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51 품위



  오늘 우리가 쓰는 말은 “그냥 우리말”이 아닌 “우리말에 일본 한자말하고 중국 한자말하고 미국 영어하고 일본 영어가 어지러이 섞인 뜬금말”이기 일쑤입니다. ‘뜬금말’이지요. ‘소통·의사소통’이란 핑계를 붙여서 빨리빨리 써버리려고 하다 보니 아무 말이나 마구마구 쓰는 바람에 ‘뜬금말’이 확 퍼졌습니다. 이웃을 미워하는 말(혐오발언)이 왜 불거질까요? 옆에 있는 사람이 이웃인 줄 안 느끼며 빨리빨리 스쳐 지나가기만 하기 때문입니다. 깊이 보고 마주하면 밉말은 처음부터 없어요. 둘레(사회)에서는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품위’가 있다고 여깁니다만, ‘품위 = 지위·계급·신분’입니다. 임금·글꾼·벼슬아치는 우리말 아닌 중국 한문으로 힘(권력)을 틀어쥐고서 여름지기(농부)를 부렸으니 ‘품위 있는 말 = 중국 한문(한자말)’일밖에 없어요. 이 흐름은 총칼나라(일제강점기·군사독재)를 거치며 단단히 뿌리내렸지요. 그래서 우리는 “품위 없는 말”을 쓸 노릇입니다. 높낮이(지위·계급·신분)를 걷어치우고서 어린이답게 뛰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말을 새롭고 즐겁고 아름답게 쓰면 돼요. “품위 = 겉멋(권력)”입니다. “삶말 = 기쁨·보람·사랑”이에요. 쉬운말은 “품위가 없기에 기쁨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50 막말



  돌고도는 삶입니다. 즐거운 일이 돌고돌고, 슬프거나 아픈 일이 돌고돕니다. 아름다운 일이 돌고돌며, 궂거나 뜬금없는 일이 돌고돕니다. 돌고도는 모든 일을 돌아보면 모두 첫자리로 갑니다. 즐겁게 씨앗을 묻은 곳에서 피어난 즐거운 일은 두루 돌다가 처음 씨앗을 묻은 데로 돌아와요. 얄궂거나 거짓스레 씨앗을 심은 곳에서 비롯한 얄궂거나 거짓스러운 일은 이곳저곳 돌다가 새삼스레 처음 얄궂거나 거짓스럽던 자리로 갑니다. 모든 말은 이 말을 한 사람한테 돌아가지요. 우리가 스스로한테 하는 말도, 남이 우리한테 하는 말도 같아요. 누가 우리한테 막말을 했다면, 이 막말은 우리한테 남기보다 이 말을 한 분한테 고스란히 돌아가요. 낱말책은 말을 가다듬습니다. 돌고도는 숱한 말인 줄 곰곰이 느끼도록 일깨우며 다듬습니다. 낱말책은 말씨(말씨앗)를 심습니다. 첫자리로 돌아올 말인 줄 널리 느끼도록 알려주며 포근히 심어요. 우리가 읊은 모든 말이 우리한테 돌아오는 줄 제대로 안다면 아무 말이나 안 쓰겠지요. 이웃한테도 스스로한테도 늘 사랑을 담아 즐겁게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말 한 마디가 될 테지요. 억지로 막말을 치우지 못합니다. 말길과 말흐름을 짚어 주면 됩니다. 말은 저절로 빛납니다. 말은 심은 대로 빛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12.26.

