말이 없지만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트》(광개토,1987) 5쪽


솜씨가 취미 이상이었다

→ 솜씨가 취미를 넘어섰다

→ 솜씨가 취미를 훌쩍 넘었다

→ 솜씨가 취미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다

→ 솜씨가 그저 취미라고 할 수 없었다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22쪽


나한테 걸린 이상, 너는 도망치지 못한다

→ 나한테 걸린 만큼, 너는 내빼지 못한다

→ 나한테 걸렸으니, 너는 꽁지를 빼지 못한다

→ 나한테 걸렸구나, 너는 아무 데도 못 가

→ 나한테 걸렸지, 너는 이제 끝장이야

→ 나한테 걸린 너는 내 밥이 되어야겠어

《기무라 유이치/박이엽 옮김-늑대의 돼지꿈》(현암사,2002) 2쪽


4반세기 이상을

→ 4반세기가 넘도록

→ 4반세기 넘게

→ 4반세기 지나도록

《엘리엇 고온/이건일 옮김-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마더 존스》(녹두,2002) 25쪽


인간인 이상

→ 사람이라면

→ 사람인 만큼

→ 사람이기 때문에

《가와이 에이지로/이은미 옮김-대학인, 그들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유원,2003) 17쪽


이상이 〈브레멘 음악대〉의 줄거리다

→ 여기까지 〈브레멘 음악대〉 줄거리다

→ 여기까지가 〈브레멘 음악대〉 줄거리다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17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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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수학 受學/修學


 수학의 열의를 불태웠다 → 배우려는 열의를 불태웠더

 언어학을 수학했었다 → 언어학을 배웠다 / 언어학을 익혔다

 음악 수학을 위해 → 음악을 배우려 / 음악을 익히려


  한자말 ‘수학’은 여러 가지인데, 이 가운데 ‘수학(受學)’은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을 뜻하고, ‘수학(修學)’은 “학문을 닦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문을 닦는다고 하는 일도 한국말로는 ‘배우다’나 ‘익히다’로 가리켜요. 그리고, “닦는다”고 한다면 ‘닦는다’라는 한국말로 쓸 때가 가장 나을 테지요.


  그러니까 학문을 배운다면 ‘배운다’고 하면 됩니다. 학문을 닦는다면 ‘닦는다’고 말하면 되고요. 순수한 학문을 ‘粹學’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여윈 학”을 ‘瘦鶴’이라 한다고 나오는데, 여윈 학이면 말 그대로 “여윈 학”일 뿐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라고 말할 때, 어느 누가 이 말을 알아들을까요? 새를 살피는 학자들도 이런 말은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한자말 ‘수학’을 쓰는 자리를 살피면 대학교에서 배우는 일을 놓고 ‘수학’이라는 말을 흔히 쓰는구나 싶으나, 대학교이든 초등학교이든 우리는 언제나 가르치고 배울 뿐입니다. 4348.12.16.물.ㅅㄴㄹ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 공과대학에서 배웠고

→ 공과대학을 다녔고

→ 공과대학에서 학문을 닦았고

《최봉림-에드워드 슈타이켄, 성공신화의 셔터를 누르다》(디자인하우스,2000) 17쪽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 대학교를 다니면서

《데이비드 바사미언-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시대의창,2006) 186쪽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한 것 이외에

→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배운 것 말고

→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익힌 것 빼고

《손관승-그림 형제의 길》(바다출판사,2015) 6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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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66] 시쓰기·시짓기



  글을 쓰기에 ‘글쓰기’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일을 “글을 짓는다”고도 했기에 ‘글짓기’라고 했습니다. ‘짓다’라는 낱말은 ‘밥짓기·옷짓기·집짓기’ 같은 데에 쓰고, ‘밥짓기’는 따로 ‘동자’라고도 합니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어 밥을 얻는 일은 “흙을 짓는다”고 해서 ‘흙짓기’라 하고, ‘농사짓기’라고도 합니다. 노래를 짓는다면 ‘노래짓기’가 되고, 살림을 지으면 ‘살림짓기’가 되어요. 노래를 지을 적에는 종이에 콩나물을 그리면서 노랫말을 적기 마련이기에, ‘노래쓰기’라 할 수도 있습니다.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조촐하게 신문을 엮거나 책을 엮기도 해요. “우리 집 신문”이나 “우리 마을 신문”이나 “우리 학교 문집”을 낸다면 신문이나 책에 글을 쓰기에 ‘기사쓰기’라든지 ‘책쓰기’처럼 말할 만합니다. 글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시나 동화나 소설이나 수필 들이 있지요. 그래서 여러 가지 글을 쓰는 모습을 가리켜 ‘시쓰기·동화쓰기·소설쓰기·수필쓰기(시짓기·동화짓기·소설짓기·수필짓기)’라 할 만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시쓰기·시짓기’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은 없고 한자말로 ‘시작’만 있지만, 우리는 쉽고 곱게 ‘시쓰기’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8.12.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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