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7.


《Birds in a Book》

 Lesley Earle 글·Rachel Grant 그림, Abrams Noterie, 2019.



비가 온다. 살짝 오다가 그치고, 또 살짝 오다가 그친다. 마당 한켠에 수박씨에서 수박싹에 이은 노란 수박꽃이 핀다. 너 참 어여쁘구나. 우리 책숲을 다녀온다. 마을 곳곳에서 ‘죽음개비’가 돌아간다. ‘죽음개비’란 ‘농약살수차’이다. 어마어마하게 시끄럽고 무시무시하게 희뿌연 죽음물을 들에 흩뿌린다. 몇 킬로미터가 떨어진 데에서도 시끄러운 소리에 코를 찌르는 죽음냄새가 난다. 들뿐 아니라 마을까지 죽음물을 퍼뜨린다. 그래서 ‘죽음물 + 팔랑개비’란 뜻으로 ‘죽음개비’라고 이름을 붙인다. 참말로 개구리도 새도 잠자리도 나비도 거미도 이 죽음물에 숨을 빼앗긴다. 사람 스스로도 죽음개비 탓에 죽는 줄 생각조차 않는다. 죽음물을 뿌리는 돈은 다 나라에서 대주겠지. 《Birds in a Book》은 새를 사랑하는 마음을 물씬 담은 그림책이다. 죽음물을 뿌리는 사람도, 죽음물을 뿌리라고 돈을 대는 벼슬아치도 새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해마다 제비가 줄고, 개구리가 줄고, 숱한 이웃숨결이 죽어자빠지는데 안 쳐다본다. 허울이 좋아 ‘농 + 약’인데, 흙도 풀도 목숨도 사람도 죄다 죽이는 이 끔찍한 죽임물은 ‘독약’일 뿐이다. 새를 멀리할수록 죽음이 가까울 뿐인 줄 언제 알아차리려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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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6.


《사치네 사찰 요리 1》

 카네모리 아야미 글·그림/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2.13.



서울마실을 앞두고 저잣마실을 한다. 낮 두 시 시골버스를 탔더니 틈이 많이 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15시 30분 버스를 타고서 옆마을에 내린다. 들길을 천천히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에 ‘고흥·제주 뱃길’을 살펴보는데 빈자리가 없네. 7월 끝자락에는 제주마실을 못 하겠구나. 〈노란우산〉에서 ‘노래그림잔치(동시그림전시)’를 여는데, 8월 한복판을 넘어서야 빈자리가 나는구나. 쉼철(휴가철)이라 자리가 없다는 생각을 안 했다. 나는 한 해 내내 쉼날이 없이 일하기에 쉼철을 생각조차 안 한다. 어린배움터에 첫발을 디딘 여덟 살부터 푸른배움터를 마치는 열아홉 살까지 하루조차 쉬잖고 짐(숙제)을 떠안고 배움수렁에 잠겼다면, 스무 살부터 쉰 언저리에 이르도록 스스로 배우고 가다듬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쓴다며 참말 하루조차 쉰 적이 없다. 《사치네 사찰 요리 1》를 읽었다. 뒷걸음을 읽을까 말까? 줄거리는 알차되 그림결은 엉성하다. 나중에 손에 잡히면 뒷걸음도 읽기로 하자. 글도 그림도 그림꽃(만화)도 온통 먹을거리 이야기판이다. 먹을거리를 안 다루면서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다루기는 어려울까? 안 먹으면 우째 사느냐고들 하지만, 글에도 그림에도 그림꽃에도 밥이 아닌 숨빛과 넋 이야기만 담아도 넉넉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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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4.


《사는 모양은 제각각》

 보라차 글, 보라차, 2022.6.3.



