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4.
《사는 모양은 제각각》
보라차 글, 보라차, 2022.6.3.
새벽부터 드디어 비가 온다. 비가 오니 개구리도 신난다. 개구리 노랫소리를 가만히 듣고, 빗소리를 듣는다. 마당에 선 후박나무에 사다리를 받쳐서 후박알을 훑는데, 내 맞은쪽에는 멧새가 후박알을 콕콕 쪼면서 냠냠한다. 커다란 나무 하나를 놓고서 사이좋게 있구나. 작은아이랑 걸어서 천등산 골짜기로 다녀온다. 비가 조금 왔되 골짝물을 적시지는 못 했네. 가문 고흥은 골짝물이 아주 적다. 그래도 물빛을 느끼고서 노래꽃을 쓴다. 비바라기를 한다. 저녁에 우리 집 매미가 깨어나서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거미줄에 걸린 작은 잠자리를 풀어주었으나 날개에 힘이 없다. 《사는 모양은 제각각》을 읽으며 ‘다 다른 삶’이라는 말을 오늘날 다들 흔히 쓰지만 정작 ‘다 다르다’를 영 못 받아들이는 얼거리라고 느낀다. 왜 그러한가 하고 돌아보면 ‘배움터(학교)·일터(회사)·삶터(지역사회)’ 탓이다. 똑같은 책으로 똑같은 부스러기(지식)를 외워야 할 배움터요, 똑같은 일을 다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하며 돈을 똑같이 벌어야 할 일터이다. 다 다르게 차려입고, 다 다르게 집을 짓고, 다 다른 숨결로 살면 눈치나 손가락질이요, 똑같이 잿빛집(아파트)에 부릉이(자가용)에 멋부린 옷차림이어야 한다지. 서울에도 시골에도 ‘다름’은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