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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9.


《마법사의 신부 1》

 야마자키 코레 글·그림/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4.12.25.



저녁이랑 밤에 걷다가, 낮에 아이들하고 걷다가, 마을 빨래터에 낀 물풀을 걷다가, 올해에는 언제 반딧불이를 보려나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자전거로 들길을 휘돌고 저녁에 두 다리로 들길을 거닐다가 이 마을이 갈수록 쓸쓸하다고 느낀다. 우리 보금자리하고 책숲에서만 풀벌레노래를 들으니까 말이다. 요새는 웬만한 시골마다 풀죽임물(농약)투성이라 모든 소리가 죽는다. 풀벌레도 거미도 벌나비도 죽고 참새에 제비에 비둘기도 죽는다. 개구리도 왜가리도 다 죽는다. 그냥 사람만 부릉이(자가용)를 거느리고 살아남으며 비닐자루를 붙안는 모습이다. 《마법사의 신부 1》를 읽고서 두걸음하고 석걸음까지 내처 읽었다. 아이들하고 함께 읽기는 아직 어렵겠지만, 제법 잘 짰다고 느낀다. 샛길로 가지 않고 죽죽 나아가면 좋겠는데, 벌써 열 몇 자락이 나온 그림꽃책은 어떤 빛살을 그려내어 이 삶을 사랑하려는 마음을 들려주려나. 그토록 많던 제비가 확 줄었고, 그나마 많던 참새도 엄청나게 줄었고, 멧비둘기하고 까치 까마귀 물까치 직박구리 딱새 박새 할미새 모두 너무 줄었다. 새가 사라지는 시골은 죽음이라는 지름길에 발을 올린 셈이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를 보면 알 만하지. 새가 쉴 곳이 없으면 사람이 쉴 틈도 없기 마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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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8.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카렐 차페크 글/신소희 옮김, 유유, 2021.1.14.



우체국에 다녀온다. 여느 우편으로 보낸다. 책은 택배보다 여느 우편이 낫다. 여느 우편은 사나흘이면 닿는다. 사나흘이 늦을까? 사나흘도 꽤 빠르지 않나? 요새는 택배에 무겁거나 커다란 짐이 많기에 책을 택배로 맡기면 짓눌리거나 다치기 일쑤이다. 때로는 김칫국물이 흐르거나 얼음이 녹아서 젖더라. 이럭저럭 여러 일을 마치고 밥도 다 차려서 먹이고 쉬는 저녁에 구름밭을 본다. 숨돌리지 않으면 구름도 바람도 들도 못 느끼고 못 본다. 스스로 숨돌리면서 쉬기에 비로소 구름밭이며 구름빛을 맞아들여 스스로 포근하다.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를 읽는데 언제쯤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나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노라니 끝에 조금 붙는다. 책이름이 “개와 고양이”이기에 두 이야기를 고루 하나 했더니 거의 개 이야기이다. 카렐 차페크 님 책이기에 장만했으나, 좀 너무하네. 그냥 개 이야기인 책이잖은가. 옮김말이 조금 못마땅하다. 카렐 차페크라는 분이 쓴 글이라면 한결 수수하면서 가볍게 익살스러울 텐데 이 ‘수수한 익살빛’을 모르는 분이 많다. ‘어렵게 안 쓴다’와 ‘말장난이 아닌 말놀이’와 ‘겉치레나 꾸미기를 않는다’를 살피지 않는다면 글이 빛나지 않는다. 빛나는 글은 언제나 수수하다. 스스럼없는 숲이 눈부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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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7.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

 정해심 글, 호호아, 2021.8.4.



