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13.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김효은 글·그림, 문학동네, 2022.6.8.



여섯 달에 걸쳐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를 고쳐썼다. 펴냄터에서는 고쳐쓴 꾸러미를 받아들여 주려나. 고쳐써서 보낸 만큼 기다리면서 다른 꾸러미를 추스르자. 더 고쳐야 한다면 더 고치고, 새로 써야 한다면 새로 쓰자. 두꺼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 집 두꺼비하고 마주보면서 눈망울에 서리는 빛을 읽어 본다. 저녁을 차려놓고서 드러눕고 곯아떨어진다. 고흥에는 며칠째 비 한 방울이 없다. 그래도 머잖아 비님이 찾아오겠지.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을 읽었다. 나는 달콤이(케익)를 안 먹는다. 아니, 어릴 적부터 달콤이가 몸에 안 받았다. 곰곰이 보면 내 몸에 맞는 먹을거리는 드물다. 뭘 먹으며 맛을 느낀 일이 드물다. 속에서 받으면 먹고, 안 받으면 억지로 쑤셔넣거나 시달렸다. ‘밥이 몸에서 안 받는’ 또래나 이웃을 이따금 만나면 반가운데, 먹고 싶으면 무엇이든 스스로 살펴서 먹고, 안 먹고 싶으면 얼마든지 언제까지라도 안 먹는 길이 가장 낫다. 맛밥(요리)도 먹방도 나로서는 시큰둥하기에 “달콤이를 갈라먹기”보다는 “내 몫을 다 가져가기를 바라”면서 살았다. 아이들이 많은 집에서 온갖 다툼질을 하는 살가운 줄거리를 다루는 그림책이지만, ‘케익’이란 이름만으로도 더부룩한 사람이 있는 줄 알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둘레를 보면 '성소수자'를 뺀

'숱한 소수자' 이야기는

잘 안 다루거나 넘어가기 일쑤이다.


'못 먹는 소수자'를 헤아리면서

하나하나 글을 쓰고

그림책을 여미는 사람은

이 나라에 몇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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