새벽부터 드디어 비가 온다. 비가 오니 개구리도 신난다. 개구리 노랫소리를 가만히 듣고, 빗소리를 듣는다. 마당에 선 후박나무에 사다리를 받쳐서 후박알을 훑는데, 내 맞은쪽에는 멧새가 후박알을 콕콕 쪼면서 냠냠한다. 커다란 나무 하나를 놓고서 사이좋게 있구나. 작은아이랑 걸어서 천등산 골짜기로 다녀온다. 비가 조금 왔되 골짝물을 적시지는 못 했네. 가문 고흥은 골짝물이 아주 적다. 그래도 물빛을 느끼고서 노래꽃을 쓴다. 비바라기를 한다. 저녁에 우리 집 매미가 깨어나서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거미줄에 걸린 작은 잠자리를 풀어주었으나 날개에 힘이 없다. 《사는 모양은 제각각》을 읽으며 ‘다 다른 삶’이라는 말을 오늘날 다들 흔히 쓰지만 정작 ‘다 다르다’를 영 못 받아들이는 얼거리라고 느낀다. 왜 그러한가 하고 돌아보면 ‘배움터(학교)·일터(회사)·삶터(지역사회)’ 탓이다. 똑같은 책으로 똑같은 부스러기(지식)를 외워야 할 배움터요, 똑같은 일을 다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하며 돈을 똑같이 벌어야 할 일터이다. 다 다르게 차려입고, 다 다르게 집을 짓고, 다 다른 숨결로 살면 눈치나 손가락질이요, 똑같이 잿빛집(아파트)에 부릉이(자가용)에 멋부린 옷차림이어야 한다지. 서울에도 시골에도 ‘다름’은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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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3.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김효은 글·그림, 문학동네, 2022.6.8.



여섯 달에 걸쳐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를 고쳐썼다. 펴냄터에서는 고쳐쓴 꾸러미를 받아들여 주려나. 고쳐써서 보낸 만큼 기다리면서 다른 꾸러미를 추스르자. 더 고쳐야 한다면 더 고치고, 새로 써야 한다면 새로 쓰자. 두꺼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 집 두꺼비하고 마주보면서 눈망울에 서리는 빛을 읽어 본다. 저녁을 차려놓고서 드러눕고 곯아떨어진다. 고흥에는 며칠째 비 한 방울이 없다. 그래도 머잖아 비님이 찾아오겠지.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을 읽었다. 나는 달콤이(케익)를 안 먹는다. 아니, 어릴 적부터 달콤이가 몸에 안 받았다. 곰곰이 보면 내 몸에 맞는 먹을거리는 드물다. 뭘 먹으며 맛을 느낀 일이 드물다. 속에서 받으면 먹고, 안 받으면 억지로 쑤셔넣거나 시달렸다. ‘밥이 몸에서 안 받는’ 또래나 이웃을 이따금 만나면 반가운데, 먹고 싶으면 무엇이든 스스로 살펴서 먹고, 안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언제까지라도 안 먹는 길이 가장 낫다. 맛밥(요리)도 먹방도 나로서는 시큰둥하기에 “달콤이를 갈라먹기”보다는 “내 몫을 다 가져가기를 바라”면서 살았다.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 온갖 다툼질을 하는 살가운 줄거리를 다루는 그림책이지만, ‘케익’이란 이름만으로도 더부룩한 사람이 있는 줄 알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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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를 보면 '성소수자'를 뺀

'숱한 소수자' 이야기는

잘 안 다루거나 넘어가기 일쑤이다.


'못 먹는 소수자'를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글을 쓰고

그림책을 여미는 사람은

이 나라에 몇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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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2.


《노래하는 복희》

 김복희 글, 봄날의책, 2021.9.3.



아침에 비가 마른다. 낮에 해가 돋는다.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선선히 흐르는 바람을 누린다. 작은아이는 새삼스레 〈인터스텔라〉를 들여다보고 싶단다. 사람들 스스로 바보스레 ‘드넓은 옥수수밭’을 일구는 모습을 다시보고 싶다고 하는구나. 오늘날 사람들은 ‘농업’이란 이름을 쓰지만 ‘흙살림’이 아니다. 흙을 살리면서 사람도 살아나는 길이 아닌, 온통 죽임물(농약·화학비료·비닐)에다가 쇳덩이(농기계)로 흙을 짓밟는다. 일본스런 ‘대단위농업’이란 한자말은 ‘공업’일 뿐이다. 바탕이 흙일 뿐, 모든 다 다른 씨앗을 그저 똑같이 틀에 가두는 길이다. 《노래하는 복희》를 읽었다. 어린노래(동요)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짜는 결이 새삼스럽되, 글마다 미움이란 마음이 가득하다. 요새는 이렇게 미움을 드러내는 글을 써야 팔리고 읽히나? 쓰는이도 읽는이도 그저 미움을 누리고 싶은 마음일까? 글(문학·신문기사)뿐 아니라 그림(그림책·영화·연속극)도 온통 미움밭이다. 미워하고 싸우고 죽이고, 이러다가 다치고 멍울(트라우마)을 쌓고, 생채기(상처)를 안 다독이면서 내내 끌어안는 얼거리가 ‘재미’있을까? 나는 노래를 참 못 부른다고 하는데, 어릴 적에는 나 같은 아이도 끼워 주며 다들 신나게 놀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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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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