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6.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이소영 글, 모요사, 2018.7.27.



비가 그친다. 봄가뭄을 적시는 시원스런 첫여름비가 오셨다. 숲노래 책숲으로 삼는 옛배움터(폐교)는 비가 줄줄 샜고, 언제나처럼 이 빗물로 골마루를 훔친다. 처음에는 이렇게 새는 빗물을 어쩌나 근심했으나 이윽고 빗물씻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고흥교육청·전남교육청·고흥군청·전남도청 모두 ‘폐교 활용 책박물관 및 도서관 및 사전집필실’을 ‘지방소멸 1순위 고흥에서 새롭게 마을살림터’로 바라보려는 눈길이 없다. 어쩌면 그들이 마을살림에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빗물로 골마루를 닦으면서 놀 수 있다. ‘우리 집 제비’가 날마다 찾아오기는 하는데 집을 새로 지을 생각을 영 안 한다. 집을 지어야지 이 아이들아. 다른 곳에서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돌보았니? 그렇다면, 너희가 이렇게 늘 우리 집에 해마다 찾아와서 노래해 주니 고맙구나. 이 시골도 해마다 시골집이 사라지고 ‘전원주택’이 늘며 너희가 깃들 곳이 사라지는데, 다시 우리 집에 집을 지어 보렴.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를 읽었다. 나한테 “그대는 무엇으로 쓰는가?” 하고 누가 묻는다면 “첫째는 사랑으로 쓰고, 둘째는 살림으로 쓰고, 셋째는 삶으로 쓰고, 넷째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숲으로 씁니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쓰고요.” 하고 말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