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31.
《별이 내리는 밤에》
센주 히로시 그림, 열매하나, 2020.8.7.
지네가 물면 뜨거운 것이 닿은 듯하다. 가만히 보면, 풀벌레라든지 뱀이라든지 지내라든지 개미라든지 우리 살갗을 덥석 물면 ‘따끔’하다는 느낌이 ‘뜨겁다’는 기운하고 맞닿는다. 찌르르 울리면서 온몸을 화르르 올린달까. 지네가 물면 “얘야, 무슨 일로 무니? 내 몸에서 어떤 곳이 막혔기에 무니?” 하고 묻는다. 지네는 몸통 한복판을 집으면 꼼짝을 못한다. 바들바들 떨면서 “날 어떻게 하려고?” 하고 묻는데 “어떻게 하긴, 난 너를 술로 담가 마실 생각은 없고, 네가 그저 집안 말고 집밖 그늘지고 축축한 데에서 즐겁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 하고 대꾸하고서 내보낸다. 올 첫머리까지는 으레 나 혼자 지네를 내보냈는데, 올여름에 접어들어 곁님하고 작은아이가 스스로 지네를 내보내 준다. 다들 많이 컸네. 《별이 내리는 밤에》는 사람이 너무 넓게 차지하면서 물질문명으로 가득 채운 마을 탓에 어느새 조그마한 자리가 된 숲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밤마실을 다니는 숲이웃 발자취를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는 ‘도시’란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고파는데, 막상 그 터는 예전부터 모든 짐승·풀벌레·새·풀꽃나무가 함께 누리면서 같이 살아가던 보금자리이지 않을까? 별이 내리는 밤에 우리 모두 ‘땅’을 새로 바라보면 좋겠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