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6] 시쓰기·시짓기
글을 쓰기에 ‘글쓰기’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일을 “글을 짓는다”고도 했기에 ‘글짓기’라고 했습니다. ‘짓다’라는 낱말은 ‘밥짓기·옷짓기·집짓기’ 같은 데에 쓰고, ‘밥짓기’는 따로 ‘동자’라고도 합니다. 시골에서 땅을 일구어 밥을 얻는 일은 “흙을 짓는다”고 해서 ‘흙짓기’라 하고, ‘농사짓기’라고도 합니다. 노래를 짓는다면 ‘노래짓기’가 되고, 살림을 지으면 ‘살림짓기’가 되어요. 노래를 지을 적에는 종이에 콩나물을 그리면서 노랫말을 적기 마련이기에, ‘노래쓰기’라 할 수도 있습니다. 집이나 마을이나 학교에서 조촐하게 신문을 엮거나 책을 엮기도 해요. “우리 집 신문”이나 “우리 마을 신문”이나 “우리 학교 문집”을 낸다면 신문이나 책에 글을 쓰기에 ‘기사쓰기’라든지 ‘책쓰기’처럼 말할 만합니다. 글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시나 동화나 소설이나 수필 들이 있지요. 그래서 여러 가지 글을 쓰는 모습을 가리켜 ‘시쓰기·동화쓰기·소설쓰기·수필쓰기(시짓기·동화짓기·소설짓기·수필짓기)’라 할 만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시쓰기·시짓기’처럼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은 없고 한자말로 ‘시작’만 있지만, 우리는 쉽고 곱게 ‘시쓰기’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4348.12.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