나는 말꽃이다 149 시간



  언제부터 일본스러운 한자말 ‘시간’을 썼나 하고 돌아보면 꽤 어릴 적입니다. 어머니한테 여쭈지요. “어머니, ‘시간’이 뭐예요?” 왜냐하면 어머니가 곧잘 “시간 없어. 서둘러!” 하고 말씀하셨거든요. “얘가. 그럴 틈 없어.” 하고 대꾸하시면 ‘아하, ‘틈’이라는 뜻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때’를 나타내고, ‘적’도 나타내고, ‘동안·나절’이나 ‘겨를·말미’나 ‘사이·새·짬·자리’나 ‘무렵·즈음·쯤’이나 ‘언저리·둘레·앞뒤’도 나타내요. ‘오늘·날’이나 ‘하루·이제·삶’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둘레 어른들이 쓰는 ‘시간’이란 한자말은 퍽 어렴풋했습니다. 우리는 이 한자말이 없이 오래오래 이야기를 펴고 생각을 나누고 살림을 지은 터라, 하나하나 짚자면 숱한 자리가 떠오르고, 온갖 나날을 열 만하더군요. 다만, 한자말 ‘시간’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그저 이 한자말을 쓰는 사이에 우리 삶결을 고루고루 담아내던 갖가지 말씨를 잊다가 잃어버릴 뿐입니다. 고작 하루쯤이 아니고, 조그마한 틈새가 아니에요. 모든 말은 스스로 쓰기에 살아나면서 빛나고, 어느 말이건 스스로 안 쓰기에 스러지면서 우리 곁을 떠납니다. 이제는 스스로 짬을 내면서 오늘을 새롭게 밝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12.26.

나는 말꽃이다 148 우리나라 사람



  누리그물(인터넷)을 거쳐 이웃나라 사람을 쉽게 만납니다. 이따금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말을 잘 하는구나 싶은 이웃사람(외국인)”을 볼 수 있어요. 이웃나라에서도 누리그물로 우리나라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고 들을 만하지요.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말을 더 혀에 얹고 마음에 담고 생각을 했다면, 우리나라 사람보다 우리말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자랐어도 정작 “우리가 발을 딛고 어울리는 이 삶·살림·사랑·숲을 덜 헤아리거나 안 헤아렸다”면 이웃사람보다 우리말을 엉성하게 쓰거나 틀리거나 엇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랑 너를 아우르는 이름”이 하나요, “가두거나 억누르는 곳”이 둘입니다. ‘우리’를 줄여 ‘울’이요, ‘하늘 = 한 + 울’인 얼개라, “하나이자 너른(큰) 울타리(우리)”하고 잇닿는 이름이에요. ‘나(내)·너(네)’는 서로 다른 몸이되 숨빛은 누구나 똑같이 아름답다는 대목에서는 같기에, 이런 둘을 가볍게 가르는 이름입니다. ‘우리 = 나 + 너’이면서 ‘우리 = 나랑 너는 다르면서 같다’는 뜻을 품어요. 우리는 어떤 말을 쓰나요? 하늘말(한울말)인가요, 울말(울타리말)인가요, 함께말(한말·너랑 내가 하나로 빛나는 말)인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7 일본말



  일본말씨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이 핑계가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쌓이면 더 못 바꿉니다. 오늘부터 바꾸면 앞으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를 지나면서 사근사근 녹아들어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모든 첫걸음은 낯설어요. 아름길을 걷든 고인물로 갇히든 첫발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바꿀 일입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면 벅차서 무너져요. 날마다 차근차근 하나씩 가다듬어 열 해를 살고 스무 해를 지내며 서른 해를 살아가는 동안 새롭게 깨어납니다. 오래 억눌리며 길든 말씨이니 오래오래 천천히 달래고 추스르면 됩니다. 흙일이며 들일도 똑같습니다. 땅을 하루아침에 갈아엎더라도 씨앗은 하루아침에 안 자랍니다. 씨앗은 온날(100일) 즈음 해바람비를 머금으며 천천히 자라서 익어요. 아이돌보기도 이와 같지요. 갓 태어난 아기가 하루 만에 벌떡 서나요? 아이를 몇 해 동안 들볶아 빨리 어른으로 키우나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다듬는 길도 흙살림이나 집살림처럼 느긋하게 멀리 바라봅니다. 얄궂게 스민 일본말을 하루아침에 싹 씻으면 훌륭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찬찬히 곰곰이 가만히 살며시 마음을 기울여 털어낼 적에 저마다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