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6.


《공격 사회》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4.2.10.



부산에서 새벽을 맞이하며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를 읽다가 놀란다. “이제 권정생 님 꽃글을 읽으라고 둘레에 여쭙기가 힘들겠구나!” 싶더라. 2000년이나 2010년 무렵만 해도 투박한 시골빛이 흐른다고 여겼는데, 2024년에 이르러 다시 읽자니 ‘어린이한테 좀 어려운 한자말’이 제법 있고, 일본말씨마저 자주 쓰셨다. 요새 이런 말씨를 누구나 쓰지 않느냐고 할 수 있겠지. 참말로 요새 어린이책이나 어른책 모두 ‘앞으로 물려줄 빛나는 말글’은 잘 안 보인다. 동광동3가 ‘몽베르모텔’에서 나온다. 87 부산버스를 타고서 고갯길(산복도로)을 굽이굽이 누빈다. 마을책집 〈글밭〉을 거쳐 〈카프카의 밤〉에 닿는다. 《우리말꽃》을 곁에 놓고서 책수다를 편다. 《공격 사회》는 삿대질로 싸우고 갈라치기를 하는 오늘날 민낯을 그리려고 하지만, 막상 한복판으로 들어서지는 않는다. 누가 누구를 치거나 때리는 삿대말을 하는가를 짚기보다는 ‘이쪽이 옳은데 엉뚱히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얼거리가 짙다. 글님부터 이미 옳고그름을 ‘가르’니 아쉽다. 두 목소리를 함께 따지면서 함께 고치고 새롭게 손잡을 길을 그려야 맞지 않을까? ‘대학강의’를 하는 분들은 ‘서울 눈길’에 갇히기 일쑤이다. 서울은 그만 쳐다보아야 길을 열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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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5.


《담론》

 신영복 글, 돌베개, 2015.4.20.



밤을 지새우고서 새벽에 길을 나선다. 시골하늘을 마음에 그득히 담고서 고흥읍으로 나가서 순천을 거쳐 부산으로 달린다. 노래를 쓰고 꽃글(동화)을 쓴다. 붓을 쥐고 손으로 종이에 적는다. 부산 사상에 내려 버스로 보수동으로 옮기고, 〈남신서적〉하고 〈파도책방〉에 들른다. 일찍 길손채에 깃들어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저녁부터 밤늦도록 ‘말꽃수다’를 펴고 듣고 누린다. 둘레에서 적잖은 분들이 《담론》이 ‘좋다’고 하셨으나 여태 들이지 않았다. ‘얘기’나 ‘말’이라 않고 ‘談論’이라 쓸 까닭이 없으니까.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낱말’을 가려서 써야 하고, 섣불리 영어나 한자나 라틴말을 안 섞을 노릇이다. 미국사람이라면 미국말을 써야지. 중국사람이라면 중국말을 써야지. 일본사람이라면 일본말을 써야지. 그대는 어느 터전에서 나고자라서 어떤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어떤 들숲바다한테서 숨결을 얻는 사람인가? ‘마음’을 ‘말’로 담고, 이 말을 그려서 ‘글’이다. ‘마음·말’과 ‘글·그림’이란 얼개를 글바치부터 둘레에 제대로 알려야, “꿈을 그리고, 사랑을 생각에 심는 말씨·글씨”를 나눌 만하다. 신영복 님은 나쁜글을 쓰지 않았다. 그저 중국물에 너무 사로잡힌 채 일본물까지 젖었을 뿐이다.


담론(談論) :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논의함

논의(論意) : 논하는 말이나 글의 뜻이나 의도

논하다(論-) : 1. 의견이나 이론을 조리 있게 말하다 ≒ 논지하다 2. 옳고 그름 따위를 따져 말하다

의견(意見)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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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4.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

 쿄 매클리어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21.9.24.



