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 - 혼자 있는 시간과 마주하는 법
김화숙 지음, 이도담 그림 / 이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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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2.

읽었습니다 64



  고삭부리란 몸으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돌봄터(병원)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돌봄터를 드나들어서 나은 곳이 있었나 하고 돌아보면, 하나도 없다고 느낍니다. 아프거나 앓는 몸을 이끌고서 어디 가는 길이 그야말로 고단하고, 아픈이가 아닌 ‘틀(아프다는 이를 다스리는 이론·지식)’에 따라 맞추었고, 돌봄터는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아픈가’를 모아서 그때그때 본다고 느꼈습니다. 그저 집에서 푹 쉬면서 밥도 물도 끊고서 깊이 잠들고 나면 새롭게 기운이 오르더군요. 겨울·겨울잠은 숲을 살리는 길입니다. 철마다 다른 바람·해·비는 모든 앙금을 씻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는 아픈 몸으로 살면서 새롭게 눈뜨는 하루를 조촐하게 들려줍니다. 아프기 앞서는 미처 못 보거나 못 느끼거나 몰랐을 아주 수수한 길을 하나씩 다시 바라봅니다. 튼튼하기에 좋거나 아프기에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언제나 똑같은 숨빛이면서 눈길을 되새기는 삶이지 싶습니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김화숙 글·이도담 그림, 이새, 2020.8.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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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전 -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김버금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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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12.

읽었습니다 62



  우리는 저마다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잘나거나 못난 사람은 없습니다. 서로 다르고, 언제나 새롭습니다. 처음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도록 스스로 걸어온 발자국으로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났습니다. 이름난 누가 쓴 글이 대단할까요? 이름 안 난 누가 남긴 글은 허술할까요? 저마다 사랑으로 살아온 나날이기에, 누구나 스스로 이 삶을 고스란히 바라보며 그대로 옮기면 빛나는 하루입니다. 《당신의 사전》은 글님이 아버지하고 얽힌 삶자락을 차근차근 풀어서 옮깁니다. 곧잘 글멋을 부리는 대목은 군더더기입니다만, 먼발치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살피며 담아낸 대목은 따사롭습니다. 아버지 이야기를 글로 옮길 적에 ‘아버지가 쓰는 말씨’를 더욱 투박하게 가다듬는다면 한결 빛나리라 생각해요. 멋을 부리려는 삶이 아니기에, 글은 멋나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려는 삶이기에, 글은 오직 우리가 스스로 짓고 누리고 나누면서 꿈꾸는 결을 쓰면 넉넉합니다.


《당신의 사전》(김버금 글, 수오서재, 2019.9.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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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언어 - 새는 늘 인간보다 더 나은 답을 찾는다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지음, 김율희 옮김, 이원영 감수 / 윌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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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7.

읽었습니다 60



  아이를 아직 낳지 않고 혼자 책집마실을 하며 책을 읽던 무렵에는 스스로 어린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글하고 책을 헤아렸습니다. 저는 ‘비평가 눈·전문가 눈’이 될 생각이 터럭조차 없습니다.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숲아이 눈빛’으로 글하고 책을 살피고 여미고 쓰고 읽으며 나눌 생각입니다. 《새의 언어》는 여러모로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글그림을 맡은 분이 자꾸 ‘꾼(전문가) 눈길’이 되려고 해서 아쉬웠어요. 새를 사랑하는 우리 집 아이들한테 이 책을 건네었더니 한 벌 슥 읽고 더 들추지 않아요. “왜? 이 책 재미없어?” “으, 음. 음, 그저 그래.” 아이들이 쓰겁게 웃으며 뒷전으로 밀린 책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책이름부터 ‘새말’이 아닌 ‘-의 언어’라 하며 일본말씨이고, 몸글도 새가 들려주는 노래처럼 상냥하고 맑으면서 신바람 같지 않아요. 우리는 새를 어떤 눈으로 볼 적에 즐거울까요? ‘새의 생태환경 구조 연구’를 해야 할까요, ‘이웃숨결 새랑 사귈’까요?


《새의 언어》(데이비드 앨런 시블리/김율희 옮김, 윌북, 2021.4.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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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이유의 장미 - 미스터리와 진실
이케다 리요코 지음, 김정원 옮김 / 여성신문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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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7.

읽었습니다 59



  1972∼73년에 처음 나온 그림꽃책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슈테판 츠바이크 님이 남긴 글을 바탕으로 줄거리를 찬찬히 엮어서 사람들한테 삶과 넋을 새롭게 보는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 쉰 해를 묵었어도 빛바래지 않은 줄거리입니다만, 이 그림꽃책에 흐르는 뒷이야기를 적은 《베르사이유의 장미, 미스터리와 진실》을 읽으면서 어쩐지 군더더기 같다고 느꼈습니다. 틀림없이 ‘안 나쁜 책’이지만, 임금자리·벼슬판을 둘러싼 싸움은 제 마음에 와닿지 않아요. 저로서는 《초원의 집》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로서는 발자취(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수수한 들사람이 손수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사랑이라는 눈빛을 물려준 조그마한 이야기가 반갑습니다. ‘나라를 뒤엎는 물결(정부를 전복하는 혁명)에 든 싸움칼’보다 ‘보금자리에서 아이를 돌보는 상냥한 부엌칼’을 다루는 글이며 그림을 여미는 줄거리가 우리 삶을 빛내는 밑거름이자 햇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미스터리와 진실》(이케다 리요코 글·그림/김정원 옮김, 여성신문사, 2003.12.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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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이해와 관리 - 보호지역과 자연공원 관리 입문서 Nature & Ecology Academic Series 9
신용석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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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12.2.

읽었습니다 55



  어느덧 국립공원연구원 지기로 일하는 분이 쓴 《국립공원 이해와 관리》를 읽으며, 우리나라 벼슬판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한 곳은 조금 너그러이 볼 만하려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전남 고흥에 깃들어 사는 터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던 ‘발포 바닷가’를 어느 날 뜬금없이 ‘팔영산’하고 맞바꾸기를 슬쩍 한 짓은 두고두고 못 잊을 일입니다. 고흥에 깃들어 자전거로 바닷가를 다니면서 보니, ‘국립공원’ 자리여도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 일이 흔하더군요. 지리산처럼 발길이 잦은 곳은 돌아본다지만, 고흥처럼 깊은 두멧시골은 못 돌볼 만하겠지요. 더 생각하면 ‘國立公園’은 일본말 아닐까요? 이제는 우리 숲터를 헤아리는 마음이 되어 ‘나라숲터’라든지 ‘푸른숲터’처럼 우리말로 이름을 고칠 만하지 싶습니다. 푸르게 돌볼 그곳은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안 어울립니다. 뭇숨결이 태어나고 자라는 숲이요, 온숨결이 뛰놀며 노래하는 터예요.


《국립공원 이해와 관리》(신용석 글, 자연과생태, 2016.7.18.)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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