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험하다 險


 험한 골짜기 → 가파른 골짜기 / 거친 골짜기

 험한 지역 → 가파른 곳 / 거친 곳

 험한 얼굴 → 못난 얼굴 / 궂은 얼굴 / 거친 얼굴

 손이 험하다 → 손이 거칠다 / 손이 투박하다


  ‘험(險)하다’는 “1. 땅의 형세가 발을 디디기 어려울 만큼 사납고 가파르다 2. 생김새나 나타난 모양이 보기 싫게 험상스럽다 3. 어떠한 상태나 움직이는 형세가 위태롭다 4. 말이나 행동 따위가 막되다 5. 먹거나 입는 것 따위가 거칠고 너절하다 6. 일 따위가 거칠고 힘에 겹다 7. 매우 비참하다”처럼 모두 일곱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두루 쓰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지만, 여러모로 쓰는 한국말을 짓누르거나 밀어내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날씨가 험하다 → 날씨가 궂다 / 날씨가 나쁘다

 분위기가 험하여 → 분위기가 안 좋아 / 분위기가 차가워

 말투가 험하다 → 말투가 거칠다 / 말투가 막되다

 차를 험하게 몰다 → 차를 마구 몰다 / 차를 거칠게 몰다


  날씨를 말하건, 흐름을 말하건, 말투를 말하건 모두 같습니다.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서 거칠 적에는 ‘거칠다’고 하고 마구 하면 ‘마구’ 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때로는 ‘나쁘다’거나 ‘차갑다’고 할 수 있으며, ‘썰렁하다’거나 ‘막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험한 음식 → 너절한 음식 / 후줄그레한 밥

 험한 차림새 → 후줄그레한 차림새 / 너절한 차림새

 험한 농사일 → 고된 농사일 / 벅찬 농사일 / 힘든 농사일

 험한 일 → 거친 일 / 힘겨운 일

 험한 꼴 → 끔찍한 꼴 / 모진 꼴


  외마디 한자말 ‘험하다’를 굳이 쓰고 싶다면 쓸밖에 없습니다만, ‘너절하다’나 ‘후줄그레하다’나 ‘고되다’나 ‘힘들다’나 ‘거칠다’나 ‘모질다’ 같은 말을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비탈을 가리킨다면 ‘가파르다’나 ‘깎아지르다’를 쓰면 돼요. 4348.12.25.쇠.ㅅㄴㄹ



산세가 험한 곳

→ 멧줄기가 거친 곳

→ 멧자락이 가파른 곳

→ 멧골이 깎아지른 곳

《김병걸-실패한 인생 실패한 문학》(창작과비평사,1994) 11쪽


험한 들판을 마구 달려야

→ 거친 들판을 마구 달려야

《배빗 콜/노은정 옮김-내 멋대로 공주》(비룡소,2005) 12쪽


이렇게 험하게 말했으면

→ 이렇게 막되게 말했으면

→ 이렇게 함부로 말했으면

→ 이렇게 마구 말했으면

→ 이렇게 거칠게 말했으면

《문흥미와 여덟 사람-이어달리기》(길찾기,2006) 18쪽


그토록 험한 일을 당하고

→ 그토록 몹쓸 일을 겪고

→ 그토록 끔찍한 일을 겪고

→ 그토록 아픈 일을 겪고

→ 그토록 슬픈 일을 겪고

→ 그토록 모진 일을 겪고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18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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