순천마실을 한다. 아이들 옷을 보러 간다. 순천에 계신 이웃님한테 전화를 걸어 아이들 옷을 어디에서 사느냐고 여쭈니 “우리? 인터넷으로 보는데?” 하신다. 큰고장에서도 누리가게를 보는구나. 하기는. 옷을 파는 누리가게가 얼마나 많은가. 아이가 손수 하나하나 만지고 보면서 고르는 옷집은 확 줄고, 어느새 누리옷집이 쫙 자리잡았구나 싶다. 내가 입는 깡동바지는 바느질을 며칠째 한다. 2001년에 장만했지 싶은 바지는 엉덩이가 해져서 덧대었는데 한 바퀴를 둘러서 새로 덧대야 할 판이다. 앞으로 며칠 더 바느질을 하면 마무리할 텐데, 스무 해를 입은 깡동바지를 앞으로 스무 해를 더 입자고 생각한다. 《오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삽니다》를 천천히 읽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책집을 돌보는 사람은 모두 대단하다. 책집뿐이랴. 서울에서 가게를 꾸리는 사람도, 서울에서 삯집을 얻거나 보금자리를 장만하는 사람도 대단하다. 어떻게 서울에 눌러앉아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서울 이웃은 나더러 “어떻게 시골에 눌러앉아서 살림을 지을까” 하고 생각하겠지. 저마다 스스로 즐기는 길을 간다. 누구나 스스로 사랑하는 하루를 맞이한다. 다 다른 우리는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눈빛과 손길로 오늘을 살아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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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6.


《와그르르 와그르르》

 네지메 쇼이치 글·고마쓰 신야 그림/고향옥 옮김, 달리, 2019.5.6.



우체국에 가는 길은 둘. 하나는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로. 둘은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면소재지 우체국은 한결 시골스럽고 조용하다. 읍내 우체국은 호들갑에 시끄럽다. 생각해 보면 지난 이태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일은 호들갑이다. 호들갑판을 편 벼슬꾼 가운데 ‘잘못했습니다’ 하고 고개숙이는 이는 아직 아무도 없다.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에 사슬을 채우는 짓만 끝없이 잇는다. 새는 왼날개하고 오른날개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날개를 왼오른으로 가를 까닭이 없다. 그냥 날개가 있어야 할 뿐이다. 걸을 적에 왼발 오른발을 가를 일이 없다. 그저 걸을 뿐이다. 《와그르르 와그르르》를 읽으며 이닦기를 이렇게 그려 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모든 몸짓은 새로 마주하는 길이고, 모든 하루는 새로 배우는 빛일 테니까. 뭔가 아쉽고 허전한 대목이 있기는 한데, ‘놀이스러움’을 조금 더 담으면 어울릴 텐데 싶다. 우리 책숲에 빗물이 새는 곳이 둘쯤 늘었다. 빗물을 받아 놓으면 작은아이가 신나게 골마루를 밀걸레로 닦아 준다. 구월바람이 새롭다. 엊그제 골짜기에서 칡꽃을 보았으니, 보름쯤 뒤에는 칡씨를 구경할 수 있을까. 풀벌레 노랫소리를 곁에 둔다. 사랑스러운 풀벌레여, 언제나 아름답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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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9.5.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

 이일라(일라 Ylla) 사진·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이향순 옮김, 북뱅크, 2009.10.30.



풀죽임물(농약)을 허옇게 뿌리는 새벽과 저녁. 전라남도 시골에서 2011년부터 살면서 지난 열 해 남짓 갖은 풀죽임물잔치를 다 본다. 손으로 뿌리는 길, 팔랑개비(헬리콥터)를 띄우는 길, 바람날개(드론)를 띄우는 길, 이 세 가지를 거쳐 요새는 뻥뻥뻥뻥 …… 큰소리를 내면서 쏘아대는 길이다. 새벽 네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뻥뻥뻥뻥 쏘아대는 풀죽임물로 무엇을 얻을까? 시골이 이런 판인데 서울사람이 애써 시골로 깃들어 살고 싶겠나? 나라꼴이 우스꽝스럽다. ‘저농약·친환경’이라는 허울을 언제까지 눈속임으로 넘어가기만 하려나? 《졸려요 졸려요 아기 사자》는 여러 눈길로 읽을 만하다. 숲짐승은 언제나 사람 곁에서 숲살림을 가르쳐 주는 길동무로 느끼면서 읽을 만하고, 모든 아기를 비롯해 모든 숨결은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읽을 만하다. 빛꽃(사진)을 담은 일라(이일라) 님 발자취를 새롭게 헤아리면서 읽어도 즐겁다. 빛꽃돌이(남자 사진가)는 이런 빛꽃을 못 찍었다. 빛꽃돌이는 좀 빛꽃순이한테서 배울 노릇이요, 빛꽃순이는 이름값·돈값이 아닌 살림꽃과 사랑꽃만 바라보면서 빛을 꽃으로 그리는 길을 가면 넉넉하다고 생각한다. 빛꽃이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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