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50 막말



  돌고도는 삶입니다. 즐거운 일이 돌고돌고, 슬프거나 아픈 일이 돌고돕니다. 아름다운 일이 돌고돌며, 궂거나 뜬금없는 일이 돌고돕니다. 돌고도는 모든 일을 돌아보면 모두 첫자리로 갑니다. 즐겁게 씨앗을 묻은 곳에서 피어난 즐거운 일은 두루 돌다가 처음 씨앗을 묻은 데로 돌아와요. 얄궂거나 거짓스레 씨앗을 심은 곳에서 비롯한 얄궂거나 거짓스러운 일은 이곳저곳 돌다가 새삼스레 처음 얄궂거나 거짓스럽던 자리로 갑니다. 모든 말은 이 말을 한 사람한테 돌아가지요. 우리가 스스로한테 하는 말도, 남이 우리한테 하는 말도 같아요. 누가 우리한테 막말을 했다면, 이 막말은 우리한테 남기보다 이 말을 한 분한테 고스란히 돌아가요. 낱말책은 말을 가다듬습니다. 돌고도는 숱한 말인 줄 곰곰이 느끼도록 일깨우며 다듬습니다. 낱말책은 말씨(말씨앗)를 심습니다. 첫자리로 돌아올 말인 줄 널리 느끼도록 알려주며 포근히 심어요. 우리가 읊은 모든 말이 우리한테 돌아오는 줄 제대로 안다면 아무 말이나 안 쓰겠지요. 이웃한테도 스스로한테도 늘 사랑을 담아 즐겁게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는 말 한 마디가 될 테지요. 억지로 막말을 치우지 못합니다. 말길과 말흐름을 짚어 주면 됩니다. 말은 저절로 빛납니다. 말은 심은 대로 빛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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