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기리시마의 나무


기리시마의 나무는 다 크고 다 높았다

→ 기리시마는 나무가 다 크고 다 높았다

→ 기리시마에 있는 나무는 다 크고 다 높았다

《손민호-규슈 올레》(중앙북스,2015) 169쪽


  이 자리에서는 ‘-는’이라는 토씨를 붙이거나 ‘-에 있는’이나 ‘-에서 자라는’을 붙여야 알맞습니다. 또는 “기리시마 나무”처럼 쓰면 돼요. 이를테면, 서울에서 자라는 나무라면 “서울 나무”이고, 설악산에 있는 나무라면 “설악산 나무”입니다.


용선생의 설명이 끝나자

→ 용선생이 설명을 끝내자

→ 용선생이 얘기를 끝내자

→ 용선생이 말을 끝내자

《금현진·손정혜·이우일-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2012) 135쪽


  ‘-의’만 덜어서 “용선생 설명이 끝나자”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토씨를 ‘-이’로 고쳐도 되고요. ‘설명(說明)’은 ‘얘기’나 ‘이야기’나 ‘말’로 손질합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씩 고비가 있었지만

→ 몇 번이나 고비가 있었지만

《김은형-끈질긴 삶터 달동네》(한겨레출판,2015) 229쪽


  “몇 번 고비”로 적으면 되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몇 번씩”이나 “몇 번이나”나 “몇 번씩이나”처럼 한 마디씩 더 붙여서 적으면 됩니다.


바다 너머의 나라와 교역을 했을 거라고 해

→ 바다 너머 나라와 교역을 했다고 해

→ 바다 너머에 있는 나라와 교역을 했다고 해

《김영숙-땅에서 찾고 바다에서 건진 우리 역사》(책과함께어린이,2012) 37쪽


  ‘-의’를 안 붙여도 되는 자리에 자꾸 ‘-의’를 붙이는 버릇을 털어야지 싶습니다. 꼭 토씨를 붙이고 싶다면 ‘-에’를 붙인 다음에 “바다 너머에 있는”처럼 써 볼 수 있습니다. 4348.12.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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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한자의 쓰임새


그 바람에 한자의 쓰임새도 함께 커졌어

→ 그 바람에 한자도 쓰임새가 함께 늘었어

→ 그 바람에 한자를 쓸 일도 함께 늘었어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91쪽


  “한자 쓰임새도”처럼 써도 잘 어울립니다. 토씨 자리를 바꾸어 “한자도 쓰임새가”처럼 쓰면 글흐름이 한결 부드럽게 이어지고요.


겨우 스무 살의 나이에 당나라의 장군이 되었어

→ 겨우 스무 살 나이에 당나라 장군이 되었어

→ 겨우 스무 살에 당나라에서 장군이 되었어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54쪽


  ‘-의’ 없이 쓰면 됩니다. “스무 살 나이”이거나 “두 살 나이”이거나 “마흔 살 나이”입니다. 그리고 “당나라 장군”이나 “일본 장군”이나 “러시아 장군”처럼 쓰면 되지요.


《팔만대장경》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야

→ 《팔만대장경》은 한국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야

→ 《팔만대장경》은 한국에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야

→ 《팔만대장경》은 한국이 자랑할 문화유산이야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84쪽


  자랑스럽다고 할 적에는 어디‘에’ 자랑스럽거나 어디‘에서’ 자랑스러운가를 밝힙니다. 말꼴을 바꾼다면 어떤 사람(나라)‘이(가)’ 자랑스러워 하는가를 밝힐 만할 테지요.


어느새 삶의 습관이 달라지고 소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 어느새 삶이 달라지고 수수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 어느새 버릇이 달라지고 수수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스콧 새비지 엮음/강경이 옮김-그들이 사는 마을》(느린걸음,2015) 67쪽


  “삶의 습관”이란 무엇일까요? 글흐름을 살피면 “삶이 달라지고”나 “버릇이 달라지고”처럼 적으면 됩니다. ‘습관(習慣)’은 ‘버릇’으로 손보고, ‘소박(素朴)하게’는 ‘수수하게’로 손봅니다. 4348.12.26.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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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374 : 물기 있는 습한 곳



물기 있는 습한 곳

→ 물기 있는 곳

→ 물기 많은 곳

→ 축축한 곳


습(濕)하다 : 메마르지 않고 물기가 많아 축축하다



  외마디 한자말 ‘습하다’는 “물기가 많아 축축하다”를 뜻한다고 하는데, 한국말 ‘축축하다’는 “물기가 있어 젖은 듯하다”를 뜻합니다. 그러니 한국말사전에 실린 뜻풀이는 겹말입니다. “물기가 많다”라고만 적든지 “물기가 많거나 축축하다”로 적어야 합니다. 그냥 물기가 있으면 “물기가 있다”나 ‘축축하다’라 하면 되고, 물기가 많으면 “물기가 많다”라 하면 됩니다. 4348.12.25.쇠.ㅅㄴㄹ



