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7 일본말
일본말씨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이 핑계가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쌓이면 더 못 바꿉니다. 오늘부터 바꾸면 앞으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를 지나면서 사근사근 녹아들어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모든 첫걸음은 낯설어요. 아름길을 걷든 고인물로 갇히든 첫발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바꿀 일입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면 벅차서 무너져요. 날마다 차근차근 하나씩 가다듬어 열 해를 살고 스무 해를 지내며 서른 해를 살아가는 동안 새롭게 깨어납니다. 오래 억눌리며 길든 말씨이니 오래오래 천천히 달래고 추스르면 됩니다. 흙일이며 들일도 똑같습니다. 땅을 하루아침에 갈아엎더라도 씨앗은 하루아침에 안 자랍니다. 씨앗은 온날(100일) 즈음 해바람비를 머금으며 천천히 자라서 익어요. 아이돌보기도 이와 같지요. 갓 태어난 아기가 하루 만에 벌떡 서나요? 아이를 몇 해 동안 들볶아 빨리 어른으로 키우나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다듬는 길도 흙살림이나 집살림처럼 느긋하게 멀리 바라봅니다. 얄궂게 스민 일본말을 하루아침에 싹 씻으면 훌륭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찬찬히 곰곰이 가만히 살며시 마음을 기울여 털어낼 적에 저마다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