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13.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글/장호연 옮김, 마음산책, 2017.7.5.



지난밤에 별을 보니 뿌옇더라.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불어도 밤빛이 트이지 않는다. 아침에 해가 뜬 뒤에도 낮빛이 안 열린다. 새파란 하늘이 아닌 먼지가 잔뜩 끼어 얼룩진 무늬이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으니 하늘을 못 볼까. 하늘을 안 쳐다보니까 하늘이 그만 찡그리면서 바랠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부릉부릉 몰면서 하늘빛을 잊고, 아이는 아이대로 ‘어버이랑 어른’이 모는 쇳덩이에 얹혀서 다니니 하늘빛을 잃는다. 해가 지는 저녁에 가만히 올려다보는데, 밤빛이 뿌옇구나.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을 읽으면서 ‘번스타인 목소리’인지 ‘옮김말씨’인지 오락가락한다. 이른바 ‘동시통역’이라면 문득 옮김말씨가 섞이더라도 그때그때 나눌 말빛을 살피느라 넘어간다지만, ‘책’이라면 애벌옮김을 두벌이고 석벌이고 넉벌이고 손질하고 추스를 노릇이라고 본다. 글님이 책 하나 꾸리기까지 적어도 여러 해를 글다듬기를 하듯, 옮김책도 한 자락마다 여러 해를 들여야 마땅하다. 이렇게 해서는 다 굶어죽을 판이라서 못 한다면, 우리나라 책마을은 그냥그냥 무덤이라고 느낀다. 이야기를 지어서 두고두고 나누려는 뜻이니 ‘나무한테서 얻은 종이’에 글을 앉힌다고 여긴다. 부디 아무 글이나 종이에 얹지 말자. 나무가 불쌍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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