물기 있는 습한 곳에서 산다

→ 물기 있는 곳에서 산다

→ 축축한 곳에서 산다

《노인향-자연생태 개념수첩》(자연과생태,2015) 6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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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험하다 險


 험한 골짜기 → 가파른 골짜기 / 거친 골짜기

 험한 지역 → 가파른 곳 / 거친 곳

 험한 얼굴 → 못난 얼굴 / 궂은 얼굴 / 거친 얼굴

 손이 험하다 → 손이 거칠다 / 손이 투박하다


  ‘험(險)하다’는 “1. 땅의 형세가 발을 디디기 어려울 만큼 사납고 가파르다 2. 생김새나 나타난 모양이 보기 싫게 험상스럽다 3. 어떠한 상태나 움직이는 형세가 위태롭다 4. 말이나 행동 따위가 막되다 5. 먹거나 입는 것 따위가 거칠고 너절하다 6. 일 따위가 거칠고 힘에 겹다 7. 매우 비참하다”처럼 모두 일곱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두루 쓰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지만, 여러모로 쓰는 한국말을 짓누르거나 밀어내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날씨가 험하다 → 날씨가 궂다 / 날씨가 나쁘다

 분위기가 험하여 → 분위기가 안 좋아 / 분위기가 차가워

 말투가 험하다 → 말투가 거칠다 / 말투가 막되다

 차를 험하게 몰다 → 차를 마구 몰다 / 차를 거칠게 몰다


  날씨를 말하건, 흐름을 말하건, 말투를 말하건 모두 같습니다.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서 거칠 적에는 ‘거칠다’고 하고 마구 하면 ‘마구’ 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때로는 ‘나쁘다’거나 ‘차갑다’고 할 수 있으며, ‘썰렁하다’거나 ‘막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험한 음식 → 너절한 음식 / 후줄그레한 밥

 험한 차림새 → 후줄그레한 차림새 / 너절한 차림새

 험한 농사일 → 고된 농사일 / 벅찬 농사일 / 힘든 농사일

 험한 일 → 거친 일 / 힘겨운 일

 험한 꼴 → 끔찍한 꼴 / 모진 꼴


  외마디 한자말 ‘험하다’를 굳이 쓰고 싶다면 쓸밖에 없습니다만, ‘너절하다’나 ‘후줄그레하다’나 ‘고되다’나 ‘힘들다’나 ‘거칠다’나 ‘모질다’ 같은 말을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비탈을 가리킨다면 ‘가파르다’나 ‘깎아지르다’를 쓰면 돼요. 4348.12.25.쇠.ㅅㄴㄹ



산세가 험한 곳

→ 멧줄기가 거친 곳

→ 멧자락이 가파른 곳

→ 멧골이 깎아지른 곳

《김병걸-실패한 인생 실패한 문학》(창작과비평사,1994) 11쪽


험한 들판을 마구 달려야

→ 거친 들판을 마구 달려야

《배빗 콜/노은정 옮김-내 멋대로 공주》(비룡소,2005) 12쪽


이렇게 험하게 말했으면

→ 이렇게 막되게 말했으면

→ 이렇게 함부로 말했으면

→ 이렇게 마구 말했으면

→ 이렇게 거칠게 말했으면

《문흥미와 여덟 사람-이어달리기》(길찾기,2006) 18쪽


그토록 험한 일을 당하고

→ 그토록 몹쓸 일을 겪고

→ 그토록 끔찍한 일을 겪고

→ 그토록 아픈 일을 겪고

→ 그토록 슬픈 일을 겪고

→ 그토록 모진 일을 겪고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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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72] 자장얘기



  어머니나 아버지는, 때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아기를 재우려고 보드라우면서 따사로운 목소리를 뽑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자장자장 잘도 자네” 하면서 부르는 이 노래는 ‘자장노래’라고 해요. 노래는 아니지만 같은 말을 나즈막하면서 살가이 되풀이하며 재우려 할 적에는 ‘자장타령’을 한다고 해요. 아기를 재우려는 어버이는 때때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요. 아이가 이야기 하나만 듣고서 자겠다고 하면 어버이는 잠자리맡에서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긋나긋 속삭입니다.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이런 이야기는 ‘자장이야기’나 ‘자장얘기’예요.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 하루를 되새기고 새로운 하루를 꿈꾸려는 뜻으로 몇 마디 말을 읊을 수 있어요. 이를테면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눈부시게 튼튼하지” 같은 말을 읊으면서 참말 나한테는 아픈 데가 없이 씩씩하고 튼튼하기만 하다고 다짐하듯이 몇 마디 말을 읊으며 고요히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놀았고, 새 하루도 재미나게 놀겠어요” 같은 말을 읊을 수도 있을 테고요. 이런 말은 ‘자장말’이 됩니다. 4348.12.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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