큰아이하고 오래붓(만년필)을 살피러 순천마실을 가기로 한다. 누리가게에서 볼 수 있되, 손으로 만져서 살피는 글붓을 돌아보기로 한다. 이 김에 코코넛물을 장만하려고 생각한다. 가까워도 먼 순천마실이니, 길에서만 한나절(4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즈음 틈삯을 헤아리면 누리가게에서 사는 쪽이 훨씬 낫다. 그러나 순천 마을책집 〈취미는 독서〉에도 들르려고 움직인다. 볕은 가득하고, 길에 부릉부릉 넘친다. 걷는 사람이 드문드문 있으나, 사람보다 쇳덩이가 훨씬 많다.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되었어》는 뜻있는 줄거리를 다루는데 어쩐지 잘 와닿지 않는다. ‘후지카와 쿄’ 님이 미국 그림밭에 씨앗 한 톨을 심은 대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런 씨앗은 훨씬 일찍 ‘닥터 수스’ 님이 심었다. ‘내로라할 손꼽히는 순이’를 치켜세우려는 뜻을 앞세우는 바람에 자꾸 엇갈린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사람은 순이여도 돌이여도 아름답다. 그저 ‘쿄’ 님이 삶을 사랑으로 노래하려는 아름붓이라는 숨결에 다가서되, ‘싸움바다를 일으킨 일본’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함께 짚을 때라야 이 그림책이 빛나겠지. 두루뭉술 넘어가지 말자. 이와사키 치히로 님과 테즈카 오사무 님처럼 똑바로 보고서 그려야 한다.


#ItBeganwithaPage #HowGyoFujikawaDrewtheWay

#KyoMacLear #JulieMorstad #후지카와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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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3.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글/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7.5.



지난밤에 별을 보니 뿌옇더라.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도 밤빛이 트이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뜬 뒤에도 낮빛이 안 열린다. 새파란 하늘이 아닌 먼지가 잔뜩 끼어 얼룩진 무늬이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으니 하늘을 못 볼까. 하늘을 안 쳐다보니까 하늘이 그만 찡그리면서 바랠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부릉부릉 몰면서 하늘빛을 잊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버이랑 어른’이 모는 쇳덩이에 얹혀서 다니니 하늘빛을 잃는다. 해가 지는 저녁에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밤빛이 뿌옇구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면서 ‘번스타인 목소리’인지 ‘옮김말씨’인지 오락가락한다. 이른바 ‘동시통역’이라면 문득 옮김말씨가 섞이더라도 그때그때 나눌 말빛을 살피느라 넘어간다지만, ‘책’이라면 애벌옮김을 두벌이고 석벌이고 넉벌이고 손질하고 추스를 노릇이라고 본다. 글님이 책 하나 꾸리기까지 적어도 여러 해를 글다듬기를 하듯, 옮김책도 한 자락마다 여러 해를 들여야 마땅하다. 이렇게 해서는 다 굶어죽을 판이라서 못 한다면, 우리나라 책마을은 그냥그냥 무덤이라고 느낀다. 이야기를 지어서 두고두고 나누려는 뜻이니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에 글을 앉힌다고 여긴다. 부디 아무 글이나 종이에 얹지 말자. 나무가 불쌍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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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2.


《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글/이정환 옮김, 에이지21, 2007.3.5.



새가 떨군 매꽃을 줍는다. 가만히 냄새를 맡고서 살근살근 씹는다. 낮에 읍내 나래터로 나간다. 큰아이랑 《AI의 유전자 1∼6》를 놓고서 이야기를 한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남긴 《아톰》하고 《블랙잭》을 섞은 듯한 그림꽃인데, 오사무 님은 늘 바탕에 ‘사랑’을 놓고서, 모든 앙금하고 멍울을 풀어내는 실마리이자 빛과 밤인 ‘사랑’으로 나아간다면, 《AI의 유전자》는 어쩐지 뒤죽박죽 헤매기만 한다. 바람이 이따금 세차면서 부드러이 뻗는 볕이 어루만지는 하루이다. 《천상의 바이올린》을 돌아본다. 진작에 읽었으나 여태 느낌글을 여미지 않았다. 활가락(바이올린)을 깎고 여민 손길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가락을 손에 얹기까지 어떤 살림길을 여투는가를 알고자 한다면, ‘진창현’이라는 사람을 눈여겨볼 노릇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분 책이 새로 나오거나 다시 나올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스스로 한우물을 판 보람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손끝에 사랑이라는 숨빛을 담고서 하루하루 땀흘린 길이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 ‘하늘활’이라고 하겠지. 글이라면 하늘글로, 말이라면 하늘말로, 마음이라면 하늘마음으로, 늘 하늘빛으로 물든 하루를 살아낼 줄 안다면 반짝반짝하리라 본다.


#陳昌鉉 #天上の弦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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