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9.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글, 유노라이프, 2020.7.20.



볕이 가득하다. 이불을 말린다. 이불에서 햇볕내음이 나면 살살 털고서 뒤집는다. 앵두를 딴다. 지난해에는 따서 재우기만 했고, 올해에는 따는 동안 몇 알씩 혀에 얹는다. 우리 집 앵두나무가 베푸는 열매맛은 새콤달콤이다. 가게에서 파는 열매에서는 이런 새콤달콤을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갈수록 ‘새콤달콤’에서 ‘새콤’을 덜어내려 한다. 신맛하고 쓴맛이 있으면 나쁘다고 여긴다. ‘설탕수박’이라 말하듯 그저 더 달아야 한다고만 밀어붙인다. 달게만 하려고 죽음거름(화학비료)를 쓰고 풀죽임물(농약)을 쓰면 우리 몸에 어떤 숨빛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로 우체국에 다녀온다. 책숲에 쌓은 책하고 짐을 추스른다. 저녁에 미역국을 끓인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는데 쉽지 않다. 이야기가 안 쉽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자리에 서기 앞서 ‘아이(딸)’로 자라던 지난날 받은 생채기랑 멍울을 아이한테 고스란히 물려준다는 줄거리가 버겁다. 우리는 처음부터 응어리(감정)를 생각하기에 응어리를 물려줄는지 모른다. 지난날 고달피 자랐어도 오늘 이곳에서 스스로 사랑을 키우고 천천히 심어 아이들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림하는 길”을 찾는 이웃님이 늘기를 빈다. 받은 대로 주지 않는다. 심은 대로 나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8.


《붓다 1 카필라성》

 데스카 오사무 글·그림/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0.20.첫/1991.4.20.3벌)



스토리닷 지기님이 오늘 《곁말》을 찍는다고 알려주신다. 우리가 내놓으려고 한 바알간 빛깔이 겉종이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아쉽다고 말씀한다. 배롱빛처럼 바알간 빛깔을 바랐는데 살짝 흐린 듯하다. 비록 바알갛게 물들지 못하더라도 곱게 피어날 꽃빛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은 새로 장만한 찰칵이(사진기)를 받았다. ‘캐논 200d 하양’으로 할까 망설이다가 아직 ‘200d 하양’을 장만할 살림돈이 모자라다고 여겨 ‘100d 하양’으로 했는데, 얼추 열 해쯤 된 찰칵이라서 새것은 없고 헌것만 있다는구나. 헌것 값도 만만하지는 않다. 지난해에 장만한 헌것은 한 해 남짓 쓰니 어느새 닳았다. 몇 해마다 찰칵이가 닳아 더 못 쓰지만 더 나은 것으로 장만하지는 못 한다. 그러나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꿔야겠지. 마음에 맞는 찰칵이를 그리자. 《붓다 1 카필라성》을 되읽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온넋으로 그려낸 이야기꽃은, 일본 어린이하고 어른이 미움도 싸움짓도 이제 끝내고서 스스로 삶빛을 깨달아 사랑으로 피어나는 길을 바라는 마음이었겠지. 우리나라에서 붓을 쥔 분들은 글·그림에 어떤 꿈을 담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꿈을 그리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7.


《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쓰요 글/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말밑풀이 두 꼭지를 하루에 했다. ‘힘·기운’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있다·잇다·이다’에 깃든 수수께끼를 여민다. 우리말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서 태어나고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실마리를 잡아채어 꾸러미(수첩)에 적어 놓고서 두고두고 되새기고 이모저모 살핀다.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새로 달고 나면 어느새 어둠이 걷히면서 눈앞이 트인다. 다만 이렇게 말밑풀이를 일구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지지.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하도 졸려 하품이 끝없이 나온다. 안 되겠구나 싶어, 길을 걸으며 노래꽃(동시)을 쓴다. 꾸벅꾸벅 졸며 걷다가 쓰러질 판이라 이야기를 새록새록 지어 본다. 《무심하게 산다》를 읽었다. 일본스런 한자말 ‘무심’을 무덤덤히 쓰는 분이 꽤 있는데, 그냥그냥 써도 될 말일까. 마음없이 쓰는 한자말은 아닐까. 이제는 멀리할 말은 아닐까. 그러려니 눙치거나 나몰라라 딴청하는 말은 이제 떨칠 수 있을까. 한자말 하나에 뜻이 깊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말 하나에도 뜻이 허벌나게 깊다. 영어도 일본말도 덴마크말도 네덜란드말도 저마다 뜻이며 숨결이 깊다. 우리는 우리맣이 어떻게 깊고 너른가 하는 대목을 아예 잊거나 등진 채 살아간다고 느낀다. 늘 쓰는 말이기에 대수롭잖게 흘려버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5.


