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6.7.


《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쓰요 글/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말밑풀이 두 꼭지를 하루에 했다. ‘힘·기운’이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있다·잇다·이다’에 깃든 수수께끼를 여민다. 우리말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서 태어나고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실마리를 잡아채어 꾸러미(수첩)에 적어 놓고서 두고두고 되새기고 이모저모 살핀다.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하나하나 새로 달고 나면 어느새 어둠이 걷히면서 눈앞이 트인다. 다만 이렇게 말밑풀이를 일구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지지.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에 하도 졸려 하품이 끝없이 나온다. 안 되겠구나 싶어, 길을 걸으며 노래꽃(동시)을 쓴다. 꾸벅꾸벅 졸며 걷다가 쓰러질 판이라 이야기를 새록새록 지어 본다. 《무심하게 산다》를 읽었다. 일본스런 한자말 ‘무심’을 무덤덤히 쓰는 분이 꽤 있는데, 그냥그냥 써도 될 말일까. 마음없이 쓰는 한자말은 아닐까. 이제는 멀리할 말은 아닐까. 그러려니 눙치거나 나몰라라 딴청하는 말은 이제 떨칠 수 있을까. 한자말 하나에 뜻이 깊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말 하나에도 뜻이 허벌나게 깊다. 영어도 일본말도 덴마크말도 네덜란드말도 저마다 뜻이며 숨결이 깊다. 우리는 우리맣이 어떻게 깊고 너른가 하는 대목을 아예 잊거나 등진 채 살아간다고 느낀다. 늘 쓰는 말이기에 대수롭잖게 흘려버린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