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3 도시 2023.4.29.
동틀 즈음이면
멧새가 하루를 알리고
개구리도 풀벌레도 잠들고
새벽이슬이 반짝여
아침노을이 춤추면서
온누리에 무지갯빛 밝고
햇볕이 고루 깃들어
풀꽃나무가 춤추네
나비가 나는 낮에는
나도 너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터뜨리고 뛰놀면서
오늘을 실컷 누려
땅거미 질 무렵
제비가 쉬고 박쥐가 깨고
숨바꼭질로 별빛 헤아리다가
우리도 길게 하품
ㅅㄴㄹ
‘도시(都市)’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지요. 우리말로는 예부터 ‘고을·고장’이라 했고, 가장 커다란 고장은 ‘서울’이라 했습니다. 흙을 지으며 살아가는 시골 할매와 할배는 ‘서울’이라는 낱말로 ‘도시’를 가리킵니다. 이제 온나라 어디에나 쇳덩이(자동차)가 넘치는 바람에 빈터가 거의 사라졌고, 빈터나 골목이나 길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도 사라졌습니다만, 1990년 언저리까지 신나게 뛰놀며 바람을 가를 뿐 아니라, 벌나비랑 새랑 구름이랑 빗물하고 동무하는 어린이가 꽤 많았습니다. 이름은 ‘도시’ 또는 ‘고을·고장·서울’이었어도 철빛이 다르고 하루빛이 다른 살림이었으며, 마을에 나무가 넉넉했고, 나무마다 새가 내려앉고 풀밭에는 풀벌레랑 개구리가 노래하는 터전이었어요. 새를 내쫓고 풀밭을 밀고 모질게 가지치기를 하는 동안, 고을은 고을빛을 잃고 사람도 사람빛하고 등돌리는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모든 고장에 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서울 한복판이 부릉부릉 매캐한 곳이 아니라, 어린이가 골목을 땀흘리고 달리면서 노는 삶터로 바꿀 수 있을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