《큰도둑 거믄이》

 황해도 옛이야기·이철수 그림, 분도출판사, 1986.7.



비가 온다. 비가 오니 빗소리를 듣는다. 우리 마을에 예전 마을지기(이장)님 짐차만 있던 무렵에는 빗소리를 흩뜨리는 자잘한 부릉소리가 없었으나, ‘큰돈 들여 서울집을 흉내낸 전원주택’이 곳곳에 들어선 뒤로는 곧잘 부릉소리가 빗소리를 건드린다. 우리가 마음을 곧게 다스리면 부릉이를 몰더라도 빗소리에 별빛소리에 바람소리에 풀소리를 고스란히 품으면서 밝다. 우리가 마음에 미움이나 불길을 터럭만큼이라도 얹으면 아뭇소리도 못 듣는다. 가랑비는 함박비가 되고, 마당을 후두두두 두들기는 소리는 매캐한 소리까지 녹인다. 그래, 서울 한복판에서도 함박비가 오면 부릉소리를 모두 씻어내겠지. 시원하다. 어젯밤에 마당에 서서 구름하늘을 보며 비바라기춤으로 놀았는데, 구름님이 어여삐 여겨 빗소리를 베풀어 주네. 개구리노래가 어우러지며 신난다. 《큰도둑 거믄이》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스물너덧 살 무렵 이 작은 그림책을 처음 쥘 적에는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읽혀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정작 마흔일고여덟 살인 오늘 되읽자니 엉성하거나 아쉬운 대목이 많이 보이고, ‘우리글로 쓴’ 책인데 하나도 우리말스럽지 않다. ‘거믄이’라는 이름 하나는 살리되, 이야기를 엮는 말씨는 죄 일본 한자말이나 일본말씨로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6.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이소영 글, 모요사, 2018.7.27.



비가 그친다. 봄가뭄을 적시는 시원스런 첫여름비가 오셨다. 숲노래 책숲으로 삼는 옛배움터(폐교)는 비가 줄줄 샜고, 언제나처럼 이 빗물로 골마루를 훔친다. 처음에는 이렇게 새는 빗물을 어쩌나 근심했으나 이윽고 빗물씻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고흥교육청·전남교육청·고흥군청·전남도청 모두 ‘폐교 활용 책박물관 및 도서관 및 사전집필실’을 ‘지방소멸 1순위 고흥에서 새롭게 마을살림터’로 바라보려는 눈길이 없다. 어쩌면 그들이 마을살림에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빗물로 골마루를 닦으면서 놀 수 있다. ‘우리 집 제비’가 날마다 찾아오기는 하는데 집을 새로 지을 생각을 영 안 한다. 집을 지어야지 이 아이들아. 다른 곳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돌보았니? 그렇다면, 너희가 이렇게 늘 우리 집에 해마다 찾아와서 노래해 주니 고맙구나. 이 시골도 해마다 시골집이 사라지고 ‘전원주택’이 늘며 너희가 깃들 곳이 사라지는데, 다시 우리 집에 집을 지어 보렴.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를 읽었다. 나한테 “그대는 무엇으로 쓰는가?” 하고 누가 묻는다면 “첫째는 사랑으로 쓰고, 둘째는 살림으로 쓰고, 셋째는 삶으로 쓰고, 넷째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숲으로 씁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쓰고요.” 하고 말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